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中, 경제위기때 '두 토끼 몰이' 나서다

Shawn Chase 2016. 6. 22. 01:14

최형석 기자

  • 선전=최규민 기자


  • 입력 : 2016.06.21 03:05

    [하이브리드 中國경제] [1]

    철강 등 "망할 곳은 망하게 해 경쟁력 갖자" 강력 구조조정
    첨단 IT 산업은 1분에 8개꼴로 창업 붐… 新성장 동력으로

    중국 베이징에서 차로 동남쪽으로 2시간 30분 달려 도착한 중국 최대의 철강도시 탕산(唐山)시는 평일인데도 분위기가 썰렁했다. 도심엔 짓다가 중단한 아파트들이 보였다. 대형 철강 고로들이 가동을 멈춘 채 흉물스럽게 방치돼 있었다. 시내에서 17㎞ 떨어진 푸펑(福豊)철강은 작년 초 파산하고 2000여명의 근로자를 해고한 곳이다. 경비원 두 명만이 지키고 있는 공장 안엔 잡초가 가슴 높이까지 자라 있었다.

    탕산은 현재 벌어지는 중국의 제조업 구조조정을 상징하는 곳이다. 탕산은 2014년 도시 하나의 철강 생산량이 세계 4위 철강 생산국인 미국의 생산량을 넘어섰던 곳이다. 하지만 '싸구려 철강'을 생산하며 국영 은행의 돈으로 연명하던 많은 철강기업 가운데 경쟁력 없는 곳들은 속속 문 닫고 있다.

    비슷한 시각, 중국 남부 선전(深)시 화창베이(華强北) 창업센터엔 2~3평 남짓 되는 사무실에서 개발에 몰두하는 창업자들로 가득했다. 스마트폰으로 조작하는 개인용 음주측정기를 개발 중인 리추화(李秋華·29) 대표는 "주변 친구 열 명 중 대여섯은 월급쟁이가 아니라 창업을 해서 자기 사업 하는 걸 보고 자극받아서 3년 전 다니던 센서 회사를 그만두고 동료 8명과 회사를 차렸다"고 했다. 이 대표는 "기술과 아이디어가 있으니 성공할 거라는 자신감이 있다"고 말했다. 중국의 실리콘밸리 '중관춘'에 있는 2만4000개 스타트업 기업 중 절반 가까운 1만1000개가 작년 한 해에 생겼다. 지난해 중국 전역에선 440만개의 신생 기업이 탄생했다. 1분에 8개꼴로 새로운 기업이 태어나고 있다.

    중국 경제가 '싸구려 수출 대국'의 이미지를 접고, 경쟁력 있는 제조업과 첨단 IT 기업을 잘 버무린 '하이브리드(이종교배) 경제 대국'의 길로 나서고 있다. 이 과정에서 중국의 한쪽 지역에선 문 닫는 '강시(좀비)' 공장들이 속출하는데, 다른 한쪽에선 자고 깨면 첨단 기술 산업이 생겨난다.

    과거 미국·유럽 등 서구 선진국들은 경제가 성숙하면서 경쟁력 떨어지는 제조업은 포기하고 첨단 기술 기업을 중심으로 경제 구조를 바꾸는 길을 걸어왔다. 그래서 선진국의 '제조업 공동화(空洞化)'는 당연한 일로 여겨졌다. 하지만 미국과 더불어 G2 경제 대국이 된 중국이 가겠다는 길은, 성장 감속의 위기 속에서도 전통 제조업과 신산업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놓치지 않겠다는 것이다. 지만수 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한국도 성장 속도가 둔화되는 위기를 겪고 있는데, 최근 중국 경제는 이 같은 위기에 직면해 한국보다 빨리 움직이는 것처럼 보인다"며 "우리 곁에 거대한 경제가 꿈틀거리면서 기회와 위협 요인이 모두 생기므로 우리도 발 빠르게 대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