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6.04.27 03:00
- 1무 19패만에… 3대0 완승
스위프트·김기성·신상훈 1골씩… 귀화선수 달튼, 골문 완벽히 지켜
29개 일본 슈팅 한골도 허용 안해… 남은 두경기로 1부 리그 진출 도전
1982년 첫 번째 한·일 국가대표 경기에서 0대25로 참패한 이후 34년이 흘렀다. 21번째 한·일전의 무대는 폴란드 카토비체에서 열린 세계선수권대회(디비전1A·국가대항전 2부 리그 격)였다. 스포덱 아레나 전광판은 종료를 알리는 0을 향해 달려가고 있었다. 꽹과리와 징을 치던 교민 응원단이 "오! 사! 삼! 이! 일!"을 외치기 시작했다. 버저가 울렸고, 전광판에 새겨진 스코어는 3대0. 한국 선수들은 스틱을 번쩍 들고 서로를 부둥켜 안았다. 눈물을 흘리는 응원단의 모습이 중계에 잡혔다. 한국 아이스하키가 일본을 상대로 역사적인 첫 승을 거두는 순간이었다.
한국은 1피리어드부터 3골을 몰아치는 압도적인 경기력을 보였다. 첫 골은 전날 폴란드전에서 해트트릭(3골)을 기록한 마이클 스위프트의 스틱에서 터졌다. 1피리어드 4분 2명의 일본 선수가 반칙으로 퇴장(2분)당한 파워플레이(수적 우위를 점한 상황) 찬스에서 스위프트는 상대 골리(골키퍼)의 어깨 위 구석을 노리는 완벽한 샷으로 골을 뽑아냈다.
이어 1분 뒤 김기성·김상욱 형제가 콤비 플레이로 추가골을 뽑았다. 동생 김상욱이 건네준 퍽을 김기성이 때려 일본의 골망을 갈랐다. 1피리어드 11분엔 신상훈이 쐐기골을 뽑아내며 3골 차로 달아났다.
1피리어드에서 한국이 16개의 슈팅을 기록하는 동안 일본은 5개의 슈팅에 그쳤다. 화가 난 일본 선수가 세리머니를 하는 한국 선수들을 밀치는 일도 있었다.
3피리어드 중반엔 위기도 있었다. 한국은 계속된 반칙으로 선수 4명이 번갈아가며 2분 퇴장 명령을 받고 수적 열세에 놓이기도 했다. 하지만 골리 맷 달튼은 신들린 선방으로 골문을 지켜냈다. 캐나다 출신 귀화 선수인 그는 한국 이름 '한라성(漢拏城)'처럼 굳건하게 문을 지켰다. 달튼은 이날 29개의 상대 슈팅을 모두 막았다.
경기 전 라커룸에서 한국 선수들은 "이긴다! 이길 수 있다! 이겨야 한다!"는 말을 나눴다고 한다. 이날 MVP(최우수선수)로 선정된 신상훈은 "한 번도 이기지 못했던 역사를 우리 모두 알고 있었다"며 "애국가가 나오는 순간 뭉클했다"고 했다. 백지선 감독도 경기가 끝나고 잠시 눈을 비볐다. 백 감독은 "선수들이 엄청난 게임을 했다"고 말했다. 한국은 2018평창 동계올림픽을 앞두고 외국 선수 6명을 귀화시키며 전력 강화를 시도했다. 이번 한·일전 승리도 그런 노력의 성과였다.
한국은 현재까지 2승1패(연장패)로 승점 7을 확보, 역대 세계
선수권 최고 성적을 이미 달성했다. 이 대회는 한국 일본 폴란드 오스트리아 슬로베니아 이탈리아 6개국의 풀리그로 치러지며, 상위 2개팀은 16개국으로 구성된 '세계 1부 리그(톱디비전)'에 들어가게 된다. 당연히 한국은 아직까지 '세계1부 리그'를 꿈도 꿔보지 못했다. 한국은 27일(한국 시각) 슬로베니아, 29일 이탈리아와의 경기를 통해 기적에 도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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