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영국 '反세계화의 방아쇠' 당기다

Shawn Chase 2016. 6. 27. 00:15

런던=장일현 특파원


입력 : 2016.06.25 03:00

英국민투표 예상깨고 'EU 탈퇴' 선택… 43년만에 결별
2차대전 이후 형성된 국제질서 깨져 '불확실성 시대'로
캐머런, 사의 표명… 佛·네덜란드 등 도미노 탈퇴 우려


데이비드 캐머런 총리


영국이 23일(이하 현지 시각) 유럽연합(EU) 탈퇴 여부를 묻는 브렉시트(Brexit·영국의 EU 탈퇴) 국민투표에서 탈퇴를 선택했다. 1973년 EU의 전신인 유럽경제공동체(EEC)에 가입한 이후 43년 만에 결별을 택한 것이다.

영국의 탈퇴로 EU 회원국은 28개국에서 27개국으로 줄어들게 됐으며, 영국과 유럽은 지금껏 경험하지 못한 '불확실성의 세계'에 발을 들여놓게 됐다. 영국 이외에 프랑스·네덜란드·덴마크 등 유럽 다른 나라에서도 EU 탈퇴 여론이 높아지고 있어 EU 체제 붕괴가 빨라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영국 선거관리위원회는 24일 오전 전날 치른 브렉시트 찬반 국민투표 결과, 51.9% 찬성으로 EU 탈퇴를 결정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이번 투표에는 등록 유권자 4650만명 중 3357만명(72.2%)이 참여한 것으로 집계됐다.

23일 투표 마감 직후 나온 여론조사 기관 유고브의 투표자 예측 조사에서는 잔류가 52%를 얻어 4%포인트 차로 탈퇴를 앞설 것으로 나왔지만, 실제 결과는 탈퇴 측이 잔류보다 126만표(3.8%포인트) 많은 예상 밖 압승을 거뒀다. EU 탈퇴 운동을 주도한 극우 성향의 영국독립당(UKIP) 나이절 패라지 대표는 "영국 독립의 여명이 밝았다"고 선언했다.

영국 브렉시트 찬반 국민투표 최종 결과


이번 투표에서 잔류 측은 경제 문제를, 탈퇴 측은 이민자 통제와 주권 회복을 집중 강조했는데, 유권자들은 결국 반(反)이민과 반EU를 내건 탈퇴 측 손을 들어줬다. 뉴욕타임스는 "이번 투표 결과는 영국 내 포퓰리즘적 정서를 반영한 것으로 국제사회 내 영국의 위상과 EU의 미래에 심대한 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했다.

데이비드 캐머런〈사진〉 총리는 이날 오전 대국민 담화를 통해 "내가 다음 목적지를 향해 나라를 이끌 선장으로 적절하지 않은 것 같다"며 오는 10월 사퇴하겠다고 발표했다. 캐머런 총리는 "EU 탈퇴 협상은 새 총리가 해야 한다"고 말했다. EU 탈퇴는 영국 정부가 탈퇴 의사를 EU에 통보한 뒤 2년 안에 이뤄져야 한다.

영국은 이번 EU 탈퇴 결정으로 앞으로 2년간 국내총생산(GDP)이 현재보다 3.6% 하락하고, 일자리가 52만개 이상 감소하는 등 극심한 경제난을 겪을 전망이다.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가 결정된 24일(현지 시각) 런던의 명물 시계탑‘빅 벤(Big Ben)’인근 윈스턴 처칠 전 영국 총리 동상에 짙은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다. 아래쪽 원형 사진은 윈스턴 처칠의 생전 모습.
처칠은 70년前 '하나의 유럽' 역설했는데… 그 반대로 간 후손들 -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가 결정된 24일(현지 시각) 런던의 명물 시계탑‘빅 벤(Big Ben)’인근 윈스턴 처칠 전 영국 총리 동상에 짙은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다. 2차 대전이 끝난 직후인 1946년 9월 윈스턴 처칠 당시 영국 총리는 스위스 취리히 연설에서“유럽 대륙이 평화와 안전, 자유 속에서 살 수 있게 유럽합중국을 만들어야 한다”고 역설했다. 그로부터 70년이 지난 올해‘하나 된 유럽’을 주창한 처칠의 염원과는 달리 그의 후손들이 독자 노선을 택하며 EU는 붕괴 위기를 맞았다. 아래쪽 원형 사진은 윈스턴 처칠의 생전 모습. /AFP 연합뉴스


EU는 긴박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EU 경제의 17%, 인구의 13%를 차지하는 영국의 탈퇴로 EU 위상 축소가 불가피한 데다 반EU 분위기 확산이라는 발등의 불을 꺼야 하기 때문이다. 도날드 투스크 EU정상회의 의장과 장클로드 융커 EU집행위원장, 마르 틴 슐츠 유럽의회 의장 등은 이날 브렉시트에 따른 대책 마련에 들어갔다. 영국을 제외한 EU 회원국들은 다음 주 중 벨기에 브뤼셀에 모여 EU 존속 방안을 논의한다.

중동 난민 문제와 이슬람국가(IS) 등을 상대로 한 테러전도 적잖은 타격이 예상된다. 미국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등은 그동안 브렉시트가 국제사회 안보 역량을 약화시킬 것이라고 경고해왔다.



글로벌 금융시장 '검은 금요일'


입력 : 2016.06.25 01:18

日 7.9%, 유럽 장중 6~10% 급락
코스피 3%↓, 코스닥 한때 중단
파운드화 가치 1985년 이후 최저


'블랙 프라이데이' 맞은 세계 증시


영국의 예상 밖 선택이 전 세계 금융시장에 '블랙 프라이데이(검은 금요일)'를 몰고 왔다.

24일 영국의 EU 탈퇴가 확실시되자 먼저 개장한 아시아 증시부터 도미노 폭락이 시작됐다. 아시아 증시 가운데 가장 충격받은 곳은 일본이었다. 파운드화 가치 폭락과 맞물려 엔화 가치가 급등하자, 엔저에 기반한 아베노믹스가 근저부터 흔들리게 됐기 때문이다. 투자자들의 투매가 시작되면서 닛케이 225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7.9% 폭락했다. 우리나라 코스피도 장중 한때 1900선이 무너지는 등 전 거래일보다 61.47포인트(3.09%) 급락했다. 코스닥에선 장중 7%가 넘게 폭락해 '사이드카(주가 급등락 때 일시적 거래 중단)'가 발동됐다. 홍콩 항셍지수도 3% 가까이 빠졌고, 아시아 주요국 증시 중 하락 폭이 작았던 중국 증시도 1.3% 내렸다.

영국의 유럽연합 잔류 가능성이 크다는 예측에 힘입어 5거래일 연속 상승세를 탔던 유럽 증시도 개장하자마자 대폭락했다. 독일 DAX지수는 개장 직후 10% 넘게 폭락했다가 25일 0시(한국 시각) 현재 전 거래일보다 6.03% 하락했다. 같은 시각 프랑스와 영국은 각각 6.98%, 2.07% 떨어졌다. 그리스(-13%), 이탈리아(-11%), 스페인(-11%) 등 남유럽 국가의 증시 하락폭은 더욱 컸다. 미국 S&P500지수도 개장하자마자 2.76% 하락했다.

외환시장도 크게 출렁거렸다. 파운드화 가치는 전날보다 10% 넘게 하락해 1985년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안전 자산으로 분류되는 달러와 엔화는 초강세를 보였다. 달러 대비 엔화 환율은 장중 100엔대가 무너지는 등 3% 넘게 급락했다(엔화 가치 상승). 전 세계 외환시장이 요동치면서 이날 달러 대비 원화 환율은 달러당 1179.9원으로 하루 만에 29원 올랐다.



1·2차大戰 겪은 유럽, 경제공동체로 시작… 글로벌 금융위기後 회의론 번져



입력 : 2016.06.25 03:00

[브렉시트 쇼크]

- EU 출발서 브렉시트까지
1946년 처칠 "유럽합중국 필요" 93년 EU 출범, 2002년 유로 도입


영국이 24일(현지 시각) 브렉시트를 결정하면서 43년 만에 유럽연합(EU)의 틀에서 벗어나게 됐다.

유럽 국가들은 1·2차 세계대전을 치른 이후 전쟁 재발을 막기 위한 역내 통합에 나섰다. 윈스턴 처칠 당시 영국 총리는 1946년 스위스 취리히에서 "유럽 대륙이 평화와 안전, 자유 속에서 살 수 있게 유럽합중국을 만들어야 한다"고 연설하기도 했다.

시작은 경제적 협력이었다. 독일(서독)과 프랑스, 네덜란드, 이탈리아, 벨기에, 룩셈부르크 6개 나라가 1958년 석탄 및 철강 공동시장 등을 목표로 유럽경제공동체(EEC)를 구성했다. EU의 전신이다. EEC는 이후 유럽 내 여러 공동체를 통합해 1967년 유럽공동체(EC)가 됐다. 영국은 1973년 대영(大英) 제국의 자존심을 꺾고 EC에 가입했다. 당시에도 찬반 의견이 분분해 1975년 집권 노동당 주도로 EC 탈퇴 여부를 묻는 국민투표가 실시됐지만, 67.2%로 잔류에 찬성했다.

이후 EC는 1985년 가입 국가 간 자유로운 이동을 보장하는 솅겐조약을 체결했고, 1991년에는 공동의 외교안보·내정 정책 등 정치 통합을 지향하는 마스트리히트조약을 체결했다. 이를 바탕으로 1993년 정치 통합을 이룬 EU가 출범했다. 2002년에는 공동 화폐인 유로화를 도입하면서 EU는 '하나의 유럽'에 더욱 다가섰다.

그러나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 이후 포르투갈·이탈리아·스페인 등지에서 경제 위기가 발생하고 그렉시트(그리스의 유로존 이탈) 문제가 터지면서 EU 회의론이 급속히 확산됐다. 여기에 이민자 유입으로 인한 치안 불안, 시리아 등지에서 들어오는 난민 문제 등이 겹치면서 브렉시트가 현실화됐다.




자충수로 끝난 캐머런의 도박



입력 : 2016.06.25 03:00

[브렉시트 쇼크]

'브렉시트' 총선 공약 내걸고 2015년 보수당 승리 이끌어… 脫EU 현실화 되자 "사퇴"


영국의 유럽연합(EU) 회원국 잔류 여부를 국민투표에 부치는 방안이 처음 거론된 것은 3년여 전인 2013년 1월이다. 데이비드 캐머런(50) 총리는 "브렉시트(Brexit·영국의 EU 탈퇴) 투표 실시를 2015년 총선 공약으로 내걸겠다"고 처음 밝혔다.

영국과 유럽 대륙의 관계는 영국 정치권의 오랜 논쟁 주제였다. 당시에도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 위기를 계기로 반(反)EU를 주장하는 극우 성향 영국독립당(UKIP)이 대중적 인기를 얻으면서 영국 사회에서 EU 탈퇴에 대한 요구도 커지고 있었다. 집권 보수당 내에서도 EU 회의론자들이 숫자를 불려나갔다. 캐머런 총리는 보수당 내 EU 탈퇴파의 불만을 잠재우고 극우 정당으로 쏠리는 유권자 마음을 잡기 위해 EU 잔류 여부를 묻는 국민투표 카드를 꺼냈다.

그는 실제로 지난해 총선에서 브렉시트 투표를 공약으로 내걸었고, 총선 승리로 국민투표가 기정사실화됐다. 이후 캐머런 총리는 "영국이 EU에 남으려면 국민을 설득할 선물이 있어야 한다"며 영국에 특별한 혜택을 부여하는 협상안을 EU로부터 얻어냈다. 이어 이 안을 바탕으로 "이런 조건이라면 EU에 남는 것이 유리하다"고 국민을 설득하면서 투표 날짜를 6월 23일로 잡았다.

보수당 내에서는 캐머런 총리라면 브렉시트 국민투표를 너끈히 이겨낼 수 있을 것이라는 시각이 다수였다. 그는 2010년 총선에서 승리해 노동당 집권 13년에 마침내 마침표를 찍고 보수당 정부를 출범시켰다. 자신은 1812년 로드 리버풀 총리 이후 최연소 총리에 올랐다. 또 어려운 승부가 될 것으로 예상됐던 작년 총선에서도 브렉시트 국민 투표 실시를 공약으로 내걸고 압승을 거둬 과반 의석을 확보했다.

하지만 이번 국민투표에서는 밀려드는 이민자에 대한 불만과 영국 사회의 뿌리 깊은 반EU 정서에 발목이 잡혀 결국 EU 탈퇴라는 초유의 결과가 벌어지고 말았다. 그는 24일 사임 의사를 밝혔다.



"사상초유 악재… 세계가 어떤 길 갈지 아무도 모른다"


입력 : 2016.06.25 01:23

[브렉시트 쇼크] 다시 위기 앞에 선 글로벌 경제

EU·60개국 FTA, 영국 탈퇴로 무역협정 다시 맺어야할 판
글로벌 교역 위축 불가피… 신흥국들서 자본 이탈 가능성도
"투자자들, 보호무역 촉발한 1930년대 기록 들춰보기 시작"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 이후 근근이 몸을 추슬러 가며 회복의 실타래를 풀어가려던 세계경제에 또다시 초대형 악재가 터졌다. 영국의 유럽연합 이탈(Brexit)은 세계경제의 흐름이 또 다른 변곡점을 맞고 있다는 점을 보여주는 상징적 사건이다. 글로벌 금융 위기 이후 세계 주요국들은 위기 대응 공조 시스템을 구축하고, 재정·통화 정책을 총동원해 위기 탈출구를 함께 모색해 왔다. 그 결과 세계 대공황은 피할 수 있었지만, 막대한 유동성이 부동산, 주식 등 자산시장으로 흘러들어가 '부의 양극화'라는 부작용을 낳았다. 이런 현실에 불만을 가진 영국인들은 '더 이상 희생과 공조는 싫다. 내 살길은 내가 찾겠다'며 각자도생(各自圖生)의 길을 선택했다. 브렉시트라는 악재의 폭발성은 바로 여기에 있다. 영국의 선택에 자극받은 다른 EU 회원국의 연쇄 탈퇴, 주요국들의 보호주의 정책 강화로 이어질 경우 세계경제는 전대미문의 대혼란에 빠질 수 있다. 로이터통신은 이날 브렉시트 뉴스 속보를 전하며 "글로벌 투자자들이 보호무역주의, 국수주의, 세계화 후퇴를 경험한 1930년대 후반의 기록을 들춰보기 시작했다"고 보도했다.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증권거래소 직원은 거래 현황판을 보기 싫다는 듯 엎드려 있다.
패닉에 빠진 세계 증시 - 24일(현지 시각) 영국의 EU 탈퇴가 결정된 후 세계 금융시장이 공황에 빠졌다.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증권거래소 직원은 거래 현황판을 보기 싫다는 듯 엎드려 있다. /AFP 연합뉴스
◇신흥국 자본 이탈 등 혼란 우려

브렉시트가 당장 직격탄을 날리고 있는 곳은 국제 금융시장이다. '불확실성'에 공포를 느낀 투자자들은 남미 등 신흥국과 유럽에서 일제히 미국 국채나 일본 엔화 등 안전 자산으로 옮길 태세다. 24일 달러·엔화 가치가 급등하고 영국 파운드와 신흥국 통화들의 가치가 폭락한 것은 머니 무브(money move·자금 이동)의 전조를 보여주는 현상이다. 독일 코메르츠방크는 "EU 다음으로 영국과 무역이 활발한 남미 국가들과 아시아 등 신흥국에서 자금 이탈이 우려된다"고 밝혔다. 또 국제 원자재 값이 급락하면서 원자재 의존도가 큰 신흥국들이 금융 위기에 빠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다카하시 다쿠야 일본 다이와증권 수석전략가는 "안전자산인 금을 제외한 원자재 가격은 약세를 면치 못할 것이다"며 "산유국 등 원자재 국가들의 경제가 더 어려워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영국의 유럽연합 탈퇴가 세계 경제에 얼마만큼 충격을 줄까 외
◇각자도생 도미노, 세계경제 위축 위험

실물 경제 면에서 브렉시트는 세계 무역의 위축을 가져올 가능성이 크다. EU는 세계경제의 23%를 차지하는 최대 단일 시장이다. EU는 60개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을 맺었는데 영국이 EU를 탈퇴하면서 이 나라들과 다시 무역협정을 맺어야 할 처지에 놓였다. 국제통화기금(IMF)은 교역 감소 등으로 EU·영국 간 탈퇴 협상이 끝나게 되는 2018년까지 영국 GDP가 5.2% 줄어들 것으로 전망했다. EU의 국내총생산(GDP)도 최대 0.5%, EU 이외 지역의 총생산은 최대 0.2% 하락할 것으로 전망했다. 영국 및 EU와 교역 비중이 높은 미국과 중국도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 미국 제너럴 일렉트릭(GE) 제프리 이멜트 회장은 "세계경제가 이제까지 봐온 가운데 가장 불확실하다"며 "보호무역주의가 부상하고 세계화는 전례 없는 공격을 받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파운드화 약세가 달러·엔 등 주요 통화의 강세를 촉발하고 있다. 당장 미국의 추가 금리 인상도 '물 건너갔다'는 분석이 나온다. 미국과 일본의 경우 자국 통화 강세로 수입이 늘어나면 무역 적자가 커지게 된다. 이를 막기 위해 이 국가들에서 통화 약세 정책을 펴게 되면 세계적으로 '통화 전쟁'이 재발할 수도 있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각국의 경쟁적 통화 평가 절하와 보호무역주의가 득세하면 교역이 줄어 세계경제가 동반 침체하는 악순환으로 연결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동은 고려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이것도 어디까지나 추정일 뿐 EU 첫 탈퇴국 등장이라는 변수 앞에 어떤 일이 벌어질지 아무도 모른다"고 말했다.


NYT "브렉시트, 세계를 실신시켜"… 환구시보 "300년전으로 돌아간 영국"


입력 : 2016.06.25 03:00

[브렉시트 쇼크]

세계 언론 반응

세계 언론들은 영국이 유럽연합(EU) 탈퇴를 선택한 원인과 자국에 미칠 영향을 분석하며 다양한 대비책을 주문했다. 미국 뉴욕타임스는 '영국의 EU 탈퇴 투표가 세계를 실신시키다'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경제적·문화적 혼란 속에서 반(反)엘리트주의, 포퓰리스트와 국수주의자들의 힘이 돋보인 결과"라면서 "EU는 앞으로 나아갈 방향성과 미래의 결속력에 대해 근본적 의문을 갖게 됐다"고 보도했다. 워싱턴포스트는 "스웨덴, 덴마크, 그리스, 네덜란드, 헝가리, 프랑스 등으로 EU 탈퇴 바람이 번질 수 있다"고 했고, 월스트리트저널은 "EU가 경제·군사적으로 강력한 회원국을 잃게 돼 난민 위기와 중동 불안, 러시아의 공세 등에 대응할 힘이 크게 떨어졌다"고 진단했다.

일본 요미우리신문은 "경제 위축, 중동 난민 문제, 테러 위협 등 난제들에 대한 비난의 화살이 EU로 향하고 있다"며 "EU가 한꺼번에 분열할 수 있는 중대한 위기에 처했다"고 지적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EU는 구(舊)공산권 동유럽 국가들을 받아들이며 범위를 확대해왔는데, (브렉시트는) 유럽 통합이 역류(逆流)하는 전기(轉機)로 작용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중국 외교부 화춘잉(華春榮) 대변인은 정례 브리핑에서 "각국은 이제 불가피하게 '영국이 존재하지 않은 EU'라는 현실에 직면하게 됐다"며 "영국과 EU가 대화를 통해 조속히 서로에게 이익이 되는 번영과 안정의 길을 도출해내기를 바란다"고 했다. 관영 CCTV는 영국을 연 결해 현지의 긴박한 분위기를 전하며 중국 경제에 미칠 영향을 심층 분석했다. 인민일보 자매지인 환구시보는 '300년 전 원점으로 돌아간 영국, 유럽 쇠락 가속화'라는 제목의 사설에서 "영국은 이제 해가 지지 않는 대영제국을 건설하기 전의 원점으로 돌아갔다"며 "강한 달러에 맞설 라이벌이 없어져 미국이 유럽에 대한 영향력을 행사하기가 한결 쉬워졌다"고 했다.

트럼프 "영국은 그들의 나라를 되찾았다… 그건 위대한 결정"


입력 : 2016.06.25 03:00

[브렉시트 쇼크] 新고립주의 확산 우려

브렉시트와 트럼프 열풍은 닮아
트럼프 '미국 우선주의' 주창… 힐러리도 보호무역주의 내걸어
유럽 포퓰리스트 정당들도 가세
감성에 호소하는 포퓰리즘 전 세계적으로 확산될 가능성

세계 주요 국가들의 이민자 현황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가 결정되면서 글로벌 신(新)고립주의가 미국과 유럽 전반으로 확산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올 11월 대통령 선거를 앞둔 미국에서도 공화당 대통령 후보가 확정적인 부동산 재벌 도널드 트럼프가 불법 이민은 물론이고, 합법적인 이민에까지 '메스'를 대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일부 언론은 브렉시트(Brexit)와 트럼프 열풍을 비슷한 반열에 놓고 분석했다. 미국 CBS는 영국 국민이 사전 여론조사 때와 달리 브렉시트를 택한 것과 관련해 "트럼프 지지자와 브렉시트 지지자의 공통점은 분노와 불만"이라며 "기성 정치에 대해, 그리고 이민자 등에 기득권을 빼앗겼다고 생각하는 이들의 목소리가 터져 나온 것"이라고 분석했다.

트럼프도 24일(현지 시각) 본인이 소유한 영국 스코틀랜드 서부 턴베리 골프장 재개장식에 참석한 자리에서 브렉시트와 관련해 "영국은 (EU로부터) 그들의 나라를 되찾았다"며 "그것은 위대한 결정"이라고 말했다. 이어 "영국 국민들은 국경을 넘어오는 이민자들에게 아주, 아주 화가 많이 났던 것"이라고 덧붙였다.

트럼프는 공화당 대선 후보 경선 과정에서 자신의 외교정책을 '미국 우선주의(America First)'로 이름 짓고, 미국이 세계 경찰 역할에서 벗어나 외교적 고립을 선택해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테러의 위험성을 부각시키면서 '무슬림 입국 금지'를 외쳤고, 멕시코 국경에 장벽을 설치하겠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실제로 이런 주장은 세계화로 인한 이민자 증가가 자신들의 일자리를 위협한다고 보는 미국 내 백인 노동자들의 지지를 이끌어냈다.

스코틀랜드에 간 트럼프
스코틀랜드에 간 트럼프 - 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로 사실상 확정된 도널드 트럼프(왼쪽)는 24일(현지 시각) 자신이 소유한 영국 스코틀랜드 서부 턴베리 골프장 재개장식에 참석한 자리에서“영국은 (EU로부터) 그들의 나라를 되찾았다. 그것은 위대한 결정”이라고 말했다. 트럼프는 미국 대선 레이스에서“이민자들이 미국의 일자리를 위협하고 있다”며 외교적 고립을 주장하고 있다. /AP 연합뉴스
민주당 대통령 후보가 확정적인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도 트럼프보다는 덜하지만, 보호무역의 기치를 내세운 것은 마찬가지다. 국무장관 시절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을 주도해놓고 이제 와서 쇠락한 공업지역(러스트 벨트) 유권자를 의식해 재협상 등을 주장하고 있다.

이 같은 흐름은 이성보다는 감성에 호소하는 포퓰리즘(대중영합주의)의 세계적인 확산과 맞닿아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영국 BBC는 브렉시트와 트럼프 열풍의 공통적인 키워드 중 하나로 포퓰리즘을 꼽았다. 트럼프의 강력한 지지층이 고졸 이하 백인이고, 브렉시트 투표에서도 학력과 소득이 낮은 지역일수록 탈퇴를 선호했다는 것이다. '자본주의 4.0'의 저자인 경제평론가 아나톨 칼레츠키는 "엘리트와 전문가, 기성 정치인이 나라를 이끄는 방식이 마음에 들지 않고, 특히 자신들이 사는 나라의 일에 다른 국가가 영향을 미치는 것이 큰 불만인 세력을 부추긴 것은 결국 정치인들"이라며 "앞으로 전 세계적으로 이런 분위기를 악용하려는 포퓰리스트들이 늘어날 것"이라고 예측했다. 실제 반(反)이민 정서로 득세한 유럽의 포퓰리스트 정당들은 브렉시트를 거론하면서 벌써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 공동체) 탈퇴를 부추기고 있다.

차기 英총리후보 존슨
차기 英총리후보 존슨 - 23일(현지 시각) 영국의 브렉시트(Brexit·영국의 EU탈퇴) 진영을 이끈 보리스 존슨(왼쪽) 전 런던시장이 아내 마리나 휠러와 함께 북런던 투표소를 찾았다. 영국이 유럽연합을 떠나기로 결정하면서 존슨 전 시장은 오는 10월 전격 사임을 발표한 데이비드 캐머런 총리에 이어 차기 후임 총리감으로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EPA 연합뉴스
외교 전문가인 존 페퍼는 "브렉시트에 이어 스코틀랜드 분리를 요구하는 투표가 이뤄지고, 프랑스·네덜란드 등도 EU 탈퇴 국민투표에 나선다면 전후 국제주의는 끝장이 난다"며 "국제주의를 기반으로 설립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아세안(동남아국가연합), 미주기구(OAS) 등의 응집력이 크게 떨어질 것"이라고 했다.

미국 국민이 외교적 고립주의를 최종 선택할지는 미지수다. 현재 여론조사와 대선 승패를 좌우하는 스윙 스테이트(선거 때마다 지지 정당이 바뀌는 주)의 상황을 보면 상대적으로 더 국제주의자인 힐러리가 트럼프보다 우세하다. 하지만 이번 브렉시트 투표에서 보듯 세계화나 이민에 대한 반감이 예상보다 크게 작용하면 미국 대선에서도 '숨은 표'가 현실화할 수 있다.

한편, 미국 대법원은 23일(현지 시각)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400만명으로 추산되는 불법 이민자의 추방을 유예하도록 한 '이민개혁 행정명령'이 권한 남용이라며 제동을 걸었다. 불법 이민자 신분인 미국 시민권자나 영주권자의 부모에 대해 3년간 취업을 이어갈 수 있도록 한 조치였는데, 좌절된 것이다. 미국 언론은 대법원의 결정이 이번 대선에서 이민 개혁을 중요한 쟁점으로 만들었다고 분석했다.


'섬'으로 돌아간 영국… 反이민·反EU 민심, 예상보다 강했다


입력 : 2016.06.25 03:00

[브렉시트 쇼크] 탈퇴 진영도 놀란 'EU 탈퇴'

"저임금 마다 않는 이민자 몰려와 일자리 뺏기고 교육·의료 손해… EU에 남으면 통제할 주권 없어"
서민·중산층이 탈퇴 찬성에 몰표

스코틀랜드·북아일랜드 독립 위한 주민투표 나설 수도

영국 국민이 브렉시트(Brexit·영국의 유럽연합 탈퇴)를 택한 24일(현지 시각) 런던은 충격에 빠진 모습이었다. 데이비드 캐머런 총리는 즉각 사임 의사를 밝혔다. 향후 스코틀랜드·북아일랜드의 독립 움직임이 불거지는 등 후폭풍이 거셀 것이라는 우려도 나왔다.

이번 투표 결과는 탈퇴·잔류 어느 진영도 예상하지 못한 결과였다. 투표 당일 발표된 여론조사 결과와 투표 마감 직후 나온 유권자 조사에서도 잔류가 '안정적인' 승리를 거둘 것으로 예상됐다. 탈퇴 진영에서 한때 "졌다"는 말까지 나올 정도였다.

◇반(反)이민 정서 강한 잉글랜드, 탈퇴 진영에 표 몰려

영국 내에서는 강한 반(反)이민, 반EU 정서가 탈퇴 진영 승리의 가장 큰 동력이었던 것으로 보고 있다.

아내와 함께 사퇴 발표하는 캐머런
아내와 함께 사퇴 발표하는 캐머런 - 24일(현지 시각)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가 결정된 직후 EU 잔류 진영을 이끈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가 아내 사만다와 함께 총리관저 앞에서“브렉시트 책임을 지고 오는 10월 총리직을 사퇴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AP 연합뉴스
영국은 지난 10여년 동안 다른 EU 회원국 출신들이 밀려들고 있다. 영국 내 EU 회원국 출생자는 2004년 149만명에서 작년 313만명으로 증가했다. 특히 2004년 이후 동유럽 등 13개국이 EU에 가입하면서 그 숫자가 급증했다. 일자리 목적의 이민자도 2012년 17만3000명에서 작년엔 29만명으로 늘었다.

이민자들이 몰리면서 영국민들은 교육과 의료 서비스에 대한 불만이 폭발 직전이다. 사립과 공립을 막론하고 웬만한 초·중·고교에는 입학을 기다리는 학생들이 줄을 서서 기다리는 경우가 많다. 동네 병원을 가는 데도 보통 1주일에서 10일 이상 대기하는 게 당연하게 여겨진다. 영국 서민·중산층은 이런 영국 사회의 문제가 저임금을 마다하지 않고 밀려드는 이민자 때문이라고 생각하는 분위기가 강하다. EU에 대한 반감도 결정적이었다. 탈퇴 측은 영국이 EU에 있는 한 이민자를 통제할 '주권'을 발휘할 수 없다고 선전했다.

실제로 영국을 구성하는 잉글랜드·웨일스·스코틀랜드·아일랜드 등 4곳 중 탈퇴 지지가 가장 강했던 지역은 잉글랜드로, 탈퇴 진영은 이곳에서 53.4%를 득표해 잔류 진영을 6.8%포인트 차로 따돌렸다. 특히 전통적인 공업 지역이 있는 잉글랜드 중북부와 서부 지역에서 탈퇴 여론이 높았다. 잔류 진영은 스코틀랜드(62%)와 북아일랜드(55.8%), 잉글랜드 내 런던 등지에서 앞섰지만 역부족이었다. BBC 등은 "탈퇴 진영에 결정적 승리를 안긴 곳은 잉글랜드 지역"이라고 분석했다.

◇"영국 향후 2년 내 GDP 3.6% 하락"

브렉시트 지역별 개표 결과 외
영국은 브렉시트로 파운드화 폭락과 물가 상승, 국내총생산(GDP) 하락 등 상당한 경제적 충격을 피할 수 없을 전망이다. 국제통화기금은 최근 "브렉시트 발생 시 오는 2018년까지 영국 GDP가 최대 5.2% 하락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조지 오즈본 영국 재무장관도 "향후 2년간 GDP가 3.6% 하락하고, 일자리 52만개 이상이 사라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세계 금융 시장의 중심지 런던이 국제시장에서 주도적 지위를 잃을 것이란 우려도 있다. 금융 산업은 전체 영국 GDP의 7.6%를 차지한다.

하지만 탈퇴 진영은 매년 EU에 내는 분담금 178억파운드(약 29조원)를 국내로 돌리고, 미국·중국·인도 등과 자유무역협정을 체결하면 오히려 경제성장과 일자리 30만개의 창출이 가능하다고 주장한다.

◇정계 개편 소용돌이… '리틀 잉글랜드' 우려도 나와

보수당에선 캐머런 총리 사퇴를 계기로 당권 경쟁이 치열해질 전망이다. 가장 유력한 차기 총리 후보는 이번에 탈퇴 진영을 이끈 보리스 존슨 전 런던시장이다. 현재 집권 보수당 내에서 EU 탈퇴를 지지한 의원은 절반에 달한다는 게 외교 소식통들의 분석이다. 조지 오즈본 재무장관과 테레사 메이 내무장관도 차기 총리 후보감으로 거론된다.

야권도 정계 개편 소용돌이에서 자유롭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제러미 코빈 노동당 대표는 선거 기간 중에 잔류를 위한 활동을 거의 하지 않아 당내에서도 비판이 많았다. 투표 직후 노동당에선 코빈 사퇴 주장이 제기됐다. 토니 블레어 전 총리(노동당)는 "(코빈의) 활동이 정말 미지근했다"고 말했다.

브렉시트가 현실화되면서 스코틀랜드와 북아일랜드의 독립 시도가 재연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영국은 16세기에 웨일스, 18세기에 스코틀랜드를 통합했고, 1921년에는 아일랜드 지역의 북부 지방이 편입돼 오늘날의 지도를 완성했다. 두 곳이 떨어져 나가면 영국은 '리틀 잉글랜드'로 전락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스코틀랜드는 2014년 307년 만에 독립을 위한 주민투표를 실시했다. 당시엔 독립 반대가 55%를 차지해, 영국에 눌러앉았다. 현재 스코틀랜드 의회 제1당인 스코틀랜드국민당(SNP)은 언제든 독립 투표를 다시 실시할 태세다. 니콜라 스터전 SNP 대표는 "이번 투표 결과로 스코틀랜드의 두 번째 독립투표 실시 가능성이 아주 커졌다"고 말했다.

북아일랜드가 독립 또는 남쪽의 아일랜드공화국과 통합 추진에 나설 가능성도 있다. 마틴 맥기니스 북아일랜드 자치정부 부수반은 지난 3월 "브렉시트 발생 시 북아일랜드의 아일랜드 통합을 묻는 주민투표가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英 여론조사 기관 '브렉시트' 망신살


입력 : 2016.06.25 03:00

투표 당일까지 'EU 잔류' 예측

브렉시트 국민투표는 세계적 명성을 자랑해온 영국 여론조사 기관들에도 재앙이 됐다.

여론조사 기관들은 투표 당일인 23일(현지 시각) 오전 발표한 조사 결과와 투표 참가자들을 대상으로 한 투표자 예측 조사 등에서 잔류 진영 승리를 예측했다. '유고브'는 24일 오후 10시 투표 마감 직후, 5000여명을 대상으로 한 온라인 조사를 바탕으로 잔류가 52%로 탈퇴(48%)를 4%포인트 차로 따돌릴 것이라고 발표했다. 잠시 후 '입소스모리'도 투표 전날부터 당일까지인 22~23일 전화 여론조사에서 잔류(54%)의 8%포인트 우세를 점쳤다. 유고브와 입소스모리는 2012년 미국 대선 당시 정확한 예측력을 자랑했던 글로벌 조사기관들이다.

하지만 최종 투표 결과는 탈퇴 진영이 51.9%를 득표하면서 3.8%포인트 차로 승리한 것으로 나왔다. 투표 당일 아침 잔류가 10%포인트 차이로 이길 것이라고 했던 '포퓰러스'와 전날 잔류의 6%포인트 우세를 점쳤던 '콤레스'도 잘못된 조사를 했다는 비판을 면하기 어려운 처지가 됐다. 반면, TNS는 전날 발표한 조사에서 탈퇴가 43%로 잔류를 2%포인트 차로 이길 것이라고 전망했고, 오피니엄도 탈퇴가 1%포인트 차 우세를 기록할 것이라고 했다.

영국 여론조사 기관들의 '망신살'은 처음이 아니다. 지난해 5월 총선 때도 대부분 보수당과 노동 당의 '초접전' 또는 노동당 우세를 점쳤다. 하지만 실제로는 데이비드 캐머런 총리가 이끄는 보수당이 36.9%의 득표율로 의회의 과반을 차지하는 압승을 거뒀다.

영국여론조사업체협회(BPC)와 시장조사학회(MRS)는 이날 여론조사 결과가 실제 결과를 전혀 예측하지 못하고, 심지어 정반대의 결과를 내놓게 된 원인을 찾기 위해 통계학 전문가들에게 조사를 의뢰했다.



런던 '세계 금융 중심지' 위상 흔들

  • 김재곤 기자
  • 입력 : 2016.06.25 03:05

    [브렉시트 쇼크]

    EU 금융거래 창구 역할 축소
    대형 투자사들, 해외 이전 검토
    일부 "런던 대체지 찾기 어렵다"

    영국 런던의 금융 중심지 '더 시티(the City)'는 미국 뉴욕 월스트리트와 함께 세계 금융시장의 양대 축이다. 영국은 더 시티가 있기에 유로존(유로화를 사용하는 19국가)에 속하지 않으면서도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유로화를 거래하는 유럽의 금융 허브 역할을 하고 있다. 현재 런던에선 하루 평균 2조달러 외환이 거래된다. 이는 EU(유럽연합) 전체 외환시장의 80%에 이르는 물량이다. 이 밖에 EU 내 헤지펀드의 85%가 런던에 있고, 전체 금리 파생 상품 거래의 74%, 전체 주식시장의 30%를 런던이 차지하고 있다. 브렉시트는 금융 허브 영국의 앞날에도 짙은 먹구름을 드리웠다.

    전문가들은 그동안 금융 허브로서 영국의 최대 강점으로 유럽연합 내 어떤 금융시장과도 자유롭게 거래할 수 있다는 점을 꼽았다. 즉 런던에서 파리나 프랑크푸르트 증시에 상장된 주식을 국내 주식 매매하듯 거래할 수 있다는 것이다. 당연히 영국이 EU 회원국이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김대준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금융거래 시 새로운 규제의 영향을 받게 되고 영국에서 근무하는 EU 국가 출신 직원들이 더 이상 EU 출신으로서 복지 혜택을 누릴 수 없게 되면 자연스럽게 인력이 빠져나가면서 런던의 금융 중심지 기능도 프랑크푸르트나 파리 등으로 옮겨갈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일부 글로벌 투자은행은 브렉시트 때 영국 내 인력을 다른 국가로 재배치하겠다는 의사를 밝히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미국계 투자은행 JP모건은 브렉시트 가결 때 런던에서 최대 4000명을 해고할 수 있다고 밝혔고, 영국계 HSBC은행도 최대 1000명을 파리 지점으로 이전할 수 있다고 시사했다. 반면 다른 나라 대도시가 런던만 한 금융 인프라를 갖추기 쉽지 않다는 이유로 런던의 지위가 쉽게 흔들리진 않을 것이라고 보는 시각도 있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런던이 유로화 사용 도시가 아닌데도 유럽 금융 중심지가 된 만큼, 당장 다른 도시가 런던을 대체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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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브렉시트 후폭풍] 글로벌 자동차 기업, 브렉시트 충격 줄이기 고심

    • 이병희 기자
    • 입력 : 2016.06.26 13:37 | 수정 : 2016.06.26 13:51 영국 국민투표에서 브렉시트(Brexit·영국의 유럽연합 탈퇴)가 결정되면서 글로벌 자동차 기업들이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코트라는 "브렉시트가 결정된 이후 미국과 일본, 중국, 유럽 등 주요기업이 저마다 경영전략회의를 열고 있다"며 "영국과 유럽에서의 영업전략을 수정하는 등의 계획을 세우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26일 밝혔다.

      영국의 EU 탈퇴를 결정하는 투표의 개표가 진행되고 있다./블룸버그 제공
      영국의 EU 탈퇴를 결정하는 투표의 개표가 진행되고 있다./블룸버그 제공
      영국에서 자동차 생산공장을 운영하는 포드, 닛산, 도요타는 대책 마련을 서두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포드는 전체 매출의 18.8%를 영국 시장에서 기록하고 있다. 1만4000명이 근무하는 자동차 생산공장도 영국에 있다. 24일, 브렉시트가 결정되면서 파운드화 가치가 하락한 것과 관련해 자동차 수요 감소에 대비한다는 전략이다.

      닛산과 도요타도 브렉시트의 타격을 완화하기 위한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닛산, 도요타는 영국 공장에서 생산되는 물량의 70~80%를 EU의 다른 지역으로 수출한다. 영국의 EU 탈퇴가 확정되면 자동차를 수출할 때 관세 부담이 생긴다. 이 때문에 차 값이 비싸지면 가격 경쟁력이 떨어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닛산과 도요타는 앞으로 EU 회원국 중 다른 나라에 거점전략을 세우는 등 계획을 전면 재검토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고 코트라는 밝혔다.

      영국에 완성차를 수출하는 독일 자동차 기업도 추이를 지켜보고 있다. 영국이 EU와는 다른 독자적인 수입관세를 적용하면 영국으로 자동차를 수출하는 기업들도 타격을 입을 전망이다. 관세 부담이 늘면 가격 경쟁력이 떨어지는 것은 물론 영국에 제조시설을 갖고 있는 일본 자동차 기업들과의 경쟁에서 밀릴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브렉시트 결정을 앞두고 금융 트레이더가 모니터를 지켜보고 있다./블룸버그 제공
      브렉시트 결정을 앞두고 금융 트레이더가 모니터를 지켜보고 있다./블룸버그 제공
      항공기 제조업체 에어버스는 브렉시트가 확정되면 영국 웨일즈에 있는 생산공장을 프랑스로 옮기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이탈리아 자동차 회사 피아트는 2014년 영국 런던으로 본사를 옮겼지만, 다시 EU의 다른나라로 본사를 옮기는 방안을 논의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코트라는 6월에 실시한 설문조사를 통해 "유럽지역 주요 바이어는 브렉시트 이후 관세율이 조정되면 영국과의 사업에서 가격 경쟁력이 떨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며 "그럴 경우 절반 이상이 영국과 관련한 사업 규모를 줄이겠다는 답을 내놨다"고 밝혔다.

      우리나라 기업들도 브렉시트가 미칠 영향을 장·단기로 분석하며 대비하고 있다. 현재 영국에 진출해 있는 우리나라 기업은 100여개다.

      코트라 런던무역관은 "금융시장 불안이 실물경제에 영향을 미치게 되면 수요가 줄어들 수 있다"며 "영국에 진출한 한국 기업들의 현지 영업전략 수정이 불가피하다고 판단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윤원석 KOTRA 정보통상지원본부장은 "금융시장의 불안이 실물경제에까지 나쁜 영향을 미치지 않기를 바랄 뿐"이라며 "시장여건과 환율 변동에 따른 틈새수요를 파고드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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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유윤정 기자
    • 입력 : 2016.06.26 14:42 | 수정 : 2016.06.26 17:35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를 계기로 유럽 전역에서 기능했던 영국 금융 기업들의 위치가 불안해지면서 해외 대형 은행들의 영국 이탈이 가시화되고 있다.

       /사진=블룸버그 제공
      /사진=블룸버그 제공
      25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JP모간체이스와 골드만삭스, 뱅크오브아메리카(BoA), 시티그룹, 모간스탠리 등 미국 대형 6개 은행이 영국을 떠날 채비를 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들은 영국에 대형 지점을 두고 수만 명의 직원을 거느리고 있다. 하지만 이들은 이제 지점의 일부를 더블린, 파리, 프랑크푸르트 등지로 옮길 준비를 하고 있다고 FT는 전했다.

      은행들의 이같은 움직임에는 프랑스 중앙은행 총재의 발언이 도화선이 됐다. 전날 프랑수아 빌루아 드 갈로 프랑스 중앙은행 총재는 런던 씨티가 EU 규정하에서 운영되는 것은 "자기 모순적"이라며 "영국은 더 이상 유럽경제지역(EEA)이 아니다"고 말했다.

      그는 영국의 금융기관들은 EU로 상품과 서비스를 판매하는 권리를 잃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당장 브렉시트로 인해 영국이 EU에서 탈퇴하게 되면 글로벌 투자은행들은 '패스포팅 권리(passporting rights)'를 누릴 수 없게 된다. 패스포팅 권리는 EU 국가 중 한 나라에서만 인가를 받아도 다른 EU 회원국에서도 상품과 서비스를 동등하게 제공할 수 있는 권리를 말한다.

      영국은 그동안 EU 진입의 관문 역할을 해왔다. 한 미국 대형은행 고위 관계자는 "유럽에 있는 직원들을 어떻게 할지 생각중"이라며 "일부는 좀 더 빠르게 움직일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국민투표가 치러지기 전 제이미 다이먼 JP모간 최고경영자(CEO)는 브렉시트가 현실화할 경우 4000명 가량의 영국 직원을 다른 곳으로 재배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스튜어트 걸리버 HSBC CEO도 영국이 EU를 떠나면 5000명의 영국 현지 직원 중 1000명 정도를 파리로 옮길 것이라고 말했다.

      바클레이즈, 로열뱅크오브스코틀랜드, 로이드뱅킹그룹 등 다른 영국계 은행들은 유럽 지점 강화를 위해 인력의 일부를 유럽으로 옮길 가능성이 있다고 FT는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