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정치

유승민, 박근혜 대통령과 친박에 밉보인 어록 살펴보니…

Shawn Chase 2016. 3. 24. 12:19

2016-03-24 09:24:49



새누리당 유승민 의원이 23일 오후 대구시 동구 화랑로 자신의 지역구 사무실에서 탈당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2016.3.23/뉴스1 © News1



새누리당 '학살공천' 논란 끝에 유승민 의원이 23일 쫓겨나다시피 당을 떠나면서 유 의원이 박근혜 대통령과 날을 세우던 과거 발언이 새삼 주목을 끌고 있다.

유 의원은 탈당을 선언하면서 헌법 1조 2항을 인용해 "어떤 권력도 국민 이길 수 없다"고 말했다. 친박(친박근혜)계에 밀려 원내대표에서 물러나면서 언급한 헌법 1조 1항에 이은 두번째 버전으로 친박계에게 강펀치를 날린 셈이다.

박 대통령은 유 의원을 지목해 '배신의 정치를 하고 있다'며 맹비난한 바 있다.

하지만 놀랍게도 이들은 한때 일거수일투족을 함께하던 각별한 사이였다. 박 대통령은 2005년 한나라당(현 새누리당) 대표를 맡으면서 당시 비례대표 초선인 유 의원을 대표 비서실장으로 발탁했다.  

유 의원은 2007년 대통령 후보 경선 당시 박 대통령 측에서 정책메시지 단장으로 '박 대통령 만들기'에 앞장서기도 했다. 하지만 유 의원은 대표 비서실장 시절부터 '할 말은 한다'는 기조로 직언을 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유 의원과 박 대통령의 거리가 공식적으로 멀어진 것은 2012년 제19대 총선을 앞두고 유 의원의 인터뷰가 보도되면서다. 유 의원은 인터뷰에서 당시 박 비생대책위원자을 향해 "의사결정 과정에서 다양한 이야기를 듣지 않는다", "쓴소리도 만나야 하는데 만나기는 커녕 전화 통화조차 어렵다", "대화할 때 한계를 느낀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 당선 이후에도 유 의원의 쓴소리가 계속됐다. 유 의원은 국방위원장이던 2013년 박 대통령의 역점 추진 사업인 'DMZ세계평화공원'에 대해 "황당한 단계에 있다"고 지적하며 박 대통령의 남북정책에 대해 비판했다. 

그해 말 수서발KTX 민영화 과정에서 철도파업이 발생했을 때도 "적자 노선을 (수서KTX자회사에) 얹혀서 자회사를 설립했다면 이정도 반발을 없었을 것"이라고 지적하며 "주변 사람들이 (박 대통령을) 잘못 모시고 있다"고 작심한 듯 비판발언을 쏟아냈다.

유 의원은 2014년에도 정권에 대한 쓴소리를 이어갔다. 그는 전시작전통제권(작전권) 전환 재연기에 대해 "박 대통령의 대선공약 파기"라며 "대통령이 직접 국민들에게 설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진박'을 자처하는 최경환 장관이 펴고 있는 단기 부양책에 대해서도 '장기적인 국가 전략이 부재'하다고 비판하면서 사회적 증세 논의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 때 나온 말이 "증세 없는 복지는 허구"였다. 그는 현재와 같은 저부담·저복지 체계가 아닌 '중부담·중복지' 체계로 나아가야 한다고 주창했다.  


외교부 국정감사에서는 부진한 일처리를 꾸짖으며 "외교부가 아니면 누가 하나. 청와대 얼라들(어린 아이를 가리키는 경상도 사투리)이 하느냐

"고 말하며 유명한 어록을 남겼다.

유 의원은 원내대표를 사퇴하면서 손수 준비한 회견문으로 화제가 되기도 했다.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언급이 없지만 '법과 원칙', '정의'를 전면에 내세우면서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임을 천명한 우리 헌법 1조1항의 지엄한 가치를 지키고 싶었다'며 친박 세력이 헌법의 가치를 어기고 있다는 점은 우회적으로 돌려 비판했다. 

(서울=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