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

고척돔, 27년前 지어진 도쿄돔보다도 못해

Shawn Chase 2015. 12. 2. 00:40
  • 강호철 기자


  •  

    입력 : 2015.11.27 03:00

    - 海外 돔구장 비교해보니
    의자간격 넓고 공 잘보이고… 美선 친환경 개폐식이 주류

    한국 야구대표팀이 일본과 '프리미어12' 조별 예선 첫 경기를 치른 일본의 삿포로돔은 2001년 개장했다. 수용 인원이 5만4000여명으로 고척스카이돔(1만8000명)의 3배에 달한다. 2002년 한·일 월드컵을 염두에 두고 1998년 착공해 2001년 완공한 삿포로돔은 토지 비용을 뺀 건설비가 422억엔(약 3900억원)이었다. 약 2700억원을 들인 고척돔보다 비용은 1200억원 더 들었지만 그 규모와 용도, 편의성 면에선 비교가 안 된다. 삿포로돔이 '명품'이라면 고척돔은 '짝퉁'이라는 표현이 어울릴 정도다.

    삿포로돔은 후쿠즈미 역에서 걸어서 10분 거리에 있어 접근성도 좋고, 편의시설도 잘돼 있다. 층마다 TV 모니터가 설치된 넓은 홀이 마련돼 있어 자리를 떠도 야구를 즐길 수 있다. 내부 색깔이 짙은 톤이어서 공도 잘 보이고, 앞뒤 의자 간격이 넓어 불편함도 거의 못 느낀다. 야구는 인조잔디에서 치르며, 축구 경기를 할 때는 밖에 준비된 천연잔디 그라운드가 자동적으로 이동해 들어오는 첨단 설계 방식으로 건축됐다.

    고척스카이돔은 1988년 3월 개장한 일본 최초의 돔구장 도쿄돔과 비교해도 낯 뜨거운 수준이다. 돔 지붕이 계란을 닮아 '빅 에그'라고 불리는 도쿄돔은 돔을 가압 공기로 부풀린다. 바로 옆에 놀이공원이 있고, 쇼핑몰과 레스토랑, 호텔, 온천 등 각종 편의시설이 위치해 도쿄에서 빼놓을 수 없는 관광명소가 됐다. 돔 근처에 지하철 역이 3개나 있어 대중교통 접근성도 좋다 .

    미국에서 가장 최근 지어진 돔구장은 2012년 개장한 마이애미의 말린스파크다. 돔이지만 날씨가 좋을 때는 지붕이 열리는 개폐식이므로 선수들 부상 위험이 적은 천연잔디가 깔려 있다. 미국 내에서 가장 환경친화적인 구장으로 평가받는다. 허구연 KBO 발전위원장은 "최근엔 천장 개폐식 돔이 주류인데, 고척돔은 편의성뿐 아니라 스타일도 뒤떨어져 있다"고 말했다.

    고척돔 '다닥다닥 기저귀 좌석' 뜯어고친다



     

    입력 : 2015.11.28 03:37

    [서울시 "프로야구 개막 전까지 문제점들 최대한 개선할 것"]

    중앙 3개 좌석 철거해 통로 마련
    더그아웃 천장 연말까지 설치, 좌우 외야에 보조 전광판도 검토

    서울시와 서울시설공단이 문제점투성이인 고척스카이돔에 대한 대대적인 개선 작업에 들어간다.

    서울시와 시설공단은 가장 논란이 된 '31개 기저귀 좌석'(31개 좌석이 붙어있어 중앙에 앉으면 화장실도 못 가 기저귀가 필요하다는 의미)에 대해서는 중앙 3개의 좌석을 내년 4월 1일 프로야구 개막 전까지 철거하고, 그 자리에 통로를 마련하기로 했다고 27일 밝혔다. 이 경우 현재 1만8076개인 좌석이 1000석 정도 줄어든다.

    또 지붕이 없어 파울 타구나 관중이 던지는 오물 등에 그대로 노출돼 선수들의 안전 사고 발생 가능성이 큰 더그아웃에 대해서도 당장 공사에 착수해 연말까지 보호 천장을 설치할 계획이다. 경사가 가파른 4층 관람석은 계단 끝부분 난간 높이를 현 1.2m에서 1.5m로 높이고, 계단 좌우측에 높이 90㎝ 난간을 세우며, 계단이 잘 보이도록 형광 표시와 위험 안내 표지판을 설치하기로 했다. 이형삼 서울시 체육정책과장은 "고척돔이 많은 문제점이 있다는 것을 인정한다"며 "전문가 자문 등을 거쳐 내년 프로야구 시작 전까지 최대한 개선하겠다"고 말했다.

    이미지 크게보기
    고척스카이돔의 가장 큰 문제점 중 하나였던 ‘기저귀 좌석’이 사라진다. 서울시는 가운데 의자 3개를 철거하고 그 공간에 통로를 설치하기로 했다. /오종찬 기자

    가장 최근 설치됐으면서도 9개 프로야구 구장 중 가장 작은 전광판도 개선이 시급하다. 지금의 전광판은 가로 24m, 세로 7.6m로 내야에서 망원경을 사용해야 읽을 수 있을 정도로 작다.

    서울시는 "내년 이 구장을 홈으로 사용할 넥센 측과 좌우 외야에 보조 전광판을 설치하는 문제를 협의 중"이라고 밝혔다. 이 경우 5억~7억의 추가 예산이 필요하다. 중앙 전광판을 전면 교체할 경우 30억~40억이 든다. 서울시는 내년 예산 편성이 끝난 상태여서 추가경정예산에 포함할지, 2017년 예산에 포함시킬지 검토 중이다. 서울시는 이 밖에 공이 사라진 것처럼 느끼게 되는 '색 증발' 현상을 부르는 구장 내부 색 변경, 지하 불펜에서 지상까지 에스컬레이터 설치 등 큰 예산이 수반되거나 구조적 개선이 필요한 부분에 대해서는 전문가 자문 등 절차를 거쳐 단계적으로 개선해 나가기로 했다.

    서울시는 '상시 교통 대란' 해결을 위해 지하철 1호선 구일역의 고척돔 방향 출구(도보 3~4분)도 신설할 방침이다. 돔구장의 협소한 주차장(현재 492면) 문제 해결을 위해 인근 공구상가 및 대형마트 유료주차장 개방과 함께 장기적으로 고척스카이돔 옆 축구장에 600대를 세울 수 있는 지하 주차장을 건설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서울시는 '교통 체증을 유발한다'는 주민 민원이 제기될 가능성이 있어 축구장 주차장 신설 문제는 내년 야구 시즌 개막 후 시뮬레이션을 통해 교통 흐름 등을 살펴본 뒤 결정할 예정이다.

    돔에서 쿠바와 평가전을 치렀던 김인식 KBO 기술위원장은 "서울시와 넥센 히어로즈 측이 세심한 준비를 통해 진짜 돔 같은 야구장으로 만들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아마구장→하프돔→완전돔→프로구장… 7년간 8번 바뀐 고척돔

    입력 : 2015.11.27 03:00 | 수정 : 2015.11.27 06:41

    [고척돔 어쩌다 '21세기 최악의 돔구장' 됐나]

    - 아마야구장 부지 잡아놓고…
    애초 돔구장 짓기엔 좁은 땅… 좌석 간격·편의시설 등 희생
    - 市長 바뀌자 "프로구장으로"
    1만8000명 관중 몰릴텐데 교통·주차난 대책은 소홀
    - 전문가들 의견 반영 안돼
    청계천 등 주로 관리하는 서울시설공단이 운영 맡아

    서울 고척동 스카이돔 구장(球場·일명 고척돔) 계획은 2007년 '아마추어 야구의 성지(聖地)'로 불리던 동대문야구장이 철거되면서 이에 대한 대체 구장을 짓는 차원에서 시작됐다. 오세훈 당시 서울시장은 DDP(동대문디자인플라자) 부지에 있는 동대문야구장을 철거하고 대신 구로구 고척동 등 6곳에 야구장을 건설하기로 했다.

    이렇게 해서 시작된 고척돔은 당초 돔구장이 아니라 2만석 규모의 아마추어 야구용 일반 구장이었다. 이후 7년 동안 8번의 설계 변경을 거쳐 지금은 완전 돔 형태의 프로야구 구장으로 문을 열었다. 그러나 돔구장으로는 부지가 협소한 곳에 지어져 관중들이 갖가지 불편을 겪고 있고, 교통·주차 대책도 미흡하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야구장 건립 과정에서 야구계나 전문가들의 의견을 충분히 반영하지 않았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부지 선정부터 잘못됐다

    야구계에서는 부지 선정부터 문제가 있었던 것으로 보고 있다. 고척돔이 들어선 지역은 이명박 전 대통령이 서울시장으로 재직할 당시 체육시설 건립 부지로 검토했던 곳이다. 주변에 아파트 단지가 밀집해 있고 학교도 4곳이나 있어 아마추어 야구장은 몰라도, 대형 돔구장이 들어서기에는 어려운 입지였다.

    부지 면적도 돔구장을 짓기에는 작다. 고척돔의 부지 면적은 5만7261㎡로 도쿄돔(11만2456㎡)의 절반, 오사카돔(15만6400㎡)의 3분의 1 수준밖에 안 된다. 이러다 보니 주차장이나 편의점 등 관중 편의와 직결된 시설이 들어설 공간이 부족하다. 좌석 간격이 좁고, 일부는 관중석 경사도가 35도에 이르는 것도 전체 면적이 좁아서 벌어진 일이다. KBO 관계자는 "관중석 수도 도쿄돔(5만5000석)의 3분의 1 수준인 1만8000석으로 국제 대회 유치 등을 고려하면 아쉬움이 남는다"고 말했다.

    ◇턱없이 부족한 교통 대책

    오세훈 시장의 뒤를 이은 박원순 시장은 2013년 고척돔을 프로구단이 사용하는 쪽으로 방향을 전환했다. 막대한 비용을 들여 지은 돔구장을 아마추어 야구용으로만 쓰기에는 아깝다는 논리였다. 하지만 그에 따른 교통 대책이 부족해 교통 대란 우려가 나온다. 프로야구 경기가 열리면 하루 최대 1만8000명의 관중이 고척돔 주변에 몰린다. 고척돔 주변은 평소에도 교통이 혼잡한 곳이어서 주중 야간 경기와 퇴근 시간이 겹치면 큰 혼란이 일어날 수 있다는 것이다.

    서울시는 고척교를 왕복 8차선에서 10차선으로 넓혔고, 내년 3월까지는 1호선 구일역에 고척돔 방향으로 가는 출구도 새로 내기로 했다. 또 1km 반경 내의 유통상가·대형마트 등과 협의해 9000대 규모의 유료 주차장을 이용할 수 있도록 협의도 진행 중이다. 그러나 이런 대책에도 최근 고척돔에서 열린 고교야구 경기를 보러온 사람들은 극심한 교통 체증을 겪었다. 한 프로야구단 관계자는 "인근 상가 주차장을 이용한다 해도 차를 세우고 15분 정도를 걸어 구장으로 가야 한다"며 "좀 더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야구계·전문가 의견 수렴도 소홀

    서울시는 2009년4월 돔구장 건설을 결정했지만 이후 야구계 의견 수렴에 소홀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국제 경기장 설계 전문업체 로세티에 자문한 것도 공정이 절반 이상 진행된 작년 6월 시점에서였다. 허구연 KBO(한국야구위원회) 야구발전위원장은 "일반 야구장에 돔을 씌운다고 돔구장이 되는 게 아니다"며 "서울시가 돔구장 건설 과정에서 야구 전문가들에게 적극 의견을 구했어야 했다"고 말했다.

    서울시 담당자들의 전문성 문제도 제기된다. 고척돔이 착공한 2009년부터 지금까지 서울시 실·국장급은 4번, 과장급 실무진은 6번이나 바뀌었다. 야구장 운영도 잠실야구장과 목동야구장을 관리하는 체육시설관리사업소가 아닌 서울시설공단에 맡겼다. 서울시설공단은 청계천, 어린이대공원 등을 주로 관리한다. 체육시설 운영 경험이 없는 건 아니지만 돔구장은 낯설 수밖에 없다. 이에 대해 서울시 관계자는 "내부 경쟁을 통해 운영을 맡게 된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