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의 이야기들

'28살 차이' 스롱 피아비·김만식 부부 결혼 9년차…아이 없는 이유는?

Shawn Chase 2022. 5. 16. 12:49
정혜인 기자입력 2019-07-26 14:22

 

  • '피아비 남편' 김만식씨 "많은 나이차이, 아이 가지면 안돼"
캄보디아 출신 당구 여제 스롱 피아비가 화제다. 26일 국내 주요 포털사이트 실시간검색으로 ‘스롱 피아비’가 등장했다. 이는 지난달 방송됐던 KBS ‘인간극장’의 ‘피아비의 꿈’편이 재방송 됐기 때문.

앞서 인간극장에서 10년 전 결혼과 함께 캄보디아에서 한국으로 건너온 피아비가 취미로 시작한 당구로 새로운 인생을 살게 된 이야기를 다뤘다.

특히 방송에서 피아비의 남편 김만식씨가 결혼 9년차에도 아이가 없는 이유를 언급해 화제가 됐다. 김만식씨는 피아비와의 나이 차이를 언급하며 "아이를 가지면 안 된다"고 말했다. 


그는 피아비와의 대화에서 "당신이랑 나는 나이 차가 많이 나니깐 언젠가 내가 먼저 죽을 거다"라며 "당신은 캄보디아를 가든, 한국에 살든, 다시 결혼해서 살겠지. 그래서 아이도 가지면 안 된다"고 말하며 아내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남편이 사준 3만원 큐, 캄보디아 댁 당구 인생 열었다

중앙일보

입력 2019.12.24 00:04

업데이트 2019.12.24 12:59

 

다문화 당구 아카데미에 참석한 스롱 피아비(왼쪽)와 남편 김만식씨가 손 하트를 만들었다. 부부는 30여명의 다문화 당구선수 지망생과 이주여성을 대상으로 당구 레슨을 했다. 박린 기자

“요즘 제 성적이 좋아서 그런지, (남편이) 더 잘생겨지지 않았나요?”(스롱 피아비)

“주위에서 늙어 보인다길래 머리 염색도 했어요.”(피아비 남편 김만식씨)

‘당구 캄보디아 댁’ 스롱 피아비(30)와 남편 김만식(58)씨를 21일 만났다. 경기 수원시 빌킹아트홀에서 열린 ‘다문화 당구 아카데미’에서다. 한 캄보디아 출신 참가자는 “피아비는 캄보디아에서 TV에 나오는 유명인사”라고 소개했다.

피아비는 21일 수원 빌킹아트홀에서 다문화 아카데미를 열었다. 캄보디아인과 이주여성 등이 참여했다. 수원=박린 기자

올해 피아비는 3쿠션 아시아 여자선수권에서 2연패를 달성했다. 세계여자선수권에서는 3위에 올랐다. 국내 대회 3관왕이다. 현재 한국 1위, 세계 2위다. 한국과 캄보디아에서 후원 제안이 쏟아진다.

피아비는 불과 9년 전까지 캄보디아에서 아버지와 감자 농사를 지었다. 충북 청주시에서 작은 인쇄소를 운영하는 김씨와 2010년 결혼했다.

김씨는 “인터넷 국제결혼센터를 통해 만났다. 손에 풀물이 새까맣게 들어있었는데, 꾸밈없이 순수해 보였다”고, 피아비는 “캄보디아에서는 하얀 걸 좋아한다. (남편은) 왕처럼 피부가 하얗고 점잖았다”고 서로 첫인상을 떠올렸다. 한국 생활 10년 차 피아비. 아직 좀 서툴어도 한국말을 꽤 한다.

다정하게 셀카를 찍은 피아비와 그의 남편 김만식씨. [사진 피아비 제공]

자신이 출근하면 아내가 외로울까 봐 김만식씨는 인쇄소 한쪽에 살림방을 차렸다. 2011년 12월 피아비는 남편을 따라 찾았던 당구장에서 처음 큐를 잡았다. 피아비는 “그날 남편이 사준 3만 원짜리 큐가 인생을 바꿨다”고 했다. 김씨는 “심심해 보여 연습구를 줬는데, 팔이 길어서인지 곧잘 쳤다”며 “인쇄소에서 박스에 구멍을 뚫고, 큐가 반듯하게 나가는 연습만 3개월간 하더라”라고 전했다.

피아비는 인터넷으로 가난한 캄보디아 아이들을 보며 매일 울었다고 한다. 김씨는 “나도 1960년대 중반 보리밥도 못 먹던 시절이 있었다”며 “당신이 당구만 잘 치면 저들을 도울 수 있다. 힘 닿는 데까지 밀어주겠다”고 용기를 북돋웠다. 김씨는 당구 연습을 하다 자정 가까워 귀가한 아내에게 안마를 해줬고, 식사 등 살림도 도맡아 했다.

지난달 아시아3쿠션여자선수권 2연패를 이뤄낸 피아비. 피아비의 현재 국적은 캄보디아다. 남편 김만식씨가 피아비에게 캄보디아가 당신을 낳고 키워줬으니 조국을 위해 더 봉사하고 한국국적을 따도 늦지 않는다고 말해줬다. [사진 대한당구연맹]

김씨는 아내가 힘든 내색을 하면 “포켓볼 선수 자넷 리는 척추에 철심을 박고 훈련했다. 캄보디아 사람들을 돕고 싶다면 참아야 한다”며 훈련을 독촉했다.

피아비는 “잔소리가 많아 정말 미웠다. 무서운 선생님이었다”면서도 “남편이 아니었다면 평범하게 애를 낳고 공장에서 일하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피아비는 2012년 아마추어동호인대회 우승을 시작으로 당구계를 평정했다. 잔소리꾼 남편은 2년 전부터는 경기장에도 따라다니지 않는다.

결혼 10년 차. 여전히 부부금실이 좋다. 피아비는 “처음에 ‘여보’라고 불렀는데, 요즘엔 귀여운 느낌을 섞어 ‘아저씨’라 부른다”며 웃었다. 김씨가 “제가 150을 치는데, 처음에는 제가 이겼다”고 주장하자, 피아비는 “지금 치면 아저씨는 빵점 나올 걸요”라고 맞받았다.

피아비는 캄보디아를 찾아 가난한 아이들에게 한국산 구충제 1만개를 나눠줬다. 피아비는 다문화 아카데미를 통해 동남아시아 당구지망생을 가르쳐서 동남아시안게임에 출전시키는걸 목표로 세웠다. [사진 피아비]

피아비는 올해 1월 캄보디아를 찾아 가난한 아이들에게 한국산 구충제 1만개를 나눠줬다. 3월에는 캄퐁톰에 학교 부지(3000평)를 매입했다.

피아비는 “원래 꿈은 의사였는데 (가난으로) 학업을 중단하고 농사일을 했다. 캄보디아는 가난 탓에 꿈이 있어도 기회가 주어지지 않는다”며 “집에 캄보디아 아이들 사진과 함께 한글로 ‘나는 이들을 위해 살 것이다’라는 문구를 붙여놓았다”고 했다.

피아비는 어릴적 아프면 시내병원이 멀어 그냥 나무 삶은 물을 먹기도했다. 의사가 되고 싶었지만 가난 탓에 학업을 중단하고 새벽 4시에 일어나 오후 8시까지 감자를 캐고 밀가루를 만들었다. 그래서 가난한 캄보디아 아이들을 돕고 싶어한다. [사진 피아비]

김씨는 “평생 일만 하며 살았는데, 캄보디아를 찾아가 사람들을 도우니 그렇게 마음이 좋더라. 내가 이 사람을 도운 게 아니라, 이 사람이 날 도왔다”며 “내가 독하게 가르칠 때 피아비가 큐를 놓았다면, 난 외국에서 마누라를 데려다가 공갈친 나쁜 놈이 됐을 거다. 이 사람이 끝까지 참아 오늘이 있다”고 말했다.

피아비는 “한국에 시집올 때 할아버지가 ‘좋은 사람은 좋은 사람을 만난다’고 응원해줬다. 좋은 사람을 만난 거 보니 내가 착하게 살았나 보다”며 겸연쩍은 미소를 지었다.

 

수원=박린 기자 rpark7@joongang.co.kr

 

 

당구 여제 된 '캄보디아 댁', 아이 안 갖고 죽어라 치는 이유

중앙일보

입력 2021.06.25 05:00

업데이트 2021.06.25 09:35

 

피아비 “삼촌 팬 많아져 행복”…당구장서 사인 세례

“삼촌 여깄어요. 사인 예쁘죠.”

지난 23일 충북 청주시 흥덕구 송절동 피아비큐 당구장. ‘캄보디아 청주댁’으로 불리는 스롱 피아비(31)가 아저씨 팬들에 둘러싸여 사인 세례를 받고 있었다. 휘갈겨 쓴 사인 아래 ‘피아비’라고 한글로 이름을 적었다. 여자 프로당구 선수인 피아비는 지난해 7월 당구장을 열었다. 손님이 올 때마다 피아비는 연신 ‘삼촌’이란 호칭으로 이들을 반겼다. “삼촌은 원래 가족끼리 부르는 호칭인 걸 알아요. 더 정겹기도 하고, 친해지고 싶어서 그렇게 부르죠.”

캄보디아 출신인 피아비는 귀여운 외모와 출중한 당구 실력으로 이름을 알렸다. 2010년 국제결혼을 통해 한국 땅을 밟은 뒤 이듬해 남편 김만식(59)씨를 따라 우연히 동네 당구장에 갔다가 재능을 발견했다. 하루 10시간 이상 연습에 매진한 끝에 2014년부터 3년간 전국 아마추어대회를 휩쓸었다. 정식 선수로 데뷔한 지 1년 5개월 만인 2017년 여자스리쿠션 국내 1위에 올랐다. 2018년부터 2년 연속 세계선수권대회 3위, 아시아 여자선수권을 연거푸 제패했다.

남편 따라 당구장 갔다가 입문…하루 10시간 연습

캄보디아 출신 당구 선수 스롱 피아비가 23일 오후 충북 청주시 피아비큐 당구장에서 남편 김만식씨와 함께 포즈를 취했다. 피아비는 지난 20일 경북 경주 블루원리조트에서 열린 블루원리조트 LPBA 챔피언십 결승에서 첫 우승했다. 프리랜서 김성태

피아비는 지난 2월 프로당구 선수로 전향했다. 최근 막을 내린 ‘블루원 리조트 LPBA 챔피언십’에선 우승했다. 피아비는 “트로피를 받고 좋아하는 모습을 상상하곤 했는데, 꿈이 이루어진 것 같아 자꾸 눈물이 났다”며 “요즘 삼촌 팬들이 부쩍 늘었다. 응원을 받으니 더 힘이 났다”고 말했다.

수차례 우승을 경험한 그녀는 “아직 월드클래스는 아니다”라고 했다. “지금도 당구 레슨을 받고 있다. 다음 공을 더 편하게 치는 방법이나 득점 확률이 높은 코스로 게임을 이끄는 능력이 부족하다. 경험을 더 쌓아야 한다”며 자신을 다그쳤다.

피아비의 고향은 캄보디아 캄퐁참이다. 장래 희망이 의사였지만 두 여동생을 위해 17살 때 학업을 그만두고 아버지 감자 농사를 도우며 살았다. “고향에 있을 땐 희망이 없었어요. 감자, 밀, 땅콩, 참깨 농사를 짓느라 손에 감각이 없을 정도였죠.”

2010년 피아비는 한 지인의 소개로 남편을 만났다. 김씨는 “어찌나 일을 많이 했던지 손끝이 까맣게 풀물이 들었더라. 슬리퍼를 신고 선을 보러왔다. 꾸밈없고 선해 보이는 피아비가 마음에 들었다”고 말했다.

캄보디아서 농사 짓다 당구로 인생역전 

캄보디아 출신 당구 선수 스롱 피아비가 23일 오후 충북 청주시 피아비큐 당구장에서 시범을 보이고 있다. 프리랜서 김성태

한국에 건너온 피아비는 청주의 한 대학가 앞 인쇄소에 신혼집을 차렸다. 집에서 인터넷을 하며 시간을 보내던 2011년 여름, 남편을 따라 당구장에 갔다가 난생 처음 큐대를 잡았다. 피아비는 “어깨너머로 남편이 하는 것을 보고 공을 쳤는데 뱅글뱅글 도는 모습이 신기했다”고 말했다. 김씨는 “제법 공을 치길래 취미로 가르칠까 하다 첫날 큐대 빼앗았다”며 “제대로 가르치지 못할 바엔 시작 안하는 게 낫다고 생각했었다”고 했다.

하지만 김씨는 돌연 마음을 바꿔 이튿날 3만원짜리 큐대를 아내에게 선물했다. 김씨는 “공을 보고 즐거워하는 피아비 모습이 아른거렸다”며 “큐를 사준 뒤 꾸준히 연습을 시키고 청주 오창, 경기도 안산의 좋은 선생님을 찾아가 레슨을 받게 했다”고 말했다. 아내가 대회에 나가 자리를 비울 때가 많아 김씨가 살림을 도맡아 했다.

“마음의 고향 캄보디아…국적 포기 쉽지 않은 일”

프로당구에 전향한지 두번째 대회만에 우승한 스롱 피아비. [사진 PBA]

결혼 생활 12년 차인 피아비는 한국 문화에 푹 빠졌다. 된장찌개와 김치찌개를 잘한다. 피아비는 “소갈비찜을 제일 좋아해요. 잡채는 두 번째에요”라며 “가수 인순이의 ‘아버지’란 노래를 제일 좋아하는데 고향에 계신 아버지 생각이 많이 난다”고 했다.

피아비는 캄보디아 아이들 사진을 붙여놓고 연습한다. 사진에는 ‘나는 이들을 위해서 살 것이다’란 글이 쓰여있다. 김씨는 “처음에 당구를 시작할 때 ‘당신은 훌륭한 선수가 되어 어렵게 사는 캄보디아 아이들을 도와주라’고 말했다”며 “당구에 전념하게 하려고 아이도 갖지 않았다”고 말했다.

아직 캄보디아 국적인 피아비는 “주변에서 귀화하라는 권유를 많이 하지만, 마음의 고향인 캄보디아를 포기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라며 “나처럼 형편이 어려워 꿈을 펼치지 못한 아이들을 돕고 싶다”고 말했다.

 

청주=최종권 기자 choigo@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