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中 관리, 오바마 의전 행렬 면전에서 "여긴 우리나라" 고성

Shawn Chase 2016. 9. 4. 23:26

이재은 기자

입력 : 2016.09.04 16:30 | 수정 : 2016.09.04 17:11


/연합뉴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3일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참석차 중국 항저우(杭州)에 도착했을 때 놀랐다. 전용기인 ‘에어포스 원’의 앞문으로 내려갈 계단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는 전용기 앞문이 아닌 중간문을 통해 트랩을 내려와야 했다.

국가 정상이 다른 나라를 방문했을 때 비행기 앞문이 아닌 다른 문으로 내리는 경우는 극히 예외적이다. 아프가니스탄처럼 테러 발생 가능성이 높은 위험 지역에서 예외적으로 취하는 입국 의전이라고 미국 뉴욕타임즈(NYT)는 설명했다. 오바마 대통령처럼 세계 정상급 인사가 방문할 때 행사 주최국이 전용기 앞문에 내려올 수 있는 계단을 준비해놓고 레드카펫을 깔아 예우해주는 게 일반적이다.

오바마가 그런 ‘예외적인 의전’을 받는 과정에서 백악관 관리들와 중국 관리 사이에서 실랑이가 발생했다고 NYT를 포함한 주요 외신이 보도했다.

오바마 대통령이 ‘에어포스 원’에서 내리는 순간을 포착하기 위해 비행기 근처로 모여든 미국 기자들은 중국 관리들의 삼엄한 통제를 받았다. 이날 현장에 있었던 마크 랜들러 NYT 기자는 “지난 6년간 백악관을 출입하면서 대통령 착륙을 취재했는데 이런 경우는 처음 본다”며 “중국 관리들이 파란색 취재 저지선을 설치해놓고 취재진이 그 선을 넘지 못하게 했다”고 말했다.

심지어 수전 라이스 백악관 보좌관이 기체 앞쪽으로 이동할 때도 중국 관리가 다가와 라이스 보좌관을 저지하며 대통령 차량 대열 쪽으로 돌아갈 것을 요구했다. 백악관 직원이 나서서 “미국 대통령이고 미국 비행기”라며 취재 규정과 외교 의례에 어긋난다고 항의하자, 중국 관리는 “여기는 우리나라이고 우리 공항”이라고 맞받아치면서 공항 환영행사 취재는 금지한다고 으름장을 놓았다. BBC는 중국 관리들의 태도가 전반적으로 거칠었다고 보도했다.

결국 백악관 기자단은 대통령의 모습이 거의 안 보이는 지점인 비행기 날개 인근에 머물러 있어야 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전했다.

라이스 보좌관은 중국 관리들의 행동에 대해 “예상하지 못한 행동이었다”고 말했다.

이날 오바마 대통령과 시진핑 국가주석간 정상회담 직전에는 미국과 중국 관리들 사이에 험악한 말싸움이 벌어졌다. 회담장에 몇 명의 미국인을 들여보내느냐를 두고 미국과 중국 관리들간 고성이 오갔다. NYT는 “말싸움이 몸싸움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까지 나왔다”고 전했다.

백악관 기자단에 따르면 일부 백악관 직원들과 중국 관리들은 "제발 진정하라", "기자들이 보고 있다"면서 싸움을 말린 것으로 전해졌다.

WSJ은 “중국의 반대로 미국 기자단이 오바마 대통령 일행이 이동하는 차량 행렬에서 배제됐으며, 중국은 오바마 대통령과 시 주석이 회담 후 공동 기자회견을 하자는 백악관의 요청을 거부했다”고 전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이번 의전 실랑이를 두고 오바마 대통령의 중국 방문이 “험난하게 시작했다(rocky start)”며 현재 껄끄러운 미국과 중국간 관계를 반영한다고 분석했다. 중국 전문가인 빌 비숍은 “중국이 미국에 모욕을 주기 위해 의도적으로 예우를 갖추지 않았다”고 해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