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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닉'에 빠진 바둑계..."알파고, 약점이 없어 보인다"

Shawn Chase 2016. 3. 11. 01:54

진중언 기자


입력 : 2016.03.10 17:57 | 수정 : 2016.03.10 19:07


“알파고는 기계가 확실하다. 사람이 둘 수 없는 수를 둔다.”

10일 알파고가 이세돌 9단에게 2연승을 거두자 국내 바둑계는 놀라움을 넘어 ‘패닉’에 빠졌다. 전날 1국에서 이 9단이 졌을 때만 해도 “이세돌 9단이 실수를 해서 그렇지 그렇게 센 바둑은 아니다”라는 평가가 많았다. 그러나 제2국에서 보여준 알파고의 포석과 행마, 전투와 끝내기를 접한 프로기사들은 “실수마저 계산된 듯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김성룡 9단은 “알파고는 굉장히 강하다. 이세돌 9단이 특별한 패착을 하지 않았는데도 결과로는 완패였다. 무섭고 충격적이다”라고 말했다.

이날 대국 중계를 맡은 프로기사들은 알파고의 수를 해석하느라 전전긍긍했다. 특히 알파고가 종반 끝내기 때 우상귀 흑 6점을 바꿔치기한 것이 결과적으로 이득이 되는 것에 놀라워했다.


알파고는 중앙의 10집짜리와 우상변쪽의 17집짜리 중 중앙 쪽을 택했다. 박승철 7단은 “알파고는 자신의 선택으로 7집을 손해 봤지만 대신 끝내기에 선수를 잡았다”며 “결과적으로 다른 곳을 차지해 더 확실하게 이길 수 있는 길을 택한 것이 드러났다”고 감탄했다.

바둑TV에서 해설한 김성현 9단은 “우리가 완전히 오판했다. 알파고가 이세돌에게 한판이라도 따낼 수 있느냐가 아니라 이세돌이 알파고에게 한 판이라도 이기기 위해 도전 해야 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SBS 해설자로 나선 송태곤 9단은 종반 끝내기 상황에서 “(내가) 알파고를 판단할 수 있는 실력인지 모르겠다”며 혀를 내둘렀다.

김성룡 9단은 “한국, 중국, 일본에 프로 기사가 모두 1300명 정도”라면서 “설문을 돌려서 지금 알파고의 대국을 보여주고 다음의 한 수를 맞춰보라고 하면 한 명도 못 맞출 것 같다”고 말했다


지금 알파고의 대국을 보여주고 다음의 한 수를 맞춰보라고 하면 한 명도 못 맞출 것 같다”고 말했다



이세돌 "나의 완패…초반에 승부내야 승산 있을 듯"

이재은 기자  


입력 : 2016.03.10 18:41 | 수정 : 2016.03.10 18:53

구글 인공지능 알파고는 10일 서울 광화문 포시즌스 호텔 특별 대국장에서 열린 이세돌 9단과의 제2국에서 211수 만에 흑 불계승을 거뒀다. / 구글 제공


“초반부터 한 순간도 제가 앞선 적이 없었습니다. 저의 완패입니다.”

알파고에게 2연패를 당한 이세돌 9단은 10일 대국 후 열린 기자회견에서 “어제 놀랄만큼 놀랐고, 오늘은 할 말이 없을 정도로 (나의) 완패다. 초반부터 한순간도 내가 앞선 적이 없었다”면서 “오늘은 알파고가 완벽한 대국을 펼치지 않았나 생각한다”고 평가했다.

이 9단은 “경기 중 특별히 이상한 점을 발견하지 못했다면서 “알파고의 약점을 못 찾았기 때문에 두번 모두 진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앞으로의 경기가 쉽지 않을 것 같지만 3국은 이길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면서 “오늘 경기하면서 느낀 점은 중반 이후로 넘어가면 어렵기 때문에 그 전에 승부를 내야 한다는 점이었다”고 했다.

데미스 하사비스 구글 딥마인드 CEO는 “손에 땀을 쥐게 하는 굉장한 대국이었다”면서 “알파고가 오늘은 다양한 변칙수를 둔 점을 높이 평가한다”고 말했다.

바둑 해설자들도 알파고의 실력에 혀를 내둘렀다.

공식 해설을 맡은 유창혁 9단은 "오늘 경기를 보면 어제하고 다르게 이세돌 9단이 너무 안전하게 간 것이 아닐까 생각이 들었다"면서 "알파고가 끝내기에서 너무 잘둬서 깜짝 놀랐다"고 했다.

영문 해설을 맡은 마이클 레드먼드는 "알파고가 흑을 잡았기 때문에 포석을 어떻게 잡아갈지가 궁금했는데, 굉장히 혁신적이고 모범적이었다"면서 후반으로 진행하면서 알파고의 실력이 굉장하다는 점을 느꼈다. 기품이 아름답다는 생각까지 들었다고 평가했다.

이날 알파고는 이세돌 9단을 마지막 초읽기까지 몰아넣은 후, 치밀한 끝내기로 완승을 거두었다.

백돌을 쥐고 시작한 이세돌 9단은 전날과 달리 신중함으로 무장해 알파고의 변칙수에 맞섰다. 공식 해설을 맡은 유창혁 9단은 “오늘 이 9단은 평소의 이 9단 같지 않고 이창호 9단 같다 ”고 평가했다. 후반까지 팽팽하게 진행되던 대국은 종반 끝내기에서 분위기가 바뀌었다. 미세하게 쫓기던 알파고가 중앙 백 대마를 공격하자 갑자기 흔들리며 형세가 기울었다.

알파고가 2연승을 거두면서 이세돌 9단은 남은 3번의 대국을 모두 이겨야 하는‘벼랑 끝 승부’를 펼치게 됐다. 알파고가 괴물 같은 저력을 보이면서 이 9단의 5연패 가능성도 유력하다.


[종합] 알파고 2연승…승부 종반 치밀한 끝내기, 이세돌 꺾었다


입력 : 2016.03.10 13:33 | 수정 : 2016.03.10 23:06

구글 인공지능 알파고가 10일 서울 광화문 포시즌스 호텔 특별 대국장에서 열린 이세돌 9단과의 제2국에서 211수 만에 흑 불계승을 거뒀다.

시종 팽팽하게 진행된 대국은 종반 끝내기에서 희비가 갈렸다. 알파고는 이세돌 9단을 마지막 초읽기까지 몰아넣고, 끝내기 승부를 펼쳤다. 알파고가 우상귀 흑돌 6점을 이 9단에게 내주면서 승부의 추가 넘어가는 것 아니냐는 분위기도 있었다. 검토실에서는 우상귀를 바꿔치기한 알파고의 수를 이해하기 어렵다는 반응이었다.

그러나 알파고는 선수를 잡고 이 9단을 밀어붙였고, 막판 집 계산에서 7집 반이라는 덤을 제하더라도 알파고 쪽으로 승부가 기울었다.

대국 종반 보여준 알파고의 정확한 수 읽기에 국내 바둑계는 전날 1국 패배보다 더 충격을 받은 모습이었다.

바둑TV에서 해설한 김성현 9단은 “우리가 완전히 오판했다. 알파고가 이세돌에게 한판이라도 따낼 수 있느냐가 아니라 이세돌이 알파고에게 한 판이라도 이기기 위해 도전해야 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3국은 12일 오후 1시 같은 장소에서 열린다.

◇6보(150~195)

이세돌 9단의 표정이 조금씩 어두워지고, 돌을 내려놓는 손이 파르르 떨리기 시작했다. 형세는 급격히 알파고 쪽으로 기울었다. 이 때 알파고가 중앙 백 4점을 잡고, 우상에서 흑 6점을 내주는 의외의 수를 던진다. 하지만 “기회인가” 싶은 생각도 잠깐, 오히려 알파고에게 손해될 게 없는 끝내기라는 분석이 나온다. 유창혁 9단은 “이길 수 있다면 약간의 손해는 감수하는 1국 때 모습이 나오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세돌 9단은 수를 이어가지만, 역전의 기미는 보이지 않았다. 해설자들은 “15집까지 차이나는 걸로 보인다”고 했다. 결국 이세돌 9단은 알파고의 211수째에 돌을 던졌다.

◇5보(120~150)

이세돌 9단에게 웃어주던 형세는 조금씩 알 수 없는 형국으로 넘어간다.

이세돌 9단은 중앙 백 일부를 포기하고 알파고의 우상 귀를 파고 든다. 해설자들은 “이건 오히려 알파고에게 유리한 판단으로 보인다”는 입장과 “집으로는 당연히 우상이 크다”는 입장이 엇갈린다. 하지만 어찌됐든 알파고는 흔들리지 않고 응수한다. 초반 이세돌 9단의 우세함은 찾아보기 힘든 팽팽한 접전이 이어진다.

이세돌 9단은 시간 마지막 1분을 남기고 우상귀에서 세를 넓히는 승부수를 던진다. 김성현 9단은 “오늘 바둑의 하일라이트”라고 평한다. 하지만 의외로 알파고는 침착하게 응수하고 바둑은 점점 종국으로 치닫는다. 이세돌 9단이 초읽기에 들어서면서, 시간은 알파고의 편으로 넘어간다.

◇4보(90~120)

알파고의 반격이 시작됐다. 견고해 보이는 이세돌 9단을 두드리는 모양세다. 알파고는 계속해서 101번째, 103번째에서 의외의 수를 던진다. 김성현 9단은 “알파고 덕분에 바둑 실력이 더 늘어난 느낌”이라고까지 한다. 유창혁 9단은 “묘한 수인 건 분명한데 막상 응수하려고 하면 까다롭다”고 했다.

이세돌 9단도 응수하지만 계속해서 알파고는 날카로운 수를 둔다. 해설들도 조금씩 “이세돌이 두터운 상황인 건 맞지만, 슬슬 두터움을 득으로 바꿔야 한다”는 말이 나온다. 김성현 9단은 “이제 장담하기 힘든 상황까지 된 것 같다”며 “알파고 실력이 대단하다”고 했다. 이세돌 9단이 초반 장고로 알파고보다 시간을 20여분이나 더 쓴 점도 악재로 작용한다.


◇3보(60~90)

좌하귀에서 손해를 본 알파고는 흑 61로 다시 싸움을 걸지만, 이세돌 9단은 이번엔 응수하지 않는다. 승기를 잡은 이세돌 9단은 확실하지 않은 승부는 피하면서 알파고의 실수가 나오면 물고 늘어진다는 전법을 펼치는 듯했다.

알파고의 63수에도 이세돌 9단은 중앙을 공격할 수 있는 기회를 잡았지만 다시 참는다. 유창혁 9단은 “기세하면 이세돌인데 오늘은 그런 모습을 찾아볼 수 없다”며 아쉬움을 드러냈다.

알파고는 상변을 지키는 판단을 하고 이세돌 9단은 공격을 하지 않고 두터운 자리를 두어간다. 해설가들 사이에선 “중반 접어들면서 이세돌 9단이 유리한 형세가 계속된다”며 “낙승이 예상된다”는 말까지 나온다.

◇2보(30~60)

좌하귀 정석이 진행되면서 이세돌 9단은 두터움을 중시하는 정석을 택했다. 어제 초반 알파고에게 도발을 감행했다 손해를 본 이세돌 9단은 이날 변칙보다는 안정적이고 두터운 수 위주로 응수했다. 전 판을 너무 의식한 탓일까. 유창혁 9단은 “(알파고가) 하변에서 이상한 수를 뒀는데도 제대로 응징하지 못한 것 같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이세돌 9단이 알파고의 변칙수에 응수하지 않으면서 평범하게 흐르던 대국은 알파고의 37수째에서 다시 크게 흔들렸다. 이세돌 9단은 의외의 수에 10분이 넘는 장고에 빠지기도 했다. 김성룡 9단은 “프로라면 절대로 맞출 수 없는 수가 나왔다”며 “이런 바둑을 둔 사람이 없을 테니 데이터에도 없는 수라고 확실히 말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세돌 9단은 장고 끝에 위로 밀어올리는, 마찬가지로 평범치 않은 전투적인 수를 뒀다. 해설자들은 “이세돌 9단이 알파고 의도대로 가지 않고 판을 비틀겠다는 뜻으로 보인다”고 평했다.

알파고 역시 43수째에서 좌하 두 점을 이어 전투를 걸어왔다. 국면은 점점 복잡해지면서도 알파고의 실책도 나왔다. 해설 이현욱 8단은 알파고가 둔 47수에 대해서 “이건 안 되는 수인데 왜 이렇게 두는지 모르겠다”고 평하기도 했다. 현재까지는 이세돌 9단에게 유리한 흐름이다.


◇1보(1~30)

전날과 달리 흑돌을 쥔 알파고는 새로운 포석으로 2국을 시작했다. 대국 시작 5초 만에 우상귀 화점에 첫 돌을 둔 알파고는 3수째 1분 30여초를 고민하다가 좌상귀 소목에 착점했다. 전날 양 화점 포석을 펼쳐 이세돌 9단을 제압했던 알파고는 지난 10월 유럽챔피언 판후이 2단과의 대국에서도 5판 모두 화점 포석을 펼쳤다. 현대 바둑에서 가장 유행하는 양 화점 포석은 실리와 세력의 균형을 맞추는 전법이지만 소목 포석은 실리를 추구하는 작전으로 통한다.

이후 일반적으로 진행되던 대국은 우하귀에서 정석을 늘어놓던 알파고가 갑자기 상변에 ‘중국 식 포석’을 펼치는 13수째를 두면서 요동쳤다.

바둑TV에서 대국을 해설하는 김성룡 9단은 “인간 바둑에서는 처음 보는 수”라며 놀랍다고 평가했다.

이세돌 9단도 당황한듯 5분 가까이 장고하다가 좌변을 갈라치면서 맞섰다. 해설을 맡은 유창혁 9단은 “(이세돌 9단이)어제 빨리 두다가 당한 경험이 있어서 장고가 계속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세돌 알파고 중계] 알파고, 사상 첫 소목 착수…김성룡 9단 "판후이전, 구글의 전략"



입력 : 2016.03.10 13:15 | 수정 : 2016.03.10 14:47

이세돌 알파고 중계 <사진제공=한국기원>
[스포츠조선닷컴 김영록 기자] 충격적 첫 패를 당한 이세돌 9단이 알파고를 상대로 복수전을 펼칠 수 있을까.


  

'구글 딥마인드 챌린지-세기의 대결' 이세돌과 알파고의 2국이 01일 서울 포시즌스 호텔에서 열렸다. 전날 흑번을 잡고 패했던 이세돌 9단은 백으로 임한다.


그간 양화점으로 일관했던 알파고는 이날 처음으로 3수를 소목에 두는 독특한 모습을 보였다.


바둑TV 해설로 나선 김성룡 9단은 "판후이전을 보지 않았으면 이세돌 9단이 더 긴장했을 것"이라며 "구글의 전략이었던 것 같다"라고 평했다. 해설진은 "만약 알파고가 자신의 실력을 숨긴 것이라면 더욱 무섭다. 예측이 안되는 수가 많아 헛갈린다"라고 입을 모았다.


또 해설진은 "그간 바둑 인공지능 프로그램은 프로에 4점 접바둑 수준이다. 우리끼린 솔직히 이세돌 9단이 복도 많지, 이게 무슨 무모한 도전이냐고 말했었다"라며 "그런데 이젠 바둑계의 존망이 걸린 상황인 것 같다. 제발 이겨줬으면 좋겠다"라고 덧붙였다.


전날과 마찬가지로 구글 딥마인드의 개발자이자 아마 6단인 아자 황이 서울 현장에서 알파고에게 현재 상황을 전달하고, 알파고의 착수를 받아 이세돌과의 대국에 임하고 있다. 이세돌 9단으로선 생소하게도 상대 대국자가 자신이 아닌 모니터를 바라보고 있는 상황이다.


이세돌 9단과 알파고는 오는 15일까지 총 5번의 대국을 갖는다.        
lunarfly@sportschosun.com


FT "인공지능 발달, 윤리적 문제 야기할 것" 경고


입력 : 2016.03.10 13:38


구글의 인공지능(AI) 바둑 프로그램 ‘알파고(AlphaGo)’가 바둑 최강자 이세돌 9단과의 첫 대결에서 완승한 이후 인공지능의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곳곳에서 나오고 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10일 '오늘은 보드게임이지만 내일은 세계(Today, a board game; tomorrow, the world)'라는 사설을 통해 인공지능의 발전이 인류의 미래를 풍성하게 하는 동시에 유전자 조작 같은 윤리적인 문제도 일으킬 것이라고 전망했다.

FT는 “최근 기술의 발전 속도가 빨라지면서 알파고처럼 기존의 기기들보다 뛰어난 인공지능이 등장했다”면서 "데미스 하사비스가 이끄는 구글 딥마인드 팀이 이세돌 9단을 이길 정도로 인공지능의 개발 속도를 높였다는 점을 높이 평가한다"고 전했다.

신문은 인공지능의 발전이 분명히 기후변화 대응, 전염병 치료, 노동력 절감 등 인류의 삶을 풍성하게 하는 데 이바지하겠지만, 이 과정에서 윤리적인 문제도 불거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FT는 “기술이 가져올 미래를 어둡게만 볼 필요는 없지만, 정부와 사회가 인공지능의 발전을 지켜보고 그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윤리적인 문제를 경계해야 한다”고 전했다. 일례로 영국이 무분별한 유전자 조작을 규제하기 위해 운용하는 인간수정배아관리국(HFEA)처럼 과학기술을 외부에서 감시하는 기관이 인공지능의 무분별한 개발을 감시하기 위해서도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실제 전문가들은 인공지능이 인간 두뇌를 역으로 분해해 모방할 가능성도 제기하고 있다. 스티븐 호킹 박사는 "조심하지 않으면 인공지능이 우리를 능가할 것"이라고 경고하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2040년이면 인공지능이 인간 두뇌를 따라잡을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전문가들의 의견을 빌려 알파고의 승리가 인류의 미래에 미칠 영향을 조명했다.

하워드 유 국제경영개 발연구원(IMD) 교수는 “인공지능이 위조를 판별하는 사람, 질병을 진단하는 사람 등 전문가의 영역을 침범하고 있다”면서 "인류는 앞으로 인간의 재능을 어떻게 계발해야 할지 갈림길에 섰다"고 했다.

제프 콜빈 포천지 편집장은 "기계가 생활의 많은 부분을 대체하는 미래 사회에서 인간관계 기술과 공감 능력이 가장 중요한 가치로 부상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커제 "알파고와 대결하고 싶다. 승률은 60%"


입력 : 2016.03.10 20:56

커제 9단/조선DB



이세돌(33) 9단의 천적인 중국 바둑 랭킹 1위 커제(柯潔·19) 9단이 구글 인공지능 ‘알파고’와 대결하고 싶다는 의사를 밝혔다.

10일 중국 매체에 따르면 커제는 “알파고와의 대국을 원하며, 이 대국에서 이길 확률은 60%”라고 말했다. 커제는 또 “알파고 바둑 기풍은 나와 비슷하다”며 “후반전 계산 능력이 갈수록 정확해진다”고 말했다.

커제는 세계대회 현역 3관왕으로 이세돌 9단과의 역대 전적에서 8승 2패로 앞선다. 커제는 지난 9일 이세돌 9단과 알파고의 1국이 끝난 뒤 중국 매체에 “알파고가 실수를 하긴 했지만, 연산 능력은 계속해서 안정적으로 유지됐다”고 평했다. 또 “사람은 한번 실수하면 계속해서 흔들리지만, 알파고는 그렇지 않다”면서도 “알파고는 나보다 약하다”고 말했다.

커제는 이세돌 9단과 알파고의 대국을 커제는 이세돌 9단과 알파고의 대국을 앞두고, “이세돌의 5대0 승리를 100% 확신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세돌 알파고 중계] 알파고 또 신수, 송태곤 9단 "상상할 수 없는 착점, 아자황 실수 아니냐"


입력 : 2016.03.10 13:56

이세돌 알파고 중계


[스포츠조선닷컴 김영록 기자] "어? 이건 좀 생각을 많이 해봐야겠는데요. 아자황 씨의 실수 아니냐고 묻고 싶은데요. 마우스를 한 줄 아래에 둔 것 아닌가요?"
송태곤 9단이 외마디 비명을 질렀다. 알파고의 잇따른 신수가 이세돌 9단 뿐 아니라 바둑 해설자들에게도 경악을 선사하고 있다.
'구글 딥마인드 챌린지-세기의 대결' 이세돌과 알파고의 2국이 10일 서울 포시즌스 호텔에서 열렸다. 전날 흑번을 잡고 패했던 이세돌 9단은 백으로 임하고 있다.
SBS 해설로 나선 송태곤 9단은 알파고의 우변 씌우기에 대해 "이건 아마추어가 뒀다면 굉장히 혼날 만한 수다. 굉장히 이상한 수"라며 "사선에 있을 때는 아예 들어가던지, 들어가는 것과 막는 것의 각을 잡으면서 두기 마련"이라고 강조했다.
이세돌 9단은 잠시 자리를 비운 상황이었다. 송태곤 9단은 "만약 이세돌 9단이 돌아와 흑의 착점을 본다면 모니터를 먼저 확인할 것"이라며 "인터넷 바둑에서 상대가 저렇게 뒀다면 백퍼센트 마우스 미스라고 생각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송태곤 9단은 잠시 후 "계속 보다보니 금기시된 수는 맞는데, 실수는 아닌 것 같다"라며 자신의 발언을 수정했다. 송태곤 9단은 "알파고의 착점이 이상한 것은 맞다. 바둑을 왠만큼 아는 사람이라면 의문을 가질 수밖에 없다"라며 "그런데 문제는 차이가 벌어지지 않고 있다"라고 강조했다.
해설진은 "지금 알파고가 자꾸 이세돌 9단을 도발하는 것 같다. 이세돌 9단은 오늘 안전하게 두려고 작정하고 나온 것 같은데, 계속 싸움을 걸고 있다"라며 혀를 내둘렀다.
이세돌 9단과 알파고는 오는 15일까지 총 5번의 대국을 갖는다.
lunarfly@sportschosun.com


102번째 手, 저게 뭐지?… 이세돌의 의표 찌른 알파고


입력 : 2016.03.10 03:00 | 수정 : 2016.03.10 10:39

[인간 對 인공지능 두뇌전쟁] 이세돌·알파고 5번기 1국 리뷰

알파고, 중반 위기 맞자 '깜짝 수'
국가대표 검토진도 놀란 승부수… 한순간에 판세 뒤집고 승기 잡아
이세돌, 초반 주도권 쥐려 흑 선택… 비틀기 전략 썼지만 팽팽한 접전
알파고, 침착한데다 전투력 강해
최규병 9단 "초기 이창호처럼 두텁게 두며 상대 실수 받아먹어"



사람과 기계의 '신경전'은 초반부터 팽팽하게 출발했다. 상대가 홀짝을 틀려 흑백 선택권을 잡게 된 이세돌은 일반의 예상을 뒤엎고 흑을 선택했다. 작전의 주도권을 자신이 행사하겠다는 의도였다. 이세돌은 소목(小目)에 첫 돌을 놓았고, 알파고는 유럽 챔피언 판후이와의 다섯 번 대국에서와 마찬가지로 화점(花點)에 첫수를 두었다.

이세돌의 비틀기 전략은 흔히 사용하지 않는 7에서부터 등장했다. 10은 평범하다. 포석에 다소 약하고, 알기 쉽게 판을 짜 나가겠다는 알파고의 작전이 감지됐다. 주변의 중앙 흑이 강한 환경인 만큼 현명한 선택이기도 했다. 16에 대해 한국기원에 차려진 국가대표 바둑팀 검토진은 처음엔 중급자가 범하는 실수로 규정했지만, 이후 18의 갈라침이 그럴듯해 그런대로 일리 있다는 평으로 바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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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 오후 서울 종로구 광화문 포시즌스 호텔에서 열린 구글 딥마인드의 인공지능 바둑 프로그램 ‘알파고’와 한국의 이세돌(오른쪽) 9단의 대국에서 알파고 대역을 맡은 구글 측 아자 황 박사가 첫 수를 놓고 있다. 이날 대국에서 이세돌 9단은 흑돌을, 알파고는 백돌을 선택했다. /구글 제공

23에 대한 24, 26은 얼핏 무리인 것처럼 보여도 적극적 수법이었다. 전투는 이후 중앙으로 번져갔다. 66으로 흑의 요석(要石) 두 점을 잡게 돼선 백 우세의 국면이 됐다. 64의 붙임에서 고수(高手)의 체취가 물씬 풍긴다는 말이 국가대표 검토진으로부터 나왔다. 사이버오로 해설자 홍민표 9단으로부터 "지금까지 알파고에게서 실수가 전혀 안 보인다. 대단하다"는 감탄이 나왔다.

알파고는 형세가 좋다는 확신이 선 듯 76까지 쭉쭉 밀어붙였다. 그러나 그 직후 80이란 문제의 수가 등장한다. 80에 대해선 의견이 엇갈렸다. 81의 양 걸침을 허용해 주도권이 흑에게로 넘어갔다는 견해가 많았지만, 좌상귀에서 흑이 준동할 수 있는 다양한 맛을 봉쇄한 침착한 호착이란 의견도 나왔다.

뭔가 위기를 감지한 알파고는 84부터 92까지 변화를 구한다. 89로 중앙을 크게 봉쇄해선 주도권이 다시 흑에게 넘어갔는데, 그러나 이상하게도 형세는 크게 기울지 않았다. 이창호 9단은 "아직 낙관하기엔 이른 국면"이라고 했다.


92로 임시변통 후 선수(先手) 행사 뒤 달려간 102가 놀라운 한 수였다. 처음엔 국가대표 검토진에서도 불리해서 던져본 승부수라고 보았는데, 상세한 검토 결과 감탄을 자아낼 만한 호착이었다. 선수로 수를 낸 뒤 116으로 좌상귀를 지켜선 한순간에 균형을 되찾았다. 역전이라는 분석까지 나왔다(목진석 해설 참조).

둘의 시간 사용량은 비슷하게 흘러갔지만, 이때부터 알파고의 착점이 눈에 띄게 느려지면서 승세를 다져나갔다. 국내 기자용 해설장에 선 김성룡 9단의 형세에 관한 질문에 객석에 있던 양건 9단은 "어려운 형세"라며 단정적인 말을 삼갔다. 하지만 복도에 있던 이상훈 9단, 한게임 해설자인 조한승 9단 등은 조심스럽게 "덤이 부담스러워질 것 같다"며 걱정을 쏟아냈다. 124로 붙여 넘는 큰 끝내기 수단을 남기고 126부터 140까지 우하귀에서 크게 살아선 백의 우세가 구체화되기 시작했다. 외국 취재진용 해설장에서 해설을 맡은 미국 출신 일본기원 9단 마이클 레드먼드도 알파고에게 승산이 있음을 인정하기 시작했다. 순간 알파고에게서 작은 실수가 나왔다. 141로 뛰었을 때 142로 둔 수는 1의 4 자리로 한 칸 뛰어 사는 것에 비해 2집 이상 손해였다.

그래도 흑의 열세설은 눈덩이처럼 커져갔다. 현 세계 1인자인 커제(柯潔)도 같은 의견을 밝히고 있다고 현장에 취재 온 중국 기자가 전했다. 150으로 좌변의 큰 곳을 백이 차지해선 7집 반에 달하는 큰 덤을 부담할 길이 없어졌다. 김성룡 9단은 몇 번이나 계가를 거듭하다 "많이 졌다"고 탄식했다. 이후는 그냥 두어본 수순. 186을 본 이세돌이 패배를 선언했다. 계가를 했다면 흑이 반면(盤面)으로 4집쯤 남는 형세. 덤을 제하면 백이 3집 반 정도 이긴다는 계산이다.

이날 바둑을 검토한 국내 프로들의 생각을 종합하면 이렇다. 첫째 알파고는 침착했다(10, 80). 둘째 완급 조절 능력과 전투력도 돋보였다(24~28, 82~86,102~114). 셋째 찬스가 찾아왔을 때 승부처에서 기민한 모습을 보여주었다(122, 124). 넷째, 간혹 실수를 해도(142) 감정이 없 는 기계답게 전혀 흔들리지 않고 다음 착점에 임한다. 최규병 9단은 "1국만 놓고 보면 두텁게 두다가 상대 실수를 받아먹고 쉽게 이겨가던 초기 이창호의 모습을 연상시킨다"고 말했다.

바둑에서 이긴 쪽의 중종반 느슨함은 승리를 위한 안전 운영으로 미화되곤 한다. 그 주체가 기계일 때는 이 같은 해석이 더욱 실감 난다. 알파고는 이날 그런 모습까지 보여주었다.


[사설] 이세돌 꺾은 알파고, 인공지능 大勢 깨달으라는 경고


입력 : 2016.03.10 03:23


세계 최정상급 프로 기사인 이세돌 9단과 구글의 인공지능 '알파고'가 벌인 바둑 대결 5번기 첫판에서 이 9단이 충격의 1패를 당했다. 9일 대국에서 알파고는 '인류 최강'인 이 9단과 대등한 실력을 보였고 과감하게 승부수를 던지는 전략적 판단 능력까지 보여주었다. 알파고는 지난해 10월 유럽 챔피언 판후이 2단을 상대로 인간 프로 기사를 이긴 첫 기록을 세운 데 이어 세계 최정상급 기사에게 승리를 거둔 최초의 인공지능이 됐다. 아직 네 판이 더 남아있지만 인공지능이 예상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진화하고 있음을 온 세계가 실감하는 순간이었다.



바둑은 무한대에 가까운 경우의 수가 있어 인류가 기계보다 유리한 최후 영역 중 하나로 여겨져왔다. 하지만 직관과 추론 같은 인간적 능력이 중요하게 작용하는 바둑마저 인공지능에 따라잡혔다. 인공지능이 인류 사회를 통째로 바꿀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준다. 인공지능은 앞으로 모든 산업 분야는 물론이고 인간의 생활양식 자체를 바꿔놓을 미래 혁신의 주 무대가 될 것이다.

미국 등 선진국 정부와 기업들은 오래전부터 인공지능을 미래 성장 동력으로 보고 치밀하게 준비해왔다. 구글은 인공지능으로 운전하는 자율 주행 차를 만들었고, 애플은 인공지능 비서 '시리'를 스마트폰에 탑재했다. 체스와 퀴즈 게임에서 인류 최강을 무릎 꿇렸던 IBM은 인공지능을 의료 등 실제 삶의 도구로 실용화하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날씨를 예보하는 '샤오빙'을 선보였다.


반면 IT(정보 기술) 강국임을 자부하는 우리나라는 인공지능 분야에선 변방에 불과하다. 한국의 인공지능 기술은 미국에 2.6년 뒤떨어져 있고 일본·영국·독일은 물론 중국에도 뒤처진 것으로 평가된다. 국내에서 쓰는 수퍼컴퓨터는 모두 수입산이고, 경제·금융·군사·치안 등에서 빅데이터를 상용화한 선진국과 달리 우리는 빅데이터를 그냥 지켜보고만 있는 실정이다. 인공지능 분야에서 독자적 연구 성과도 사실상 전무(全無)하다고 IT 전문가들은 말한다. 기업도, 정부도, 당장 돈 되는 눈앞의 사업만 좇고 장기적 관점의 기초과학 투자는 소홀히 하기 때문이다.

이제라도 우리는 인공지능 혁명의 거대한 흐름에 빨리 올라타야 한다. 기업은 긴 호흡으로 인공지능 분야에 적극적인 연구·개발과 투자를 해야 하며, 정부도 관련 규제를 풀고 필요한 지원책을 서둘러야 한다. 구글의 자율 주행 차가 7년 전에 개발돼 330만㎞ 주행 기록을 세웠지만 우리는 엊그제야 겨우 첫 자율 주행 차 허가가 났다. 이래서야 우리 옆에 온 인공지능 시대의 낙오자가 될 수밖에 없다.


[알파고 2연승] '크게 이기는' 대신 '확실히' 이기는 알파고, 해설자들은 패닉

  • 정용창 기자


  • 입력 : 2016.03.10 22:03 | 수정 : 2016.03.11 00:39 10일 이세돌 9단과 인공지능 알파고의 두 번째 대국이 진행됐다. 대국 초반, 현장 중계 진행을 많은 김여원 캐스터는 유창혁 해설에게 “알파고의 기풍은 어떤가”라는 질문을 던졌다. 잠시 생각하던 유 9단은 “잘 모르겠다”며 “어제와 오늘 두는 걸 봤는데, 알파고의 기풍이 잘 드러나지 않았다”고 답했다. ‘알파고 분석’을 어려워한 것은 유 9단 뿐이 아니었다. 바둑TV 해설을 맡은 김성룡 9단도 알파고가 특이한 수를 두자 “한중일 프로기사가 1300명 정도 되는데, 모두 모아놓고 알파고의 다음수를 예측해보라고 해도 저 수는 맞추지 못할 것”이라 평했다.


    10일 2국 공식 해설위원을 맡은 유창혁 9단(왼쪽)은 이세돌 9단이 중반전에서 승리 가능성이 있다고 해설했다. 그러나 막판 끝내기 상황으로 몰고간 알파고는 이 9단을 압박하며 2번째 승리를 거머줬다./류현정 기자
    10일 2국 공식 해설위원을 맡은 유창혁 9단(왼쪽)은 이세돌 9단이 중반전에서 승리 가능성이 있다고 해설했다. 그러나 막판 끝내기 상황으로 몰고간 알파고는 이 9단을 압박하며 2번째 승리를 거머줬다./류현정 기자


    알파고가 해설자들의 예측에서 벗어나는 것은 ‘사람’과 다른 방식으로 사고하기 때문이다. 김석원 소프트웨어정책연구소 책임연구원은 “사람은 최대한 크게 이기는 길을 찾으려 하지만, 알파고에는 최대한 안전하게 이기는 길을 찾으려 한다”고 설명했다.

    바둑판에서 일어나는 경우의 수는 10의 170승으로 사실상 무한대에 가깝다. 프로 기사들은 자신이 바둑판 위에서 일어나는 모든 변수를 예측할 수 없음을 알기 때문에 상대방과 최대한 격차를 벌려 승리를 얻으려 한다. 알파고는 초당 10만개의 수를 계산할 수 있지만, 이 역시 모든 경우의 수에는 미치지 못한다. 이 때문에 알파고는 ‘변수’를 최대한 줄이는데 집중한다. 김 연구원은 “크게 이기고 변수가 많은 수와, 적게 이기고 변수가 적은 수가 있다면 알파고는 후자를 택하도록 설계됐다”며 “프로 기사와는 다른 길을 가기 때문에 ‘실수’로 보일 수도 있지만, 사실 이는 알파고의 ‘계산’의 결과”라고 말했다.

    조혜연 9단은 “이 9단은 실수를 하지 않았고, 알파고는 몇 번의 실수가 있었다”며 “완벽한 이세돌이 실수한 알파고에게 진 형국”이라고 평했다. 하지만 알파고의 입장에서 보자면 이는 실수가 아니라 ‘안전하게 이기는 수’일 뿐이다.
    이런 알파고의 특성 때문에 해설자들은 대국을 중계하는 동안 몇 번이나 말을 바꿔야 했다. 끝내기 국면에서 알파고가 이 9단에게 돌을 잃자 김성룡 9단은 “저 수는 명백한 실착이다 이 9단이 역전할 수도 있겠다”고 말했다가 이후 이 9단의 패색이 짙어지자 당황스러워하기도 했다.

    생각하는 기준부터 다른 만큼, 남은 3번의 대국에서도 해설자들은 알파고가 놓는 포석을 시청자들에게 설명하는데 애를 먹을 것으로 보인다. 이정원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의료영상연구실 선임연구원은 “사람에게는 알파고의 수가 애매하게 느껴지지만, 알파고는 1수를 둘 때마다 조금씩 이득을 얻는 바둑을 둔다”고 말했다.



    '이세돌 긴장 탓' vs '알파고 실력 덕'…전문가들이 보는 두번째 대국

  • 전준범 기자
  • 심민관 기자
  • 정용창 기자
  •     

    입력 : 2016.03.10 06:00 | 수정 : 2016.03.10 07:18 구글이 개발한 인공지능 알파고(AlphaGo)가 바둑 세계 최강 이세돌 9단과의 첫 번째 대국을 승리로 장식했다. 9일 오후 서울 종로구 포시즌스 호텔에서 진행된 대국에서 알파고는 이 9단을 상대로 186수 만에 불계승(기권승)을 거뒀다. ‘세기의 대결’을 숨죽여 지켜보던 세계 많은 사람은 이 9단이 흑돌을 던지며 패배를 인정하자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대부분 첫 번째 대국은 이 9단이 승리할 가능성이 크다고 예상했기 때문이다.

    이 9단은 대국 종료 직후 열린 기자회견에서 “진다고 생각하지 않았기 때문에 너무 놀랐다. 알파고 프로그래머들에게 깊은 존경심을 전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1국에서 졌다고 해서 크게 흔들리거나 이런 거는 없다"며 자신감을 잃지 않고 있음을 강조했다.

    의외의 결과에 대국을 지켜본 전문가들의 관전평도 엇갈렸다  “이 9단이 지나치게 긴장해 제 실력을 발휘하지 못했다”는 의견이 나오는가 하면 “알파고의 실력이 이 9단을 능가할 만 했다”는 분석도 적지 않다. 전문가들은 대국 중후반 알파고가 보여준 일부 ‘말도 안되는’ 수에 대해서는 “실수를 한 것이 맞다”면서도 “감정이 없어 인간처럼 실수에 흔들리지 않는다”고 진단했다.

    이세돌 9단(오른쪽)이 9일 서울 종로구 포시즌스 호텔에서 열린 구글 인공지능 알파고와의 첫 번째 대국을 마친 후 ‘알파고의 아버지’라 불리는 데미스 하사비스 딥마인드 최고경영자(왼쪽)와 악수를 나누고 있다. / 구글코리아 제공

    이세돌 9단(오른쪽)이 9일 서울 종로구 포시즌스 호텔에서 열린 구글 인공지능 알파고와의 첫 번째 대국을 마친 후 ‘알파고의 아버지’라 불리는 데미스 하사비스 딥마인드 최고경영자(왼쪽)와 악수를 나누고 있다. / 구글코리아 제공



    ◆ “이세돌 긴장했다” vs “알파고 실력 뛰어나”

    이 9단이 첫 번째 대국부터 알파고에 밀린 이유는 무엇일까. 문병로 서울대 컴퓨터공학부 교수는 “대국 전부터 당일날까지 이어진 언론과 사람들의 지나친 관심이 이 9단에게는 부담감으로 작용했을 것”이라며 “심리가 안정됐을 때와 그렇지 않을 때 1~2점 정도 실력 차이가 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 이 9단은 경기 전날 불안감을 드러냈다. 이 9단은 “5대0으로 이길 것”이라며 자신감을 드러냈던 이전과 달리 8일 열린 기자회에서는 “알파고의 알고리즘이 생각보다 대단한 것 같다. 5대0 완승은 아닐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이 9단은 첫 날 대국이 잘 풀리지 않자 잠시 대국장 밖으로 나가 휴식을 취하다 들어오기도 했다.

    김강근 NHN엔터테인먼트 한게임 바둑사업 총괄 팀장은 “이 9단은 중계 영상 너머에서도 느낄 수 있을 정도로 긴장한 기색이 역력했다”면서 “과도한 긴장 탓에 제 실력을 발휘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 9단의 컨디션과 별개로 알파고의 실력이 매우 뛰어나 충분히 이길만 했다고 밝힌 전문가도 있다. 정두석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선임연구원은 “사람들의 예측이 빗나간 것은 지난해 10월 판후이 2단과 대국했을 때보다 알파고의 실력이 늘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올해 1월 국제학술지 ‘네이처’에 공개된 알파고의 알고리즘은 알파고가 지난해 10월 판후이 2단과 대국했을 당시의 알고리즘이다. 정 선임은 “이후 5개월 간 알고리즘 개선이 진행되면서 알파고의 실력도 크게 늘었다”고 판단했다.




    (왼쪽 위부터 시계 방향으로)문병로 서울대 컴퓨터공학과 교수, 이정원 한국전자통신연구원 선임연구원, 정홍제 넷마블엔투 바둑사업파트 파트장, 정두석 한국과학기술연구원 선임연구원, 김석원 소프트웨어정책연구소 연구원, 김강근 NHN엔터테인먼트 한게임 바둑사업 총괄팀장
    (왼쪽 위부터 시계 방향으로)문병로 서울대 컴퓨터공학과 교수, 이정원 한국전자통신연구원 선임연구원, 정홍제 넷마블엔투 바둑사업파트 파트장, 정두석 한국과학기술연구원 선임연구원, 김석원 소프트웨어정책연구소 연구원, 김강근 NHN엔터테인먼트 한게임 바둑사업 총괄팀장


    이정원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의료영상연구실 선임연구원은 알파고가 대국 중반 이후 던진 승부수가 제대로 먹혀 들어갔다고 평가했다. 바둑은 대국 후반으로 갈수록 고려해야 하는 경우의 수가 줄어든다. 알파고 입장에서는 계산 부담이 적어진다는 의미다. 이 때문에 사람들은 알파고가 가장 부담을 받는 초반에 이 9단이 변칙적인 수로 알파고의 수읽기를 방해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 9단은 실제로 대국 초반 판세를 흔들기 위한 시도를 했지만, 알파고는 침착하게 대국을 자신에게 유리한 국면으로 이끌었다. 이 선임은 “알파고가 불리할 것으로 예상됐던 초반 포석을 잘 넘겼다”고 말했다 .

    ◆ 알파고도 실수…“승리 위한 판단” 의견도

    사람들은 인공지능이 가진 최대 강점으로 정확한 계산 능력과 판단 능력을 꼽는다. 하지만 알파고는 첫 번째 대국에서 몇 차례의 실수를 범했다. 가령 백 80수 때는 당장 받지 않아도 되는 걸 알파고가 받으면서 순식간에 판도가 바뀌었다.

    이 부분에 대해서도 전문가들은 여러 가지 의견을 내놨다. 문병로 서울대 교수는 알파고의 실수가 공간탐색능력의 결함에서 비롯됐다고 분석했다. 문 교수는 “대국 막판에 실수로 보이는 수들이 모서리 부분에서 다수 발견됐다”면서 “모서리는 공간이 더 좁아 공간탐색이 더 잘 돼야 하지만, 그렇지 못해 실수로 이어진 것”이라고 말했다.

    김강근 NHN엔터테인먼트 팀장은 알파고가 수싸움에 대한 감각이 아직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김 팀장은 “알파고는 82~93수까지 진행된 중반 수싸움에서 미숙한 모습을 보였다”면서 “특히 후반부 우하귀 136수 같은 실수는 프로기사라면 절대로 하지 않을 실수”라고 강조했다.

    정두석 KIST 선임연구원은 인공지능이 사람이라면 하지 않을 실수를 충분히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정 선임연구원은 “인공지능은 지금까지 학습해온 것들을 기반으로 판단하기 때문에 제로부터 모든 경우의 수를 학습하도록 만들어야 한다”면서 “이 과정이 쉽지 않아 실수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말했다.

    이세돌 9단(오른쪽)이 9일 알파고와의 첫 대국에서 바둑판에 흑돌을 올리고 있다. / 구글코리아 제공
    이세돌 9단(오른쪽)이 9일 알파고와의 첫 대국에서 바둑판에 흑돌을 올리고 있다. / 구글코리아 제공


    첫 대국의 공식 해설을 맡은 김성룡 프로 9단은 알파고가 실수를 저질러 부분적으로 큰 손해를 보더라도 전체 형세가 자신에게 불리하지 않으면 그 손해를 감수한다고 분석했다. 김 9단은 “알파고가 백 90수로 인해 좌하귀에서 발생한 큰 손해를 만회하고자 우하귀에 백 102수를 뒀다”면서 “이 9단이 기자회견에서 알파고의 승부수에 놀랐다고 말한 부분이 바로 이 수”라고 설명했다.

    김 9단은 “인간은 너무 큰 손해를 입게 되면 손절을 못하는데, 알파고는 인간이라면 도저히 할 수 없을 정도의 손절을 감수할 수 있을 만큼 냉정하다”고 평가했다.

    이정원 ETRI 선임연구원은 인간이 실수라고 규정한 행동이 인공지능 입장에서는 최선의 결과를 도출하기 위한 판단일 수 있다는 의견을 냈다. 이 선임연구원은 “우리가 실수라고 부르더라도 알파고 입장에서는 실수가 아니었을 수 있다”면서 “알파고는 그렇게 수를 두는 것이 궁극적으로 승률을 더 높을 수 있다고 봤을 것”이라고 말했다.

    ◆ 3명 “남은 대국 이세돌 유리”…3명 “예측 어렵다” 팽팽

    알파고는 첫 대국부터 이 9단을 꺾는 이변을 연출했다. 알파고가 이 9단과 팽팽하게 맞설 수 있는 실력을 드러낸 만큼 어느 한쪽의 압승이 실현되기는 어려워 보인다.

    전문가들도 남은 대국의 승패를 예측하긴 어렵다는 반응을 보였다. 다만 첫 대국에서 알파고의 약점이 여실히 드러난 만큼 이 9단이 이를 잘 공략한다면 나머지 대국을 유리하게 이끌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전문가들은 이 9단의 승리를 예측하는 쪽과 승패 예측이 어렵다고 보는 쪽으로 갈렸다.

    이 9단이 유리하다는 입장을 나타낸 전문가들은 “이 9단이 자신의 페이스를 유지하면 충분히 알파고를 이길 수 있다”고 내다봤다. 알파고는 알고리즘 개선 없이 5차례의 대국을 진행한다. 이는 첫 경기에서 드러난 약점도 5경기 내내 지속된다는 의미다. 결국 남은 대국의 승패는 이 9단의 전략과 컨디션에 따라 좌지우지될 확률이 높다.

    정홍제 넷마블엔투 바둑사업파트 파트장은 “이 9단이 첫 대국처럼 초반에 의외의 수를 두는 모험을 하지 않고 보수적인 태도를 유지한다면 2국부터는 승산이 있을 것”이라며 “초반과 종반에는 알파고가, 중반에는 이 9단이 유리한 형국이 반복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문병로 서울대 교수는 “첫 대국에서 이 9단은 본인 스타일대로 바둑을 두지 못했다”면서 “심리적인 안정을 되찾으면 이 9단이 충분히 이길 수 있다”고 말했다. 김강근 NHN엔터테인먼트 팀장도 “알파고의 실력이 지난해 10월 판후이 2단과의 대국 때보다 강해진 것은 사실이지만, 이 9단이 심리적인 부분만 보완하면 충분히 반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세돌 긴장 탓' vs '알파고 실력 덕'…전문가들이 보는 두번째 대국




    반면 앞으로의 대국 결과를 예측하기 어렵다고 평가한 전문가들은 알파고의 실력이 예상보다 뛰어나다는 쪽에 무게를 실었다. 정두석 KIST 선임연구원은 “만약 이 9단이 실력을 모두 발휘했는데도 진 것이라면 이후 대국도 힘들 수 있다”고 말했다.

    이정원 ETRI 선임연구원은 “알파고의 실력을 과소평가했다”면서 “이 9단이 전략을 수정하더라도 알파고에 통할지 예측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김석원 소프트웨어정책연구소 연구원은 “첫 대국을 알파고가 이겼다고 해서 남은 4번의 대국에서도 알파고가 이긴다는 보장은 없다”면서 “알파고의 상태는 모든 대국마다 똑같지만, 이 9단은 마음을 새롭게 고쳐먹고 다음 대국에 임하기 때문에 경기력이 달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 9단과 알파고의 두 번째 대결은 10일 오후 1시부터 서울 포시즌스 호텔에서 진행된다. 대국은 알파고가 미국 중서부에 있는 구글 클라우드 서버 시스템에서 착점을 계산하면 그 결과값이 고속 네트워크를 통해 대국 장소에 설치된 모니터에 나타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알파고의 리더 프로그래머이자 아마 6단의 실력을 갖춘 아자 황이 모니터의 결과를 보고 대신 둔다.



    [이세돌 vs 알파고] 이지수 슈퍼컴 박사 "알파고 시스템 100억원대 슈퍼컴퓨터...알고리즘으로 승부"

    류현정 기자

    입력 : 2016.03.10 13:35 | 수정 : 2016.03.10 16:15
    이지수 KISTI 책임 연구원 (전 KISTI 국가슈퍼컴퓨팅연구소 소장)
    이지수 KISTI 책임 연구원 (전 KISTI 국가슈퍼컴퓨팅연구소 소장)

    “알파고 컴퓨터는 CPU 1202개, GPU 176개를 쓴 네트워크 컴퓨터(분산형 컴퓨터)입니다. 컴퓨터 하드웨어 성능만 보면 세계 500대 슈퍼컴퓨터 순위(톱500) 하위권에 들겠네요.”

    이지수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 책임연구원은 “알파고 컴퓨터의 정확한 금액을 산정하려면 세부 정보가 더 필요하지만, CPU와 GPU 갯수로만 봤을 때는 100억원 수준의 컴퓨터”라고 말했다.

    이 연구원은 독일 국립슈퍼컴센터 연구원,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 슈퍼컴퓨팅센터 센터장, 사단법인 한국계산과학공학회 부회장, KISTI 국가슈퍼컴퓨팅연구소 소장 등을 거친 국내 대표적인 슈퍼컴퓨터 전문가다.

    이 연구원은 “바둑 프로그램 하나를 돌리는 데 100억원 짜리 컴퓨터를 쓰는 것이 놀랍다고도 볼 수 있다”면서도 “보통 슈퍼컴퓨터는 수백억원이 넘고 미국 주요 슈퍼컴퓨터의 가격이 1000억원을 상회한다는 상회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알파고는 슈퍼컴 중에서는 평범한 수준”이라고 말했다.

    현재 세계에서 가장 비싼 슈퍼컴퓨터로는 일본의 ‘K컴퓨터’가 꼽히는데, 가격이 1조2000억원이 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알파고의 하드웨어 성능은 지난해 10월 유럽의 바둑 프로 판후이와의 대결 당시와도 같다. 당시에도 알파고는 CPU 1202개, GPU 176개를 쓴 네트워크 컴퓨터였다.

    이 연구원은 “알파고는 CPU 등 컴퓨터 하드웨어 용량을 늘리기보다는 알고리즘을 개선해 성능을 끌어올린 것이 특징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래픽=이진희


    알파고를 개발한 구글 딥마인드 데미스 하사비스 CEO는 “하드웨어 성능을 개선하면 오히려 알파고의 성능이 떨어져 하드웨어 용량을 늘리지 않았다”면서 “알고리즘만 개선해 이세돌 9단과의 대국을 준비해왔다”고 말했다.




    [세기의 대국 여기는 현장] 알파고 인간 최고수 상대로 186수만에 불계승...현장은 충격(종합)


    입력 : 2016.03.09 17:15 | 수정 : 2016.03.10 06:00 구글 인공지능 알파고(AlphaGo)가 9일 인간 대표 이세돌 9단과의 첫 대국에서 186수 만에 불계승(기권승)을 거뒀다. 세기의 대국이 열린 서울 종로구 포시즌스 호텔 대국장은 알파고의 승리로 충격에 휩싸였다.


     인공지능 알파고의 승리가 확정되자 대국 현장은 충격에 휩싸였다. 사진은 9일 서울 종로구 포시즌즈호텔에서 열린 ‘이세돌과 알파고’의 1국 공식 해설 위원을 맡은 김성룡 프로 9단(오른쪽)과 이소용 아마 6단 / 사진 류현정 기자

    인공지능 알파고의 승리가 확정되자 대국 현장은 충격에 휩싸였다. 사진은 9일 서울 종로구 포시즌즈호텔에서 열린 ‘이세돌과 알파고’의 1국 공식 해설 위원을 맡은 김성룡 프로 9단(오른쪽)과 이소용 아마 6단 / 사진 류현정 기자



    세기의 대국은 초반 박빙으로 시작했으나, 중반 이세돌 9단이 승기를 잡으면서 첫 승은 이 9단이 무난하게 승리하는 것이 아니냐는 관전평이 나왔다. 그러나 후반전 수가 거듭될 수록 알파고의 승리가 점쳐졌고 이세돌 9단이 흑돌을 던지면서 알파고의 승리가 확정됐다. 대국이 시작된지 3시간 30분 만이었다. ☞ 이세돌 vs 알파고 기사 모음

    알파고의 승리가 확정되면서 대국장은 일순간 술렁였다. 알파고의 승리보단 이 9단의 패배를 믿지 못하는 분위기였다. 이날 공식 해설위원을 맡은 김성룡 9단도 “이건 말이 안된다”며 이 9단의 패배에 충격을 받은 모습을 보였다. 그는 대국이 종반으로 치닫자 알파고와 이 9단의 집 계산에 나섰다. 그는 여러 차례 계산을 반복했지만 “이 9단의 패배를 되돌릴 수 없는 상황”이라며 사실상 이 9단의 패배했음을 현장에서 알렸다. 이 9단은 곧이어 186수 만에 돌을 던지고 불계패를 인정했다.

    전문가들은 대국 초반 ‘초박빙’, 중반 ‘이세돌 우세’로 점쳤지만, 이 9단이 흑 123수에서 큰 실수를 하면서 패배의 빌미를 제공했다고 평가했다. 김 9단은 “이 9단의 흑 123수 말이 안된다. 큰 실수였다”고 말했다.

    알파고가 불계승을 거두자 중반전에서 알파고가 뒀던 3개 수에 대한 평가도 달라지고 있다. 대국 중계를 맡은 프로 9단들은 알파고 둔 90번째 수, 136번째 수, 162번째 수를 결정적인 실수로 봤지만, 결국 알파고가 승리하면서 이들 수 역시 계산된 포석이 아니었냐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김성룡 9단은 대국 중반을 평가하면서 “알파고의 백 90수는 말도 안되는 수를 둔 것이며 상당히 실망스럽다”고 평가했지만, 1국이 알파고의 승리로 돌아가자 “그동안 실수로 보였던 알파고의 착수도 계산된 수였던 것이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김 9단은 “알파고가 부분 판세뿐만 아니라 전체 판세를 보는 것 같다. 바둑이 깔끔하게 끝났다”면서 “알파고가 제한시간에 있어서 페이스를 잘 지켰다”고 설명했다.



    [세기의 대국 여기는 현장] 감동근 아주대 교수 "이세돌 9단이 컴퓨터 특성 파악 못한듯"


    김민수 기자


    입력 : 2016.03.09 17:11 “종반 이후 알파고가 몇 번 느슨하게 수를 뒀는데 이세돌 9단도 함께 방심한 것 같습니다. 이세돌 9단이 전체적으로 컴퓨터의 감정에 휘둘리지 않는 침착한 특성을 이해하지 못한 것 같습니다.”

    감동근 아주대 전자공학과 교수는 이세돌 9단이 초반에 변칙적인 수를 뒀지만 알파고가 침착하게 대응하며 이세돌 9단도 당황한 것 같다고 관전평을 전했다.

    다음은 감동근 교수의 관전평.

    “판 후이와의 대국 이후 알파고는 5개월 만에 엄청난 발전을 한 것 같다. 딥러닝을 통해 학습한 알파고끼리 자체 대국을 통해서 훨씬 강해진 것 같다. 판 후이와의 대국에서 보였던 약점을 보완한 것으로 보인다. 구글이 새로운 알고리즘으로 보완했을 가능성도 있다. 덤 7집 반을 주는 중국식 룰은 ‘백돌’을 잡는 게 유리한데 알파고가 백돌을 잡았다는 점도 알파고에 유리하게 작용했을 수도 있다. 프로 기사들이 가장 충격에 빠졌을 것이다. 하지만 과학자들은 오히려 좋아할 것이다. 수많은 사람이 투입된 연구결과가 세계 최고수를 꺾었기 때문이다.”




    알파고 2연승] 조혜연 9단 "실수한 알파고가 완벽한 이세돌을 이겼다"



    정용창 기자



    입력 : 2016.03.10 19:09

    조혜연 9단
    조혜연 9단

    - 전체적인 관전평을 말해달라

    “대국을 생중계로 봤지만, 다시 복기를 해 봐서 흐름을 파악해야 할 것 같다. 이세돌 9단 입장에서는 실수가 거의 없었고, 알파고는 실수라고 밖에 할 수 없는 이상한 수를 몇번 뒀다. 실수한 알파고가 완벽한 이세돌을 이긴 형국이다. 이 9단에게는 어제보다 오늘 대국이 더 타격이 클 것으로 본다. 이 9단이 알파고의 약점을 전혀 찾지 못했다. 다음 대국까지는 하루의 시간이 있으니 알파고를 이기기 위한 대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 이세돌 9단이 진 이유는 무엇일까

    “초반·중반은 나쁘지 않았다. ‘끝까지 가면 이길 것이다’라는 믿음이 있었는데, 그 과정에서 알파고의 후반 운영 능력을 과소평가한 것 아닌가 싶다. 200수 전에 초읽기에 몰린 부담도 있었을 것이다. 이 9단이 어제는 시간을 많이 남기고 져서 초반부터 제한시간을 많이 썼는데, 결과적으로는 시간 조절에 실패한 모양새가 됐다.”

    입력 : 2016.03.10 19:09

    조혜연 9단
    조혜연 9단

    - 전체적인 관전평을 말해달라

    “대국을 생중계로 봤지만, 다시 복기를 해 봐서 흐름을 파악해야 할 것 같다. 이세돌 9단 입장에서는 실수가 거의 없었고, 알파고는 실수라고 밖에 할 수 없는 이상한 수를 몇번 뒀다. 실수한 알파고가 완벽한 이세돌을 이긴 형국이다. 이 9단에게는 어제보다 오늘 대국이 더 타격이 클 것으로 본다. 이 9단이 알파고의 약점을 전혀 찾지 못했다. 다음 대국까지는 하루의 시간이 있으니 알파고를 이기기 위한 대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 이세돌 9단이 진 이유는 무엇일까

    “초반·중반은 나쁘지 않았다. ‘끝까지 가면 이길 것이다’라는 믿음이 있었는데, 그 과정에서 알파고의 후반 운영 능력을 과소평가한 것 아닌가 싶다. 200수 전에 초읽기에 몰린 부담도 있었을 것이다. 이 9단이 어제는 시간을 많이 남기고 져서 초반부터 제한시간을 많이 썼는데, 결과적으로는 시간 조절에 실패한 모양새가 됐다.”

    - 알파고가 끝내기 국면에서 손해를 봤는데

    “실수 수준이 너무 낮아서 알파고가 바둑 내용을 대등하게 맞춘 게 아니냐 이런 얘기도 있는데, 전문가들 설명에 따르면 알파고가 일부러 실수를 하는 것은 아니다. 알파고의 목적은 많이 이기는 것이 아니라 확실히 이기는 것이다. 우리가 볼 때는 말이 안 되는 손해라도 알파고가 보기에는 승부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확실한 선택이다. 실제로 알파고가 몇 집을 잃기는 했지만 그 과정에서 이 9단이 둘 수 있는 수는 더욱 줄어들었다.” 

    -남은 대국의 전망은

    “어렵다고 본다. 3판을 내리 이겨 승자가 되면 좋겠지만 알파고 실력이 오히려 비교우위에 있다고 봐야 한다. 3대2로 이기는 건 현재로서는 어렵다고 본다. 일단 이 9단이 한판 이기는 걸 목표로 해야 한다. 다음판을 따낸 다음 목표를 재설정해야할 것이다.”





    WSJ "알파고, 이세돌 대신 커제와 대결했어야"
    김명지 기자


    입력 : 2016.03.10 10:14 “이세돌 9단은 바둑계의 로저 페더러”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세돌 9단(33)이 지난 9일 구글 딥마인드의 인공지능 ‘알파고’와의 대결에서 불계로 패배를 당한 데 대해 “한국의 바둑 최고수가 인공지능과 토너먼트 1차 전부터 패배했다”며 “이 9단이 구글을 대적하기에 적당한 상대인가”라며 의문을 제기했다.


    이세돌 9단이 지난 9일 구글 인공지능 알파고와의 대결에서 패한 데 대해 WSJ은 “이 9단은 바둑계의 로저페더러”라고 평했다. 왼쪽 위부터 이세돌9단, 커제, 로저 페더러, 노박 조코비치/조선일보DB

    이세돌 9단이 지난 9일 구글 인공지능 알파고와의 대결에서 패한 데 대해 WSJ은 “이 9단은 바둑계의 로저페더러”라고 평했다. 왼쪽 위부터 이세돌9단, 커제, 로저 페더러, 노박 조코비치/조선일보DB




    WSJ는 특히 이 9단을 ‘바둑계의 로저 페더러’라고 묘사하며 “구글이 어째서 한물 간(old) 선수인 이 9단을 골랐는지 모르겠다”며 “현재 바둑계의 노박 조코비치는 중국의 커제(柯洁)다”고 주장했다. 커제는 중국 바둑랭킹 1위인 선수로 이 9단과의 대국에서 8승 2패를 기록했다.

    로저 페더러(34・스위스)는 그랜드슬램 최다 우승 기록 등을 보유하며 ‘테니스의 황제’로 불린 선수다. 하지만 30대 들어 우승횟수가 줄어들며 하락세를 보였고, 지난해에는 성적 부진으로 세계 1위 자리를 신예 노박 조코비치(29・세르비아) 에 내줬다.

    WSJ는 “이세돌은 현재 18개 전세계 바둑 대회 우승 타이틀을 보유한 것은 맞지만 최근 그의 성적은 매우 부진했다”며 “지난해 대국에서는 단 한 차례 우승한 데 그쳤다”고 지적했다. WSJ는 이어 중국 기자의 말을 인용해 “중국 팬들이 기본적으로 이세돌을 응원하곤 있지만, 실제로는 커제와 알파고의 대결을 보고 싶어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커제는 이날 이세돌 9단과 경기를 지켜본 뒤 웨이보를 통해 “바둑을 잘 모르는 사람이 있는 것 같아서 내 자신을 소개한다”며 “나는 이세돌에게 8승 2패인 사람”이라고 자랑을 늘어놨다. 경기 직후 그는 “알파고가 이세돌마저 꺾었지만 나를 이길 순 없을 것”이라는 글을 남기기도 했다.

    커제는 알파고와의 대결 가능성에 대해서는“알파고가 내 기술을 배우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며 인공지능과의 대결을 일축하면서도 “알파고는 나보다 약하다”며 자신감을 표출했다.

    한편 WSJ는 앤드류 잭슨 전미바둑협회 회장을 인용, “이세돌이 내일(10일) 경기에선 더 나은 결과를 낼 것으로 생각한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