주택 및 건축

[서울 빌딩 스토리]㉘ 한국은행 지하 금고는 어디에?…근대 서울 역사 품고 리모델링 한창

Shawn Chase 2016. 10. 16. 14:56

김수현 기자


입력 : 2016.09.28 14:55 고층 오피스 빌딩이 숲을 이루는 서울 종로와 광화문. 화려한 네온사인과 영화관, 백화점 등 대형 상업시설이 빼곡히 들어선 명동. 이들 한가운데에 근대 서울의 옛 정취를 느낄 수 있는 곳이 있다. 한국은행 사거리 앞 분수광장 일대엔 근대 건축 양식의 흔적이 묻어나는 신세계백화점 본점과 SC제일은행 제일지점 등이 있다.

 서울 중구 한국은행 전경. /책 ‘한국은행 터 이야기’ 발췌
서울 중구 한국은행 전경. /책 ‘한국은행 터 이야기’ 발췌

이 중에서도 단연 눈에 띄는 건물이 있다. 유럽의 성채를 연상시키는 외양에 지붕엔 철재 돔이 얹혀 있고 견고한 화강석을 몸체에 두르고 있어 웅장함을 자아내는 ‘한국은행’의 옛 본관인 화폐박물관 건물이다.(360도 사진 링크)

◆ ‘근대 서울’의 정취…근현대 역사 격전지 되기도

한국은행이 들어선 남대문로는 원래 조선 후기 숭례문을 기점으로 길을 따라 시장이 줄지어 들어섰던 번화가였다. 특히 한국은행 터는 남대문로에서도 정치·경제1번지인 종로와 광화문으로 이어지는 길목이었다. 1919년 3·1운동이 벌어졌을 때 시위대와 일본 경찰이 대치했던 곳도, 1987년 6월 항쟁의 격전지가 됐던 곳도 한국은행 앞 분수광장이다.

 일제강점기 시절 조선은행(지금의 한국은행 화폐박물관 건물) 모습. /책 ‘한국은행 터 이야기’ 발췌
일제강점기 시절 조선은행(지금의 한국은행 화폐박물관 건물) 모습. /책 ‘한국은행 터 이야기’ 발췌

이곳에 지금의 한국은행 건물이 들어서기 시작한 것은 1907년이다. 그해 일본 제일은행의 경성지점으로 공사가 시작된 건물은 1912년 조선은행 본점으로 최종 완공됐다. 일본 메이지 시대를 대표하는 건축가인 다쓰노 긴고(辰野金吾)가 설계했다. 그는 일본은행 본점과 옛 부산역, 일본 도쿄역 등을 설계한 인물이기도 하다.

건물은 르네상스 양식을 따랐으며 철근 콘크리트 구조를 토대로 화강석으로 외벽을 마감했다. 화강석은 당시 채석장이었던 동대문 밖 창신동에서 끌어 썼고, 철재는 미국 카네기 철강주식회사를 비롯해 영국, 일본 등에서 수입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당시 공사 보고서에 따르면 건물은 웅장하면서 실용성과 견고함을 강조했는데, 동양에서 볼 수 없는 최고·최대의 은행 건축물로 짓는 것이 목표였다고 한다. 이렇게 완공된 건물 주변에 경성상업회의소, 조선상업은행 등이 들어서면서 이 일대는 일제강점기 경성의 대표적인 상업지구로 자리를 잡게 된다.

 6·25 한국전쟁으로 지붕과 내부가 손상된 한국은행 화폐박물관 건물 전경(붉은색 동그라미). /책 ‘한국은행 터 이야기’ 발췌
6·25 한국전쟁으로 지붕과 내부가 손상된 한국은행 화폐박물관 건물 전경(붉은색 동그라미). /책 ‘한국은행 터 이야기’ 발췌

1950년 해방 후 창립된 한국은행이 일제로부터 건물을 되찾지만 6·25 한국전쟁 때 피폭으로 내부가 크게 손상돼 서울 수복 후 급하게 복구되기도 했다.

한국은행 관계자는 “당시 복구가 급히 진행되느라 지붕의 돔형 외관을 생략하는 등 임시방편으로 정비 공사가 이뤄졌는데, 1980년대 리모델링 공사를 하면서 예전의 외관을 복원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후 한국은행의 업무 영역이 늘어나면서 본점 업무 공간은 신축 및 매입한 신관·별관 등으로 옮겨갔고, 원래 있던 건물은 대대적인 리모델링을 거쳐 2001년 지금의 화폐박물관으로 재탄생했다.

◆ 한국은행 금고는 분수광장 지하에 있다?

화폐박물관에선 화폐의 종류와 제조 방법, 변천 과정 등 화폐의 역사와 문화, 그리고 중앙은행의 역할과 우리나라의 경제에 대한 내용까지 살펴볼 수 있다. 화요일부터 일요일까지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 관람할 수 있으며 누구나 무료로 입장할 수 있다. 단체관람은 한국은행 화폐박물관 홈페이지(http://museum.bok.or.kr/index.do)에서 신청하면 된다.(내부 360도 사진 링크)

옛날부터 한국은행 화폐박물관 앞 분수대 지하에 금고가 있다는 소문이 무성했다. 하지만 이는 사실이 아니다. 기밀이라 자세한 위치는 일반에 알려지지 않았지만, 화폐박물관 ‘지하 어딘가’에 금고가 있다.

한국은행 관계자는 “분수대 지하에 금고가 있었다면 신세계가 추진 중인 분수광장 리모델링은 진행될 수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리모델링이 완료된 한국은행 부속 건물의 예상 모습. /한국은행 제공
리모델링이 완료된 한국은행 부속 건물의 예상 모습. /한국은행 제공

한국은행 신관·별관 등 부속 건물들은 내년부터 대대적인 리모델링에 들어간다. 한국은행은 본점 내 별관을 재건축해 제1·2별관 및 소공별관에 분산된 부서를 이전하고, 소공별관은 매각할 방침이다. 리모델링 과정에서 화폐수송장과 발권시설도 확충한다. 안전과 보안성을 강화한다는 계획이다. 2020년까지 3100억원을 투입해 공사를 완료하는 것이 목표다.

이번 리모델링을 통해 현재 신관으로 옮겨간 금융통화위원회 회의실의 예전 모습도 화폐박물관 건물 안에 복원될 예정이다. 한국은행 관계자는 “금통위 회의실의 옛 모습을 살려 일반인들에게 공개할 것”이라면서 “리모델링이 진행되더라도 화폐박물관을 지금처럼 계속 관람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