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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상 살인' 광현호 항해사의 기지...피의자 안가두고 팔 깁스해놔

Shawn Chase 2016. 7. 5. 22:28

손호영 기자  

입력 : 2016.07.05 17:37 | 수정 : 2016.07.05 17:48


지난달 27일 원양어선 '광현 803호' 선상살인사건을 침착하게 제압한 항해사 이모(50)씨가 참고인 조사를 위해 입국하는 모습/연합뉴스



원양어선 ‘광현 803호’ 선상살인 사건과 관련한 한국인 항해사 이모(50)씨의 뒷이야기가 화제다. 무술 유단자인 그는 사건 피의자들을 침착하게 제압하고 추가 피해를 막았다.

지난달 19일 오후 살인사건 발생이 벌어지자 베트남인 피의자 2명을 제외한 다른 선원들은 모두 창고나 선실 안으로 도망가 문을 걸어 잠갔다. 하지만 선실에서 쉬고 있던 항해사 이모씨는 일부 선원들로부터 사건 소식을 듣고 곧바로 조타실로 달려갔다. 이씨는 조타실에서 온몸이 칼에 찔려 숨진 선장을 발견했다. 선장은 출혈이 심해 손을 쓸 수가 없을 지경이었다.

조타실에서 나가려던 이씨는 칼을 든 베트남 선원 V(32)씨와 맞닥뜨렸다. 당시 V씨는 제정신이 아니었다. 얼굴과 몸은 온통 피를 뒤집어 썼다.

V씨는 이씨를 향해 손으로 목을 긋는 표시를 하며 덤비라는 듯 위협했다. 이씨는 잠시 물러나는 척했다가 흉기를 든 V씨의 발을 걸어 넘어뜨렸다. 순식간에 공격을 받은 V씨는 꼼짝없이 당했다. 조타실로 올라온 다른 피의자 B(32)씨도 이씨에게 달려들었지만 태권도 4단, 합기도 2단 등 상당한 무도 실력을 갖춘 이씨에게 제압당했다.

선장과 기관장이 숨진 이후 유일한 한국인이었던 이씨는 다른 선원의 반발이나 추가 난동을 걱정했다. 더구나 사고 해역에서 가장 가까운 육지인 세이셸군도 빅토리아항은 사건 현장에서 1000㎞ 정도 떨어져 있어 도착까지 최소 4일 이상 걸렸다.

이씨는 피의자 2명을 감금이나 포박하지 않고 다른 선원과 함께 생활할 수 있도록 했다. 범행과정에서 다친 V씨의 오른손을 치료해 주겠다며 붕대로 꽁꽁 감았다. 깁스한 것처럼 만들어 팔을 못 쓰게 할 목적이었다. 해경,선사와도 수시로 위성전화를 하며 선내 동향을 알렸다.

이씨는 4일 내내 잠을 거의 잠을 자지 않고 조타실에서 배 운항을 맡았다. 피의자 2명, 외국인 선원 13명과 함께 항해하던 이씨는 빅토리아 항 도착 전 기습적으로 배에 해경 수사팀이 올라타 광현호를 장악한 후에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이씨는 지난달 27일 참고인 조사를 받기 위해 입국해 “저는 일등 항해사로서 저의 책무에 최선을 다했을 뿐”이라고 말했다.

부산해양경비안전서는 이씨를 살인사건 신고자가 아닌 검거자로 간주하고 이씨에 대한 포상을 추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