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한국 산업을 잠식해가는 '중국 공룡'

Shawn Chase 2016. 6. 22. 01:10

한국의 여러 주력 산업들이 중국에 잠식되고 있다.
제조업 잠식은 옛말이고 이제 가전제품과 각종 IT 기기를 넘어 문화 콘텐츠까지
중국에서 모방하거나, 막대한 자본으로 기술을 발전시켜 우리의 턱밑까지 추격하거나 추월한 것이다.

  • 구성=뉴스큐레이션팀

입력 : 2016.06.21 08:07 | 수정 : 2016.06.21 09:43

세계로 진출하는 중국의 공룡 행보

중국이 세계 경제의 중심으로 떠오르고 있다. 이미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한 '알리바바(阿里巴巴)', '샤오미(小米)' 등 중국 기업들의 이슈는 연일 세계 경제를 꿈틀거리게 한다. 글로벌 큰손으로 부상한 중국인 관광객들의 소비가 각 나라의 경제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며, 중국의 산업 발전 속도에 세계가 주목하고 있다.

그러나 막대한 자본으로 급성장을 이루고 있는 중국이 빠른 속도로 외국 기업들을 인수해 나가자, 기술의 중국 유출과 업계 잠식을 걱정하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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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주요 산업, 잠식해오는 중국

기술 격차를 좁혀오는 중국
기업들의 추격 무섭다… 기술·경쟁력
격차가 좁혀지는 것 큰 문제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
대한민국은 2015년, 5년 만에 '무역 1조 달러' 달성에 실패했다. 여기에는 저유가와 글로벌 경기 둔화 같은 외부요인이 크게 작용했지만, 이런 상황에서 한국 수출 구조와 주력 수출 대상국 변화 양상이 두드러지고 있다. 한국 경제를 지탱해온 조선·석유화학·철강 등의 산업을 중심으로 한 13대 주요 품목 총 수출액은 전년 대비 10% 가까이 감소했다. 이는 한국의 13대 주요 수출 품목 구성이 10년째 똑같은 가운데, 중국이 국가적 차원에서 제조업 육성 전략을 펴며 세계 시장에서 한국 상품 점유율을 잠식하는 데 따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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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조업들에 대한 중국의 잠식 우려는 과거부터 계속 있었다. 2015년 11월에 산업연구원(KIET)이 발표한 조사 결과에 따르면, 기업인들이 체감한 한국과 중국의 제조업 기술 격차는 3.3년에 불과했다. 2004년(4년), 2007년(3.8년), 2011년(3.7년) 등 3~4년 주기로 조사를 할 때마다 격차가 줄어들고 있는 추세다. IT(정보 기술) 업종은 기술 격차가 2.6년에 불과했다. 중국이 한국의 최대 수출 시장에서 경쟁자로 성장하면서 스마트폰 등 한국의 주력 수출품 시장까지 잠식해 들어오고 있는 상황이라고 산업연구원은 밝혔다.

중국은 2025년까지 독일 수준의 제조업 강국(强國) 달성을 골자로 한 '중국 제조 2025' 전략을 강력 추진하고 있다. 허윤 서강대 국제대학원장은 "우리나라의 중후장대형 산업은 중복·과잉 투자로 이익이 감소하는 데다 중국의 맹추격으로 안팎에서 위기를 맞고 있다"며 "강도 높은 R&D(연구·개발) 노력으로 중화학공업의 질적(質的) 도약을 이루는 게 시급하다"고 말했다.

성장률 떨어지고 失業 늘어도 '좀비 제조업' 빠르게 솎아낸다
유화·철강 등 13大 품목 수출액 10% 줄어

 

중국 내 스마트폰 판매 1위 자리를 삼성전자가 '화웨이(华为)'에 내준지 오래다. 화웨이 제품은 한국 브랜드 제품보다 저렴한 가격에 성능이나 속도, 디자인 면에서도 뒤지지 않는다는 평가를 받으며 인기를 모았다. 현재는 글로벌 중·저가폰 시장을 휩쓸며 LG를 제치고 세계 3위 스마트폰 메이커로 부상했다. 이후 '샤오미(小米)'까지 한국 시장에 진출하면서, 한국 스마트폰은 중국에서는 물론 한국 시장에서도 그 힘을 조금 잃었다.

한국 스마트폰 산업은 애플의 견고한 성(城)을 뚫지 못하면서 중국 업체의 거센 공격을 받고 있다. 관련 업체들은 차별화를 위해 고심하고 신제품 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다지만, LG는 글로벌 선두권 경쟁에서 탈락했고, 삼성은 아직까지 세계 스마트폰 판매량 1위 자리를 지키고는 있으나 아슬아슬한 상황이다.

미국 시장조사업체 IC인사이츠가 지난 6월 9일(현지 시각)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올 1분기 전 세계 스마트폰 판매량 1위는 8,150만대를 판매한 삼성전자였다. 2위는 애플(5,160만대), 3위는 중국 화웨이(2,890만대)였다. 1~3위는 지난해와 순위가 같았다.

휘는 스마트폰, 가상현실 폰… 중국이 먼저 내놓는다
물량 공세로 세계 시장을 공략했던 중국 스마트폰 업체들이 기술에서도 앞서가기 시작했다. 지금까지는 저렴한 가격을 무기로 점유율을 늘려 왔다면 이제부터는 신기술로 무장한 제품을 삼성전자나 애플보다 먼저 선보이며 프리미엄 시장까지 넘보고 있다.

스마트폰·태블릿을 접고 구부리는 것은 시장의 판도를 바꿀 차세대 기술로 불린다. 제품 크기를 줄여 휴대성을 높이고 디자인도 다양하게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여러 번 접었다 펴고 구부릴 수도 있는 디스플레이 개발과 내부 부품 구성이 어려워 실제 제품은 지금껏 나오지 못했다. 스마트폰 세계 1위 삼성전자도 비슷한 스마트폰을 개발 중이지만 아직은 시제품을 내놓지 못했다. 그러는 사이 중국 스마트폰 업체 '레노버'가 선수를 쳤다. 레노버는 이르면 내년 초부터 이들 제품을 출시할 것으로 알려졌다. 레노버는 한때 미국 최고의 스마트폰업체 모토롤라를 인수하며 선두권 진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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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하게 비상하는 '대륙의 폰' 중국 스마트폰의 힘

 

품질이 아니라 가격 대비 성능 관점에서 보면 중국 제품 경쟁력은 압도적

카이스트 이병태 교수

세계 5위 스마트폰 업체인 중국의 샤오미는 지난 3월, 서울 영등포구 서울마리나에서 간담회를 열고 "한국 유통 대행 업체인 코마트레이드와 정식 계약을 맺고 5월 1일부터 다양한 제품을 한국 시장에 내놓을 예정" 이라고 밝힌 바 있다. '대륙의 실수'라는 별명을 가진 샤오미는 저렴한 가격에 품질·디자인 경쟁력을 갖춘 정수기, 공기청정기, 체중계, 보조 배터리 등을 차례로 출시해오고 있다.

그동안 한국 시장에 중국 IT·가전제품들은 암암리에 판매됐다. 속칭 '보따리상'이라는 병행 수입 업자들이 중국 현지에서 들여와 판매하거나, 일부 해외 직구족(族)이 알리바바 등을 통해 구해 썼다. 과거 한국 휴대전화가 보따리상을 통해 중국으로 판매된 것과 정반대 상황이었다.

하지만 올해 들어서는 공식 유통 채널로 제품을 들여오고 있다. 이동통신 업계 1위인 SK텔레콤, 전자제품 유통 업계 1위인 롯데하이마트 등이 앞장서 중국 제품을 들여오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유통망을 제대로 갖춘 중국 제품들이 진입하면서 중·저가 시장에서는 상당한 위협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작은 것부터 차근차근 잠식…
TV·냉장고·공기청정기에도 도전장

TV·냉장고 등 생활 가전 시장에도 중국 업체들이 점차 발을 들이고 있다. 작년 12월 롯데하이마트는 중국 TCL의 풀HD(고화질)급 LCD(액정 표시 장치) TV를 출시하고 20일 만에 3,000여 대를 팔았다. 이 제품은 화면 테두리(베젤) 두께가 1.5㎝에 불과하며 가격은 비슷한 사양의 삼성·LG TV보다 30%가량 저렴한 29만 9,000(32인치)∼72만 9,000원(50인치)이다. 또 중국의 하이얼·미디어 등에서 출시한 중·소형 냉장고나 건조기, 공기청정기 등도 인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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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륙의 실수? 샤오미의 혁신은 계산된 성공"

 

각종 규제로 인해 국내 게임업계가 주춤거리는 틈을 타고 중국 자본이 한국 게임산업을 잠식해 가고 있다. 이에 따라 국내 기업의 숙련된 인력과 앞선 기술이 중국에 유출될 것이라는 우려를 낳고 있다.

전 세계에서 게임 매출 1위인 중국 게임업체 '텐센트'는 2014년 한 해 동안 넷마블게임즈(5천 300억 원, 지분율 25%), 네시삼십삼분(1천 300억 원, 지분율 24%), 파티게임즈(200억 원, 지분율 14%), 카본아이드(100억 원, 지분율 10%) 등 국내 유명 게임업체들의 지분을 사들였다. 다른 중국 게임업체 중칭바오도 국내 게임업체 앱크로스의 지분(미공시) 33억 원어치를 2014년 12월에 매입했다. 중국의 또다른 유력 게임업체 샨다는 2010년 9월 국내 게임업체 아이덴티티게임즈를 1천 200억 원에 아예 사들였다.

중국 게임업체들이 국내 게임업체에 공격적으로 투자하는 배경으로 글로벌 경쟁력 강화가 꼽힌다. 이런 식의 지분 인수나 제휴를 통해 한국 게임업체의 앞선 기술력을 단기간에 흡수하겠다는 의도다. 중국 게임업체들이 그간 투자한 국내 기업들은 대부분 상위 20위권에 들어 있다.

국내 게임업계 관계자는 "중국업체들의 게임 개발기술이 빠르게 발전하고 있지만, 디자인이나 그래픽 부분에서는 아직 국내 업체들에 많이 뒤져 있다"면서 "국내 게임의 중국 현지화 과정에서 우수한 개발인력이 중국으로 많이 빠져나간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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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이 반도체 산업 육성을 위한 대규모 물량 공세에 나섰다. 중국의 국영 반도체기업 XMC는 지난 3월 28일, 미국 반도체 설계 전문기업 사이프레스와 공동으로 240억 달러(약 27조 9,744억 원)를 투자해 후베이성 우한(武漢)에 메모리칩 공장을 짓겠다고 발표했다. 중국 칭화대 산하 기업인 칭화유니그룹 역시 반도체 생산공장 건립에 300억 달러(약 34조 9,680억 원)를 투자하겠다고 선언했다.

두 기업은 모두 스마트폰·PC 등에 탑재되는 메모리 반도체인 D램과 낸드플래시 생산에 주력한다. 삼성전자·SK하이닉스 등 한국 기업들이 강점을 가진 분야다. 한국 기업을 경쟁 상대로 정조준한 것이다.

이 업체들의 개별 투자 규모는 이미 세계 1위 메모리 반도체 기업인 삼성전자를 넘어섰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경기도 평택의 반도체 공장 설립을 위해 당시로써는 사상 최대인 15조 6,000억 원을 투자하겠다고 밝혔지만, 중국 두 회사는 이를 가볍게 넘어섰다.

중국 정부도 본격적으로 반도체 산업 밀어주기에 나서고 있다. 중국 정부는 2014년 6월 '국가집적회로(반도체) 발전 추진 요강'을 발표하면서 총 1,200억 위안(약 21조 4,400억 원) 규모의 정부 펀드를 마련했고, 베이징·상하이 등 지방자치단체에서도 수조원 규모의 펀드를 마련했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중국 정부가 조성한 자금이 해외 반도체 기업 인수·합병이나 대규모 시설 투자에 들어간다"면서 "중국 정부가 노골적으로 자국 반도체 기업을 밀어주는 셈"이라고 말했다.

중국은 해외 기업과의 '합작'과 외부 '인재 수혈'을 통해 한국 기업과의 기술 격차를 줄인다는 방침이다. 실제로 최근 중국 IT 기업들은 정부 후원 아래 다양한 합작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으며 인재 유치를 위해 엄청난 스카우트 비용을 뿌리고 있다. 반도체 업계에 따르면 중국 기업들은 한국·대만의 반도체 기술자 영입을 위해 '1년 연봉의 5배를 3년간 보장한다'는 파격적인 조건을 제시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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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뷰티' 열풍을 타고 지난해 국산 화장품 생산액이 사상 처음 10조 원을 넘어섰다. 중화권 수출액이 2조 원을 돌파하면서 화장품 무역 흑자는 1조 원을 넘어섰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지난해 우리나라 화장품 생산 실적이 10조 7,328억 원을 기록해 전년도(8조 9,704억 원)에 비해 19.6% 증가했다"고 8일 밝혔다.

지난해 한국 화장품 수출액은 25억 8,780만 달러(약 2조 9,979억 원)로 전년보다 43.7% 증가했다. 한국 화장품 산업은 한류(韓流) 열풍을 타고 기능성 제품을 속속 내놓으며 변신 중이다. 글로벌 명품 업체가 기술 전수를 요청할 만큼 독보적인 품질을 인정받은 '쿠션' 제품, 중국 대륙을 휩쓴 마스크팩 등에 이어 최근에는 의학·제약·화장품을 융합한 코스메슈티컬 분야 등으로 영역을 넓혀가고 있다.

이러한 K뷰티 열풍으로 중국 내 '짝퉁 한국 화장품'까지 급증해, 업체들은 제품에 특수 제작된 홀로그램을 부착하고 용기 디자인을 복잡하고 까다롭게 만드는 등 치열한 머리 싸움을 벌이고 있다.

김주덕 성신여대 메이크업디자인학과 교수는 "앞으로 3년 뒤면 중국 화장품 업체들이 한국 제품과 비슷한 품질의 저가 제품을 양산할 것"이라며 "기능성 제품 생산을 저해하는 각종 규제를 풀고, 제약 산업의 수십 분의 1에도 미치지 못하는 화장품 산업에 대한 정부 투자와 지원을 대폭 늘려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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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30~40% 급성장하는 中 영화시장
영국 이코노미스트는 "중국 영화 시장이 2017년 연간 100억 달러에 달해 (미국을 제치고) 세계 최대 규모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스위스 투자은행 크레디스위스는 작년 10월 발표한 '세계 부(富) 리포트'에서 "자산 5만~50만 달러(약 5,700만~5억 7,000만 원)를 가진 중국 중산층 인구가 1억 900만 명으로 미국의 9,200만 명을 추월했다"고 말했다. 세계 최대 규모 중산층이 여행·영화 등 여가 생활에 주머니를 본격적으로 여는 시대가 중국에 열린 것이다. 중국 정부는 1980년대까지 영화를 선전·선동 도구로 인식했다. 1989년 톈안먼 사태 때만 해도 자본주의 영화가 중국의 사회주의 이데올로기를 오염시킨다고 우려했다.

그러나 2000년대 들어 영화를 내수 진작을 위한 산업으로 보기 시작했다. 영화관을 갖춘 복합 쇼핑몰이 중소 도시에도 들어서 중산층과 신세대의 소비 욕구를 자극했다. 이에 발맞춰 국무원(행정부) 산하 신문출판광전총국은 매년 영화 산업 지원을 위한 정책과 자금을 내놓고 있다. 이런 지원 아래 중국 스크린 수는 2010년 6,256개에서 2014년 2만 4,317개로 3배 가까이 증가했다.

영화 시장이 커지면서 중국 3대 인터넷업체인 배트맨(BAT·바이두, 알리바바, 텐센트)이 모두 영화판에 뛰어들었다. 이들은 영화 제작·투자·유통 등에 손을 대면서 영화 시장의 파이를 키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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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방송콘텐츠 제작 수준, 우리 턱밑까지 따라왔다"
중국에서 한국의 예능 프로그램을 모방하거나, 프로그램 포맷을 수입하는 등의 방식으로 한국 방송 따라하기가 열풍이다. 단순히 모방하는 수준을 넘어, 방송 제작 기술이 급속도로 발전했다고 한다. MBC 김영희 PD는 "중국의 방송 제작 수준이 우리 턱밑까지 쫓아왔다"고 했다. 그는 지난 몇 년간 수없이 중국을 왕래하면서 현지 방송 제작 현장을 경험했다. 중국의 후난TV에서 그가 만든 MBC '나는 가수다'의 프로그램 포맷을 수입하면서 김 PD를 '연출 자문(플라잉 PD)'으로 섭외했기 때문이다. 당시 김 PD는 약 2달간 중국판 '나가수'의 제작을 중국 방송 현장에서 진두지휘했다.

그는 "당초 중국 방송 콘텐츠가 우리를 따라잡으려면 5년은 걸릴 거라고 생각했지만, 현장에서 직접 보니 3년이면 충분할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중국 방송국의 강점으로 막대한 자본과 인력을 꼽았다. 한국에서 '나가수'의 편당 제작비는 1억~1억 5,000만 원 선이었다. 하지만 중국판 '나가수'는 한 회 방송을 위한 음향 장비에만 6,000만 원 넘게 쏟아부었다.

김 PD는 "동남아 시장도 지금은 우리가 유리한 위치에 있지만, 빠른 속도로 중국에 잠식될 것이다. 화교도 많고 기본적으로 중국 문화권이라서 중국 콘텐츠들이 유리하다"며 "경쟁보다는 공동 제작을 통해서 시장을 함께 공유하는 방식을 시급히 고민하고 정착시켜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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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한국을 먹여 살려온 업종들이 하나둘 중국에 밀리고 있다는 소식이 들려올 때마다, 경제는 더욱 악화되고 잘해오던 우리 기업들이 세계 무대에서 도태되는 것 아닌가 하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이에 따른 국가적인 대응책이 필요하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기업들이 R&D(연구·개발) 투자를 늘리고, 기술 경쟁력과 브랜드 경쟁력을 키우는 것이 가장 중요하고, 정부도 투자 환경 개선을 통해 이를 뒷받침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