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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 기사들이 분석한 이세돌 VS 알파고 A to Z

Shawn Chase 2016. 3. 9. 22:40

노컷뉴스 | CBS노컷뉴스 유원정 기자 | 입력 2016.03.09. 20:35



결과는 충격적이었다. 프로 바둑기사 이세돌 9단과 인공지능 알파고의 대국 1국이 알파고의 '불계승'으로 끝났다.

알파고와의 3시간 반 치열한 접전 끝에 이세돌 9단이 돌을 던진 것이다.

대국을 처음부터 끝까지 관전한 프로 바둑기사들에게 이들의 승부에 대한 평가를 들어봤다.

◇ 흔들림 없는 알파고…이세돌 패인은 '정보 부족'과 '방심'

바둑 TV에서 해설을 맡았던 김효정 9단은 충격을 감추지 못했다. 그 역시 중반부 알파고의 '악수'로 이세돌 9단의 승리를 자신했었다.


바둑기사 이세돌 9단이 9일 오후 서울 종로구 포시즌스호텔에서 열린 구글 인공지능(AI) 알파고의 첫 번째 대국에서 첫 수를 두고 있다. 이 9단의 첫 수는 우상귀 소목, 알파고는 1분 30초의 장고 끝에 좌상귀 화점에 첫 수를 뒀다. (사진=구글 제공)

바둑기사 이세돌 9단이 9일 오후 서울 종로구 포시즌스호텔에서 열린 구글 인공지능(AI) 알파고의 첫 번째 대국에서 첫 수를 두고 있다. 이 9단의 첫 수는 우상귀 소목, 알파고는 1분 30초의 장고 끝에 좌상귀 화점에 첫 수를 뒀다. (사진=구글 제공)



김효정 9단은 "지금 너무 충격을 받았다"면서 "알파고가 악수를 두는 순간에 다들 낚였다. 그 이전에 이세돌 9단이 좋지 않았는데 기세가 좋아졌다. 알파고가 너무 어이없는 실수를 했고, 분위기에 휩쓸려 다들 냉정하게 바라보지 못한 것"이라고 판단했다.

집을 세는 순간, 반전이 일어났다. 해설을 맡은 프로 기사들은 점차 말이 없어졌다. 이미 끝내기가 들어간 상황. 어떻게 해도 이세돌 9단이 알파고를 이길 방도가 없었다.

분명 알파고가 불리한 상황도 있었다. 그러나 감정이 없는 인공지능 알파고는 초조해하지도 않고 '최선의 수'만을 찾아갔다. 프로 기사들의 말에 따르면 이기고 있을 때도 '방심'이 없다. 기계에게 기풍이 있다면 알파고는 '흔들림 없는 냉정함'이다.

김효정 9단은 "분명 실수는 있었다. 하지만 그 다음에 알파고는 냉정하게 다음 수를 찾는다. 흔들림이라는 것이 전혀 없다. 이상한 수를 많이 두기는 했는데 전체적인 상황은 나쁘지 않았다"고 평가했다.

처음부터 끝까지 대국을 지켜 본 홍민표 9단은 알파고의 바둑을 '인간과 운영의 눈이 다르다'고 평가했다.

홍민표 9단은 이번 대국에서 알파고가 보여준 실력에 대해 "대국을 시작했을 때 창의적인 수를 뒀고, 강함이 느껴졌다. 이후 잠시 컴퓨터의 한계인가 싶은 시점이 있었지만 뒤집는 힘이 상당했다"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알파고가 중반부에 둔 '악수'조차 설계의 일부였다는 이야기까지 나오고 있다. 홍민표 9단은 이에 '반신반의'했다.

그는 "부분적으로는 실수가 맞았다. 우리들 직관에서 봤을 때는 분명히 이상하다고 느끼는 부분이 있었다. 그런데 돌이켜보면 결과는 그렇지도 않았다. 설계였을 가능성도 있겠다"고 이야기했다.

그렇다면 이세돌 9단의 '패인'은 무엇일까. 김효정 9단은 이세돌 9단이 알파고 실력을 모른 점, 홍민표 9단은 인간이 할 수 있는 '방심'을 가장 큰 이유로 꼽았다.

김효정 9단은 "평상시 본인이 바둑을 두는 대상으로 생각해서 변화를 보이면서 시도를 했는데 제 느낌에는 이세돌 9단도 당황했다"며 "예상치 못한 곳에서 허를 지르고 들어오는 수가 있어서 당황했을 것이다. 그래서 무너진 게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홍민표 9단은 "방심이 컸다. 이세돌 9단이 실험적인 수를 들고 나왔는데 제한시간을 충분히 사용하지 않으면서 빠르게 수를 뒀다"면서 "중반에 기세를 잡았을 때 좀 더 신중했어야 되는데 이후 우측하단에 있는 집을 많이 빼앗기는 실수를 했다. 그렇게 역전을 당한 것도 컸다"고 지적했다.

◇ 1국은 맛보기, 2국부터가 진짜…바둑계 분위기는?

두 사람은 이어지는 2국이 승패 분위기를 결정할 것으로 내다봤다. 1국은 이세돌 9단과 알파고 모두 상대의 전력을 파악하는데 의미가 있다는 이야기다.

홍민표 9단은 "2국에서는 이세돌 9단이 절대 방심하지 않고 대국에 임할텐데 만약 패하면 알파고가 5:0으로 이길 가능성도 있다. 그러나 승리하면 자신감이 붙어 좀 더 유리한 방향으로 가리라 본다"고 예상했다.

김효정 9단은 도저히 예상 스코어를 이야기할 수 없다면서도 "이제 이세돌 9단이 직접 알파고를 겪어봤으니까 달라질 것이다. 물론 알파고의 모든 수를 읽을 수 있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본인이 어떤 느낌으로, 어떤 스타일로 알파고를 대해야 하는지 준비하고 대처할 수 있다는 것"이라고 기대를 버리지 않았다.

인간만의 영역으로 취급됐던 바둑에 인공지능이 도전했고, 승리를 거뒀다. 바둑계에 몸 담고 있는 두 프로 기사들은 이에 대해 정반대의 전망을 내놨다.

알파고와 같은 인공지능이 지속적으로 발달한다면 바둑의 교육 체계와 시스템 자체가 달라질 수 있다.

홍민표 9단은 "인공지능에게 교육 받는 것이 더 좋은 효과가 있다면 사람이 사람에게 굳이 배울 필요가 없다. 바둑 체계 자체가 바뀔 가능성도 염두에 둬야 한다. 바둑 기사이기 때문에 당연히 걱정이 된다. 바둑의 벽이 무너지는 순간에는 타격이 있을 것"이라고 우려를 내비쳤다.

비록 '인간이 최고 영역'은 아닐지라도 여전히 바둑의 힘은 유지될 가능성이 높다. 오히려 이번 대국은 일반인들도 바둑에 관심을 가지는 파급 효과를 낳았다.

김효정 9단은 "물론 인공지능이 바둑마저 뛰어 넘으면 충격은 받을 것 같다. 그러나 비관적으로 볼 것만은 아니다"라면서 "바둑계 자체가 죽거나 바둑을 배울 필요가 없거나 프로 기사 의미가 없어지는 건 아닌 것 같다. 바둑이 많이 알려지기도 했고 대단하다는 것을 느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CBS노컷뉴스 유원정 기자] ywj2014@cbs.co.kr




'신의 경지' 알파고, 상상초월 승부사…이세돌의 패착은

[JTBC] 입력 2016-03-09 20:51


바둑에서 9단은 '입신'이라고 하지요. 바둑에 관한 한 '신의 경지'에 들어섰다는 건데요. 입신 중에서도 최강자인 이세돌 9단이 오늘(9일) 인공지능 알파고에게 충격적인 패배를 당했습니다. 이제 인공지능이 '신의 경지'에 도달한다는 말이 단순한 농담이 아니게 됐는데요. 오늘 대국에 대해 좀 더 알아보겠습니다.

주정완 스포츠문화부장이 나와 있습니다. 주정완 부장은 어제도 나왔습니다마는, 제가 소개해드린 대로 바둑 아마추어 4단입니다. 어서 오십시오.

어제 몇 가지 예언한 바는 있습니다. 예언이라고까지 하기엔 좀 그렇습니다마는… 초반이 유리할 수 있다, 그런데 초반부터 별로 안 좋았고요. 또 한 가지 주 부장이 얘기한 것이 뭐냐면, 약간 정칙이 아닌 변칙수를 두면 이른바 주 부장 표현대로 따르자면 응징을 당할 수도 있다, 그렇게 된 것 같습니다.

바로 그렇습니다. 이세돌 9단이 초반에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던 변칙수를 좀 구사했는데요.

알파고의 실력을 테스트하려는 의도였던 것 같은데, 그게 문제였습니다.

알파고가 전혀 흔들리지 않고, 흑 대마를 강하게 몰아붙이면서 초반엔 이 9단이 수세에 몰렸습니다.

그래서 이번 대국을 관전한 프로기사들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다" "전율이 느껴진다" 이런 표현까지 쓰며 알파고에 대해 평가했습니다.

알파고, 정말 강적이었던 것 같습니다.

[앵커]

중반엔 이세돌 9단이 역전 비슷하게 갔었다면서요.

[기자]

그렇습니다. 잠시 해설판을 보시겠습니다.

이세돌 9단이 흑이고, 알파고가 백입니다.


그리고 이세돌 9단이 둘 차례입니다. 여기선 이렇게 두는 수가 좋은 수였습니다.

그러면 이런 진행이 예상되는데요… 흑은 이쪽 구석에 집을 짓고 살았습니다.

그런데 이세돌 9단은 이렇게 두지 않았습니다.

[앵커]

지금 주정완 부장이 둔 것은 주정완 부장이 생각하는 수였습니까?

[기자]

프로들이 얘기한 수였습니다. 검토실에서 나온 의견이었고요.

이세돌 9단은 이렇게 두었습니다.

이후에 수순을 보면 이렇게 진행이 됐습니다. 이 결과를 보시면, 흑이 집을 지어야 될 자리에, 백이 집을 짓고 살았습니다.

이 차이가 10집이 넘습니다.

[앵커]

굉장한 차이네요. 이렇게 봐도. 좀 아까 뒀던 것 하고는.

[기자]

그렇습니다. 이세돌 9단의 패착이 바로 이 수였습니다.

[앵커]

그렇군요. 이게 중반에 벌어진 일이죠?

[기자]

거의 후반 무렵입니다. 여기서 조금 더 두고 이세돌 9단이 결국 돌을 던졌습니다.

[앵커]

돌을 안 던지면 어떻습니까?

[기자]

돌을 안 던지고 끝까지 둔다면 계가를 하게 되는데요, 서로의 집을 세는 겁니다. 그러면 집이 많은 쪽이 이기는 게임인데, 백에게 7집 반의 덤을 주게 됩니다.

[앵커]

덤을 준다는 건 뭡니까?

[기자]

일종의 보너스입니다. 흑이 먼저 두기 때문에 흑이 매우 유리한 게임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백에게 보너스를 주지 않으면 균형이 맞지 않기 때문에 흑이 이기게 돼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백에게 덤을 주는데, 이번 대회에선 7집 반의 덤을 채택했습니다. 그만큼 백에게 더 유리한 건데요.

끝까지 뒀다면 이세돌 9단이 덤에 걸려서, 즉 덤 때문에 졌을 거라는 예상이 나옵니다.

[앵커]

애초에 이세돌 9단이 흑을 택했잖아요. (네, 그렇습니다.) 만일에 이세돌 9단이 백을 택한다면?

[기자]

내일은 이세돌 9단이 백을 쥐고 바둑을 두게 됩니다.

아까 처음에 이세돌 9단이 흑을 택한 이유는 뭔가 새로운 수를 두고 싶었던 것 같습니다.

알파고의 실력을 테스트하려는 의도로 풀이되는데요.

그런 실수가 있었기 때문에 내일은 좀 더 차분하게 두면서 백을 쥐고 덤을 가지고 노리는 바둑이 될 것 같습니다.

[앵커]

그러면 내일은 승산이 있을 수도 있다는 얘기인가요?

[기자]

내일은 새로운 바둑이기 때문에 좀 더 기대를 걸어도 될 것 같습니다.

[앵커]

알파고도 실수가 있었다고 그랬잖아요. (네, 그렇습니다.) 그게 뭡니까?

[기자]

바로 이 대목입니다. 이세돌 9단이 이렇게 뒀습니다. (아, 그 문제의 그 귀에서 그런 일이 벌어졌군요.) 네, 그렇습니다.

이세돌 9단이 이렇게 공격을 했을 때… 이 수가 있었습니다. 알파고가 이렇게 받는 게 좋은 수였습니다.

[앵커]

그런데 바둑 잘 모르는 분들은 지금 주 부장 아마추어 4단이 대체 무슨 얘기를 하는지 모르실 수도 있거든요?

[기자]

이 수가 좋은 이유는 백이 사는 수인 동시에 이쪽에 뒷맛을 노리는 수입니다.

이렇게 반격을 하는 수가 있는데… (순서상 그렇게 갈 수 있다는 얘기죠?) 네, 그렇습니다.

그렇게 되면 백이 유리해지고, 흑이 좀 곤란해집니다. (여기 백을 다시 둬보실래요? 그러면 이 전체가 위험해지잖아요.) 그러면 흑이 살아가야 하는데, 이런 수가 예상됩니다. (그렇게 해서 살아가는군요.)

네, 그러면 백은 이렇게 둬서 이 한 점을 잡는 수가 성립을 합니다. (알겠습니다.)

이 뒷맛 때문에 흑이 좀 곤란해지는데요. 그런데 알파고는 그렇게 안 두고, 이렇게 뒀습니다.

그래서 이런 수순이 진행됐습니다. 이렇게 되면 흑은 백 한 점을 잡았고, 뒷맛이 없어졌습니다.

상당한 전과를 올린 겁니다. 그런데 여기까지는 역전이 아니었습니다. (그렇습니까?)

네, 흑이 전과를 올렸지만 역전에 이르기까지는 아직 많이 부족한 상황입니다.

[앵커]

알겠습니다. 아마추어가 제일 낮은 급수가 몇 급수입니까?

[기자]

아마추어는 18급부터 보통 시작을 한다고 합니다.

[앵커]

저는 16급 정도 되는데, 해설 듣기가 그렇게 편하지는 않습니다. 다른 분들도 그러시긴 하겠지만… 바둑은 十자표 만나는 게 한 집이라고 치면 두 집만 있으면 살아난다는 것만 알고 얘기를 들으면 상당 부분… 알겠습니다.

그러면 내일이 문제인데, 사실은 4판이 더 남아 있습니다.

[기자]

네, 그렇습니다. 오늘 바둑은 알파고가 잘 둔 것도 있지만, 이세돌 9단의 실수가 있었기 때문에요. 만약 내일 바둑에서 이런 실수가 없다면 이세돌 9단에게 조금 기대를 걸어도 될 것 같습니다.

이세돌 9단이 실제로 5번 승부에서 첫 판을 지고 난 뒤에 나머지 판을 이겨 우승한 사례가 많이 있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내일 대국에 다시 차분하게 임한다면 조금 더 기대를 걸어도 좋을 것 같습니다.

[앵커]

알겠습니다. 많은 분들이 하루종일 관심들을 가지셨는데, 내일도 관심을 갖고 지켜보실 것 같습니다.

가끔씩 농을 걸어도 전혀 흔들림 없는 주정완 부장이 알파고 같다는 생각을 잠깐 했습니다. 수고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