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中, 기업 경쟁력 8개 지표 중 5개 한국 넘어섰다

Shawn Chase 2016. 7. 5. 22:24

김승범·류정 기자  


입력 : 2016.07.05 20:12


/조선DB



“거대한 중국 정부와 맞서는 느낌이다.”

최근 국내 대기업 관계자는 이렇게 토로했다. 중국 기업들의 추격 위협은 10년 전에도 거셌다. 하지만 최근엔 중국 정부와 기업이 힘을 합쳐 대규모 투자와 기술 혁신에 나서면서 실제 주요 업종에서 한국을 제치고 앞서 나가기 시작한 것이다. 국책 연구 기관인 산업연구원(KIET)은 “전체 반도체 시장의 75%를 차지하는 시스템 반도체(저장이 아닌 계산을 하는 반도체) 부문에서 중국의 기술 수준이 한국을 10% 정도 앞질렀다”고 밝혔다. 한·중 주력 산업 경쟁력을 분석한 결과였다.

시스템 반도체뿐만 아니다. 한국이 세계 1위를 자랑하는 메모리 반도체 분야에서도 중국의 추격이 거세다. 중국 반도체 업체 XMC는 지난 3월 후베이(湖北)성 우한(武漢)에서 28조원 규모로 3D(3차원) 낸드플래시 반도체 공장을 착공했다. 삼성전자가 2013년 세계 최초로 양산을 시작한 이 반도체는 저장 용량을 획기적으로 높인 삼성의 차세대 주력 산업이다. 중국 기업은 일반 메모리반도체라는 중간 단계를 생략하고 아예 3D 반도체로 넘어가겠다는 것이다.

중국의 최대 디스플레이 업체 BOE는 2018년까지 20조원을 투자해 안후이(安徽)성에 ‘10.5세대’ 패널 공장을 짓는다. 한국의 주력은 8세대, 아직 우리는 10세대 생산 계획이 없다. ‘세대’는 크기가 얼마나 큰 패널을 생산할 수 있는지를 나타내는 지표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올 1분기 TV용 LCD 패널 시장에서 BOE에 2위 자리를 내줬다.

중국 기업들이 빠른 속도로 한국 기업을 추월하고 있다. 한국경제연구원은 5일 ‘한·중 양국의 기업 경쟁력 분석 및 시사점’ 보고서를 통해 수익성·성장성 등 기업 경쟁력을 가늠하는 지표 8개 중 5개에서 중국 기업이 우리 기업을 뛰어넘었다고 밝혔다.

◇주력 산업에서조차 중국에 덜미를 잡히고 있다

한경연의 이번 연구는 2007과 2014년을 기준으로 양국의 상장 비금융 기업을 대상으로 진행했다. 성과 지표(수익성, 성장성, 자산 규모), 연구 개발 지표(연구 개발 비중, 특허 출원 수), 국제화 지표(해외 매출 비중·해외 M&A 금액), 생산성 지표(노동 생산성)를 평가 기준으로 삼았다. 보고서에 따르면 2014년 중국 전체 상장 기업은 8개 세부 지표 가운데 5개(수익성·성장성·자산규모·특허출원수·해외M&A 금액)에서 앞선 것으로 나타났다.

평균 자산 규모는 2007년 중국 기업이 한국의 55% 수준이었으나, 2014년에는 중국(15억704만달러)이 한국(14억6328만달러)을 추월했다. 2014년 중국 상장 기업의 매출 증가율은 한국의 2배였고, 영업이익률도 중국이 앞섰다.

철강의 품질·기술 경쟁력은 한국산의 95~98% 수준까지 쫓아왔다, 게다가 최근 구조조정의 고삐를 조이며 산업 경쟁력을 끌어올리고 있다. 최근 발표한 세계 5위인 바오산(寶山)강철과 11위인 우한(武漢)강철이 합치면 단숨에 세계 2위 업체로 올라서면서, 포스코는 4위에서 5위로 한 단계 밀려난다.

중국의 석유화학 제품은 한국산(産)과 품질은 같은 수준이면서 가격 경쟁력은 50% 높은 것으로 평가받는다. 조철 산업연구원 주력산업연구실장은 “주력 산업 가운데 앞으로 5년 뒤에도 중국보다 경쟁 우위를 가질 수 있는 품목은 일부 고급 제품이나 소재·부품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중국은 과감한 해외 M&A(인수·합병)를 통해 새로운 기술과 시장을 단숨에 확보하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중국의 올 1분기 해외 M&A는 1130억달러로 작년 연간 M&A 실적에 육박했다.

◇막대한 자본으로 영토 넓히는 중국 서비스 산업

막대한 자본력을 기반으로 세계 금융시장을 장악해나가고 있는 중국 금융사들은 국내 금융시장에도 침투하고 있다. 작년 9월 중국 안방보험이 동양생명을 인수한 데 이어, 지난 4월엔 알리안츠생명 한국법인을 35억원에 인수했다. 최근엔 ING생명 인수전까지 뛰어들어, 인수에 성공하면 안방보험이 총자산 68조원으로 국내 생보사 빅4 체제를 깨뜨릴 것이란 전망까지 나온다. 중국 게임·엔터테인먼트 업계도 국내 업체를 인수하거나 지분 투자를 늘리고 있다.

김산월 국민대 교수는 “중국 정부는 국유기업에 막대한 재정 지원과 구조 개혁을 동시에 진행하면서 강한 기업 하나를 키워서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하려 하고 있다”며 “한국 정부도 대기업이라는 이유로 규제만 하려 하지 말고 인수·합병, 연구 개발을 적극 도와야 한다”고 말했다.



[출처] 본 기사는 조선닷컴에서 작성된 기사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