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성장률 2-3% 포기하거라도 '좀비 제조업'은 빠르게 솎아낸다

Shawn Chase 2016. 6. 22. 02:11

입력 : 2016.06.21 03:05

[하이브리드 中國경제] [1] 산업 구조개혁

철강·석탄 부문서 180만명 감축
1000여개 달하는 中小 조선사는 70~80개 대형 조선사로 정리
"2500개 시멘트업체 중 1000개는 문 닫게할 것" 선언도

중국 최대의 철강 도시인 탕산 시내에서 만난 장즈친(張志勤)씨는 근로자 10여명과 함께 도로 화단을 정리하고 있었다. 그는 작년까지 탕산시 외곽의 철강 회사에서 용접공으로 일하다가 회사 파산으로 실업자가 됐다. 탕산시는 최근 장씨 같은 실업자들을 거리 청소나 공공시설 경비 등에 투입한다. 장씨는 "이전 철강 회사에서 3개월치 월급을 받지 못한 채 쫓겨났다"며 "정부에서 주는 월급이 회사에서 받던 것의 절반도 되지 않지만 이마저도 못 받는 노동자가 많다"고 했다.

탕산시는 연간 철강 생산량이 1억5000만t으로 중국 최대 철강 생산지다. 최근 글로벌 철강 수요 급감의 영향이 이곳에도 미쳤다. 2017년까지 생산을 1억1000만t으로 줄여야 한다. 탕산시 세수도 400억위안(약 7조원) 감소할 전망이다. 길에서 만난 한 시민은 "몇 년 전 탕산시의 밤은 불야성이었는데 요즘은 죽은 도시 같다"고 했다.

◇속도 내는 구조조정

전 세계 석탄의 10분의 1을 생산하는 중국 최대의 석탄 생산 기지인 서북부 산시(山西)성 역시 구조조정의 직격탄을 맞고 있다. 경제의 80%를 석탄 생산에 의존하는 산시성은 작년 성장률이 3.1%에 불과했다. 중국 전체 성장률(6.9%)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 31개 중국 성시(省市) 가운데 성장률이 꼴찌에서 둘째다. 광산마다 인력·설비 감축의 광풍이 몰아치고 있다.

올해 초 시진핑(習近平) 중국 정부는 "앞으로 5년간 철강·석탄 생산 능력을 약 10%, 인력을 180만명 줄이겠다"는 '철강·석탄 구조조정 계획'을 발표했다. 시진핑 국가주석은 2012년 말 집권한 후 철강·시멘트·알루미늄·판유리·조선 등 공급 과잉 업종에 대한 구조조정을 진행해 왔는데, 이번엔 양대 공급 과잉 업종인 철강·석탄을 콕 찍어 강도 높은 구조조정의 메스를 대겠다고 한 것이다.

중국 선전의 세계 1위 드론(무인비행기) 제조사 SZ DJI 본사에서 열린 드론 시연 행사를 구경하는 소비자들(왼쪽 사진), 중국 산시성의 한 석탄 공장에서 트럭 짐칸에 실린 석탄을 정리하는 인부(오른쪽 사진). 선전을 비롯해 베이징, 상하이 등 중국 주요 도시에서는 DJI처럼 기술력을 갖춘 스타트업이 1분에 8개꼴로 태어나고 있다. 반면 석탄, 철강 등 구조조정 대상 기업이 밀집한 산시성, 탕산 등의 도시에선 폐업 기업이 속출하면서 급격히 활기를 잃고 있다.
▲ 중국 선전의 세계 1위 드론(무인비행기) 제조사 SZ DJI 본사에서 열린 드론 시연 행사를 구경하는 소비자들(왼쪽 사진), 중국 산시성의 한 석탄 공장에서 트럭 짐칸에 실린 석탄을 정리하는 인부(오른쪽 사진). 선전을 비롯해 베이징, 상하이 등 중국 주요 도시에서는 DJI처럼 기술력을 갖춘 스타트업이 1분에 8개꼴로 태어나고 있다. 반면 석탄, 철강 등 구조조정 대상 기업이 밀집한 산시성, 탕산 등의 도시에선 폐업 기업이 속출하면서 급격히 활기를 잃고 있다. /블룸버그
그렇다고 다른 업종은 놔두겠다는 게 아니다. 조선은 살릴 기업만 추리는 '화이트 리스트'를 작성해 1000여개에 달하는 중소 조선사를 대형 조선사 70~80개로 줄이고 있다. 해운업에서도 양대 국영 해운사인 중국원양운수와 중국해운을 합병했다. 시멘트는 연초에 양대 국유 시멘트 업체인 중차이(中材)와 젠차이(建材)를 통합하기로 하는 등 2500개 시멘트 업체 중 1000개의 문을 닫겠다고 하고 있다.

로이터통신 등은 중국 정부가 향후 2~3년간 철강 산업 이외에도 석탄, 시멘트, 조선 등 7개 분야 국영기업을 대상으로 500만~600만명가량을 구조조정할 것이라고 전했다.

◇중속 성장의 '신창타이(新常態)'

중국은 1978년 덩샤오핑의 개혁·개방 정책을 시작으로 '세계의 공장'으로 약진하면서 30년 가까이 연 성장률 9~10%의 '고속 성장 시대'를 살아왔다. 2014년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중국 경제가 '신창타이(新常態·뉴노멀)'에 들어선다고 발표했다. 수출 제조업 기반의 고속 성장을 멈추고 중속 성장으로 갈 수밖에 없다는 의미였다.

중국의 성장률은 2012년 7%대로 떨어진 이후 작년에는 6.9%로 25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성장률이 6~7%대로 하락하자 일각에선 중국 경제가 급격히 활력을 잃으면서 경착륙한다는 우려도 대두됐다. 좀비 기업들이 국영은행의 돈으로 연명해오다 보니 기업 부채가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국제결제은행(BIS)에 따르면 지난 1분기 중국의 총부채는 25조달러(약 2경9040조원)로 국내총생산(GDP) 대비 249%나 됐다. 신흥국 평균(175%)을 크게 웃돈다.

올 들어 중국 정부는 성장 목표를 6.5~ 7%로 낮추며 '중속 성장 시대' 원년을 선언했다. 철강 등 공급 과잉에 처한 전통 제조업을 구조조정하면서 고속 성장 시대를 조기에 마감하고, 성장률이 떨어지고 실업이 늘더라도 경쟁력 있는 기업만 살리고 좀비 기업은 정리하겠다는 의미다. 이처럼 구조조정을 거친 제조업에 '신경제(新經濟)'를 접목해서 '하이브리드 경제 대국'으로 경제 위기를 정면 돌파하겠다는 구상이다.

정덕구 니어재단 이사장은 "중국의 '강시' 기업과 공장이 사라지는 것은 한국 기업에 다소 숨통이 트이는 '기회'이지만, 새로운 기업들이 쑥쑥 성장하는 것은 새로운 '위협' 요인"이라며 "중국 경제의 성장 방식이 대전환을 이루는 것에 관심을 두고 우리의 살길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6~7%대 성장 中경제, IT는 20%대 초고속

  • 방현철 기자


  • 입력 : 2016.06.21 03:05

    [하이브리드 中國경제] [1]

    GDP 성장 IT 기여도 58%… 영국·일본보다 크게 앞서
    산업용 로봇 등 폭풍 성장

    중속 성장에 접어든 중국은 '하이브리드 경제 대국'으로 경제 구조를 재편하기 위해 지난해 '중국제조(Made in China) 2025'와 '인터넷플러스'라는 실행 계획을 발표했다.

    중국제조 2025는 전통 제조 공정에 IT(정보기술), 로봇 기술 등을 결합해 싼 임금에 의존해 키웠던 제조업을 독일·일본 수준으로 끌어올리겠다는 계획이다. 철강·석유화학 등 전통 제조업을 로봇·전기차·항공우주·바이오 등 첨단 산업으로 바꾸는 구조개혁안도 포함됐다. 실제로 중국은 산업용 로봇의 성장세가 전 세계에서 가장 빠른 나라다. 세계로봇연맹(IFR)에 따르면 2014년 중국에서 전년보다 56%나 증가한 5만7000대의 산업용 로봇이 판매됐다. IFR은 2018년이면 세계 산업용 로봇의 3분의 1이 중국에 있을 것으로 전망한다. 중국산 휴대전화의 절반, 전자레인지의 80%를 생산한다는 둥관(東莞)시 등 광둥성에선 이제 저임금 근로자로 북적이는 공장이 아니라 소위 산업용 로봇만이 있어 불을 켤 필요가 없는 '암흑 공장'을 실험하고 있다.

    인터넷플러스 계획은 모든 전자기기에 인터넷을 더해 전자상거래·인터넷금융 등을 발전시킨다는 방안이다. 지난해 리커창 총리가 "국민 모두가 창업하고, 모두가 혁신하자(大衆創業 萬衆創新)"며 이른바 '솽창'(雙創)을 외친 이후 중국인들이 '창(創)'과 '신(新)'을 외치면서 창업에 뛰어들고 있다. 중국 전역에서 1분에 8개꼴로 창업 기업이 생기면서 IT 등 신경제 부문은 쾌속 질주하고 있다. 작년 중국 경제는 6.9%의 중속 성장을 했지만, 중국 IT산업의 성장률은 그 3배인 21%에 달했다. 2014년 중국 GDP(국내총생산) 성장에서 IT산업의 기여도는 58%가 넘었다. 미국(69%)보다는 낮지만 영국(44%)·일본(42%) 등을 크게 앞섰다.

    정영록 서울대 교수는 "중국 기업들과 규모의 경쟁을 하기가 어려워졌기 때문에 우리나라는 다품종·소량생산하는 독일식 중견·중소기업들을 키우고 대기업도 전문 기업화할 필요가 있다"며 "중국에 진출할 때도 여러 지역에 분산하기보다 한 지역에 집중해서 거점을 만드는 '신(新)신라방' 방식 등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수출 일변도 '성장 터널' 빠져나온 中… GDP대비 무역비중 36% 선진국 수준

  • 방현철 기자
  • 입력 : 2016.06.21 03:05

    [하이브리드 中國경제] [1]
    우리나라, 2~3%대 低성장 속 무역비중은 여전히 90% 육박

    우리가 40년에 걸쳐 이어왔던 고도 성장기를 중국은 30년간 압축해서 통과했다.

    한국에서는 박정희 전 대통령이 1962년 '수출만이 살길'이라고 외치며 '수출입국(輸出立國)'의 성장 전략을 가동했다. 그해 3.8%에 불과했던 성장률은 다음 해 9.2%를 기록하면서 한국 경제는 '고도 성장기'를 이어갔다. 1963~2002년 40년간 한국은 평균 15%라는 경이적 성장률을 기록했다.

    이에 비하면 중국은 한국보다 약 20년 늦게 '수출 주도 성장 전략'의 시동을 걸었다. 1949년 마오쩌둥(毛澤東)의 중화인민공화국 건국 이후 대약진운동, 문화대혁명 등 혼란기를 거치다 덩샤오핑(鄧小平)의 개혁·개방 정책이 시작된 게 1978년에 이르러서다. 고속 성장의 시동을 거는 데도 몇 년이 걸렸다. 중국은 1982년에야 9.0% 성장하면서 연 9~10%대 고도성장기를 열었다. 중국은 1982~2011년 30년 동안 연평균 12% 성장했다.

    한국은 고속 성장기를 끝낸 후 10년째 국민소득 2만달러에 발목이 묶이면서 저성장 국면에 접어들고 있다. 2006~2007년 글로벌 금융 위기 직전에 5%대 '중속 성장' 시기를 짧게 거치고, 그 뒤 중국 특수(特需)로 경기가 잠시 회복됐던 2010년(6.5% 성장)을 빼곤 2~3%대 저성장에 머무르고 있다. 게다가 중국 특수에 취해 경제 구조 재편도 한발 늦었다. 좀비 기업이 늘었지만 지금도 구조조정 속도는 더디다. 그러다 보니 경제의 새 살이 돋아나는 속도도 더디다.

    중국도 수출 주도 성장의 후유증으로 공급 과잉에 시달리는 건 우리와 마찬가지다. 하지만 6~7%대 '중속 성장'에 들어서자 구조조정에 바짝 속도를 내고 있다. 올 들어 철강·석탄 부문에서 인력 180만명과 생산량 10%를 감축하는 계획을 발표하는 등 강도 높은 구조조정에 나섰다. 동시에 1990년대 말~2000년대 초 창업한 알리바바, 텅쉰, 바이두 등 3대 인터넷 기업은 이미 글로벌 기업 반열에 오르는 등 경쟁력 있는 신생 기업들이 쑥쑥 커 나가고 있다.

    이미 중국은 수출 일변도 성장의 터널에서도 빠져나왔다. 작년 중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무역액 비중은 36%로 2006년의 65%에서 절반 가까이 떨어졌다. 미국(27%), 일본(31%) 등 선진 경제 대국 수준으로 무역 의존도가 낮아진 것이다. 우리나라의 무역 의존도는 여전히 GDP의 90%에 육박한다.



    '하이구이'의 귀환·IT규제 제로… 제2 샤오미 등장은 시간문제

  • 베이징=최형석 기자
  • 입력 : 2016.06.21 03:05

    [하이브리드 中國경제] [1]

    - IT 기업의 4가지 성공 요인
    ①'짝퉁'도 괜찮다는 중국 - 스마트폰 1대에 특허 25만갠데 샤오미는 특허료도 제대로 안 내
    ②中중산층, 주요 소비자로 급부상 - 20만~30만원대 저렴한 가격에 품질·디자인 더하자 고객 열광
    ③유학파 400만명 중 절반 귀국 - 유창한 영어·글로벌 네트워크로 바이두·화웨이 등 창업 이끌어
    ④자국 기업엔 규제 없어 - IT 분야선 외국기업 진출 막아… 사실상 中기업 리그나 마찬가지

    창립 6년 만에 글로벌 대기업으로 성장한 샤오미(小米). 본사는 중국 베이징 하이뎬(海淀)구 월마트 쇼핑몰의 7~15층에 간판도 없이 자리 잡고 있었다. 임원들이 일하는 15층 입구엔 방문자 대기용 나무 벤치 한 개만 덩그러니 놓여 있었다. 기술과 지식만 믿고 맨땅에서 시작하는 스타트업 정신을 보여주는 상징물이라고 했다. 직원 평균 연령이 27세에 불과한 이 기업엔 미국MIT·스탠퍼드 박사와 구글·퀄컴 등 IT 글로벌 기업 출신들이 수두룩하다.

    2010년 탄생한 샤오미는 이듬해인 2011년 기업 가치 10억달러(약 1조2000억원)로 '유니콘(10억달러 이상의 가치를 평가받는 창업 초기 기업)'에 가입했고, 스마트폰 출시 4년째인 2014년 중국 1위, 세계 3위 점유율을 기록했다. 레이쥔(雷軍) 샤오미 창업자이자 회장은 성공 이유에 대해 "태풍의 길목에 서 있으면 돼지라도 하늘로 날아오를 수 있다"고 답한다. 주변 환경을 정확히 읽고, 소비자 수요에 대응하면 자연스럽게 성공할 수 있다는 뜻이다. 하지만 샤오미의 성공 요인을 분석해 보면 중국 경제의 공포스러울 정도의 잠재력을 엿볼 수 있다. 지금 중국에는 태풍의 길목에 서겠다며 제2, 제3의 샤오미와 알리바바를 꿈꾸는 기업들이 1분에 8개씩 생겨난다.

    중국 베이징의 한 샤오미 매장에서 고객들이 휴대전화를 살펴보고 있다.
    중국 베이징의 한 샤오미 매장에서 고객들이 휴대전화를 살펴보고 있다. 한때‘짝퉁’이라는 조롱을 받은 샤오미이지만 모방 제품에 관대한 중국 특유의 문화에 힘입어 큰 저항 없이 자리 잡았다. 여기에 미국 명문 대학을 졸업한 유학파들을 대거 영입하고, 중국 중산층을 적극 공략하는 전략을 편 덕에 샤오미는 창립 6년 만에 제조업과 IT를 겸비한‘하이브리드 경제 대국’중국을 상징하는 기업으로 자리 잡았다. /블룸버그
    ①'짝퉁'에 관대한 문화

    샤오미가 미국 IT 기업 애플을 흉내내 성장했다는 것은 유명하다. 레이 회장은 스티브 잡스처럼 검은색 셔츠와 청바지를 입고 나와 신제품을 소개한다. 팬층을 활용한 마케팅과 생산 외주를 한 점 등도 애플을 모방했다. 그러나 모조품에 관대한 중국 문화 덕에 샤오미는 국내에서는 별다른 저항 없이 성장할 수 있었다. 스마트폰 한 대 제작에 25만여개의 특허가 들어가지만 샤오미는 짝퉁에 관대한 법 체계 아래 특허료를 제대로 내지 않았다. 중국 대형 로펌의 한 변호사는 "다른 나라였으면 샤오미 같은 회사는 나오지 못했을 것이다"고 말했다.

    ②중국 중산층과 함께 성장

    그럼에도 짝퉁만으로 샤오미의 성공을 모두 설명할 수는 없다. 샤오미는 저렴한 가격에 좋은 품질을 제공한다는 목표를 내걸었다. 그래서 1100~1700위안(20만~30만원)대 가격에 크게 뒤처지지 않는 품질과 디자인을 입혔다.

    2010년부터 늘어나기 시작한 중국 중산층이 열렬히 반응했다. 샤오미는 금요일 오후 5시면 휴대폰 사용자 환경(UI)인 '미유아이(MIUI)' 업데이트 버전을 내놓는다. 매주 월·화요일마다 세계 소비자들의 의견을 온라인으로 취합해 수·목요일 내부 토의와 투표를 거쳐 제품에 반영하고 금요일 세상에 선보이는 스피드가 경쟁력이다. 소비자가 제품의 기획·마케팅에 직접 참여한다. 이 작업은 창립 후 300여주 동안 반복됐다.

    ③해외 유학파의 귀환

    또 다른 성장 동력은 해외에서 유학하고 귀국한 중국 젊은이를 뜻하는 하이구이(海歸)파들이다. 레이 회장은 중국 우한(武漢)대 컴퓨터학과를 졸업했지만 공동 창업자들은 하이구이들이 많다. 미국 구글과 마이크로소프트(MS)에서 15년간 엔지니어로 일한 린빈(林斌) 총재를 비롯, 공동 창업자 8명 중 5명이 해외파다.

    중국은 1970년대 말 개혁개방 이후 404만명이 해외로 유학을 나가 이 중 222만명이 귀국했다. 이들은 유창한 영어와 글로벌 네트워크를 통해 중국 성장의 주력 엔진이 되고 있다. 중국 최대 검색엔진 바이두(百度)를 창업한 리옌훙(李彦宏), 중국 통신장비기업 화웨이의 최고기술책임자(CTO) 리싼치 등도 대표적인 하이구이들이다.

    ④규제 울타리로 자국 기업 육성

    중국 정부는 IT·핀테크(정보기술을 접목한 금융 서비스) 등 성장 속도가 빠른 산업에서는 자국 기업에 대해 규제를 하지 않는다. 사전 규제보다 사후 규제를 택해 문제가 발생하면 대처하는 식이다. 반면 외국 기업들은 규제를 적절히 활용해 견제한다. 작년엔 미국 반도체 기업 퀄컴에 반독점 위반 혐의로 사상 최대인 60억위안(1조원)의 벌금을 부과했고, 정부 조달에서 애플 등을 제외했다. 변웅재 법무법인 율촌 중국팀장은 "인터넷 등에서 중국은 외국 기업 진출을 막고 있어 자국 기업들의 리그나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 "대륙의 실수? 샤오미의 혁신은 계산된 성공"

  • 베이징=최형석 기자
  • 입력 : 2016.06.21 03:05

    [하이브리드 中國경제] [1]

    - 왕샹 샤오미 부회장 인터뷰
    "애플의 하향식 생산 구조와 달리 고객 참여 유도한 상향식 지향"

    "한국에서 샤오미 제품이 '대륙의 실수'로 불린다고요? 하하. 실수가 아니라 '의도'입니다. 첫째 성능, 둘째 가격에 집중해 부자뿐 아니라 모든 사람이 혁신을 즐기게 하는 게 우리의 의도거든요."

    왕샹(王翔) 샤오미 부회장이 샤오미 스마트TV 앞에서 한국 드라마‘태양의 후예’장면을 흉내내며 사격 자세를 취하고 있다.
    왕샹(王翔) 샤오미 부회장이 샤오미 스마트TV 앞에서 한국 드라마‘태양의 후예’장면을 흉내내며 사격 자세를 취하고 있다. /베이징=방병훈 사진작가
    샤오미 본사에서 노타이에 청바지 차림으로 인터뷰에 응한 왕샹(王翔) 샤오미(小米) 부회장은 한국에서 유행한다는 농담에 정색을 하고 이같이 답했다. 왕 부회장은 미국 반도체 기업 퀄컴의 중국법인 대표로 있다가 레이쥔(雷軍) 샤오미 회장의 권유로 작년 5월 샤오미에 동참했다. 그는 '열성 팬들을 활용한다는 점에서 애플을 따라 한 것 같다'고 하자, "애플은 소비자가 좋든 싫든 애플이 만든 생태계를 소비자들에게 주입하는 '하향식(top-down)'이지만 샤오미는 정반대로 소비자들이 적극적으로 제품 생산과 유통에 관여하는 '상향식(bottom-up)'이다"고 반박했다.

    왕 부회장은 또 "많은 중국 회사들의 슬로건은 '소비자가 신'이지만 우리에겐 '소비자가 친구'"라며 "신은 범접할 수 없이 높이 있지만 친구는 평등하게 소통하는 존재다"고 말했다. 실제로 그는 샤오미의 성공 신화가 계속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노키아·블랙베리 등 세계적 스마트폰 업체들이 성공에 안주해 예민하게 트렌드를 좇지 않았기 때문에 실패했습니다. 샤오미는 신궈훠(新國貨·뉴 메이드 인 차이나)를 추구하며 끊임없이 혁신합니다. 일례로 우리는 작년에 전 세계에 3000개의 특허를 신청했습니다." 그는 "아직 제대로 된 혁신은 시작되지도 않았다(Innovation is yet to come)"면서 "10~20년 뒤면 중국산이 세계 트렌드를 선도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