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정치

‘대선 연장전’ 6월 지방선거를 움직이는 손

Shawn Chase 2022. 3. 27. 12:39

곽승한  기자 seunghan@chosun.com

 

▲ 지난 3월 22일 서울 종로구에서 바라본 청와대. photo 뉴시스


   민생 외면하다가는 또 한 번 심판당한다
   
   청와대 내부에서도 이런 정치적 계산을 통해 윤 당선인 측과 사사건건 부딪치는 모양새를 만들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윤 당선인이 추진하는 일들이 제대로 되지 않게끔 방해해 ‘무능하다’는 프레임을 씌우려는 전략으로 보인다”면서 “정치공학적 판단으로 일관해 온 현 정권이기에 충분히 가능한 일”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국민의힘에선 문재인 정권과의 대립이 지방선거 구도에서 오히려 국민의힘에 힘을 실어줄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이번 지방선거에서 광역단체장 출마를 준비하고 있는 국민의힘 전직 의원은 “청와대와의 갈등이 선거에서 악재일지 호재일지 섣불리 판단하기는 어렵다”면서도 “문재인 대통령과 윤석열 당선인 사이의 대립 구도는 이미 대선을 통해 결론이 난 것 아닌가. 민주당 입장에선 신구 권력 간의 갈등이 계속 이어지는 게 부담스러울 것”이라고 했다. 정권교체 여론이 과반이 넘었던 만큼, ‘문 정권 vs 윤석열’의 구도에서 국민의힘이 불리하지는 않을 것이란 전망이었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지난 3월 24일 라디오에 출연해 최근 청와대와 윤 당선인 측 갈등 상황에 대해 “문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의 행보를 저는 아직은 정치적이라고까지 평가하고 싶지 않다”면서도 “6월 1일 지방선거가 있지 않나. 만약 이런 게 장기화되면 선거를 염두에 둔 것은 아닌지를 저희가 물어볼 수밖에 없다”고 했다. 이 대표는 “지방선거를 염두에 두고 신(新)정부와 일부러 여러 쟁점 사안을 만드는 것이 아니냐 지적할 수밖에 없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민주당 내부에서도 이런 지적이 나온다. 민주당 박용진 의원은 지난 3월 22일 페이스북에 “무조건적 반대가 아니라 국민의 먹고사는 문제를 최우선 순위에 놓고 윤 당선인의 의제에 관해 논쟁해야 한다”며 “싸우는 야당, 강한 야당이 되겠다던 자유한국당(현 국민의힘)의 ‘빠루(큰 못을 뽑을 때 쓰는 쇠지렛대)의 길’을 걸어가선 큰일 난다”고 했다. 유인태 전 국회 사무총장도 같은 날 한 라디오 인터뷰에서 “청와대 신구 권력 간 충돌로 비치는 게 오히려 (민심에는) 감점이 될 수 있다”며 “전략적으로 포석한다면 오히려 민주당에 그렇게 도움은 안 될 것”이라고 말했다.
   
   

▲ 청와대가 안보 공백 우려를 이유로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집무실 이전 계획에 공개적으로 반대 입장을 표명하면서 5월 10일 집무실 이전 로드맵에 차질을 빚고 있다. 사진은 지난 3월 22일 서울 용산구 국방부 청사 모습. photo 뉴시스


   50%에 못 미치는 지지율은 부담
   
   다만 최근 발표된 여론조사에서 윤 당선인 측 상황이 썩 여의치 않다는 점은 국민의힘에 부담이다. 리얼미터가 미디어헤럴드의 의뢰로 지난 3월 14〜18일 전국 18세 이상 2521명에게 조사한 결과(오차범위 95% 신뢰수준에서 ±2.0%포인트), 응답자의 49.2%가 윤 당선인이 국정 수행을 ‘잘할 것’이라고 답했다. 이는 지난 3월 2주 차 조사 당시 52.7%보다 3.5%포인트 하락한 수치다. 반면 문재인 대통령의 국정 수행 지지도는 지난 조사 결과인 38.1%보다 4.6%포인트 높아진 42.7%였다. 대선 직후 새 정부에 대한 기대감으로 당선인 지지율이 고공행진을 하던 전례와 비교하면 0.73%포인트의 격차가 실감나는 조사 결과다.
   
   윤 당선인의 ‘1호 공약’처럼 비치고 있는 대통령 집무실 용산 이전에 대해서도 여론은 호의적이지 않다. 리얼미터가 미디어헤럴드 의뢰로 지난 3월 22일 전국 성인 남녀 5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 대통령 집무실의 국방부 청사 이전에 대해 찬성한다는 응답은 44.6%로 과반에 못 미쳤다. 반면 53.7%가 반대한다고 답했다.(자세한 내용은 리얼미터 홈페이지 참조)
   
   윤 당선인으로선 지지율이 50%대에 못 미치는 상황에서 임기를 시작해 지방선거라는 절체절명의 승부를 또 한 번 벌여야 하는 상황이다. 국민의힘은 정진석 의원을 지방선거 공천관리위원장에 임명하며 전열을 가다듬고 있다. 경기도지사 후보로는 유승민 전 의원이 거론되고 있다. 유 전 의원은 아직 출마 의사를 명확히 밝히지 않았지만, 개혁보수 이미지와 전국적 인지도를 가진 유 전 의원이 출마한다면 흥행몰이가 될 전망이다. 이 밖에 심재철·김영환·함진규 전 의원이 경기도지사 출마를 공식 선언한 상태다.
   
   지방선거는 대선·총선에 비해 인물(후보)이나 정책보다 정당을 보고 표를 던지는 ‘묻지마 투표’의 성향이 강하다. 광역·기초의원의 경우 자신이 투표한 시·도지사 후보와 같은 정당에 그대로 표를 주는 경향이 나타난다는 조사도 있다. 윤 당선인에 대한 지지도가 국민의힘에 오롯이 흡수될 가능성이 높은 상황에서, 지방선거의 승패는 곧 윤 당선인의 행보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앞서 언급한 국민의힘 전직 의원은 “윤 당선인에 대해 여론이 ‘제대로 밀어주자’는 쪽에 무게가 실린다면 지방선거는 충분히 승산이 있다”면서도 “현재 지지도만 보면 취임 직후에 치러지는 선거치고 ‘완승’의 스코어는 못 거두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든다”고 했다.
   
   국민의힘이 희망을 거는 대목은 민주당의 서울시장·경기지사 후보군 중 괄목할 만한 상대가 없다는 것이다. 최근 민주당에선 경기도지사 후보군으로 김동연 새로운물결 대표를 비롯해 안민석 의원, 염태영 전 수원시장 등이 자천타천 거론된다. 경기도의 경우 이번 대선에서 이재명 후보가 5%포인트 차 우위를 점했고, 이재명 후보의 후광을 받을 수 있어 민주당 내부에선 “해볼 만하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다만 지방선거에서 가장 주목받는 서울시장 후보군에선 인물난을 겪고 있다. 서울의 경우 이번 대선에서 민주당은 4%포인트 이상 차이로 패배했다. 현재 거론되는 인사로는 지난해 보궐선거에 출마했던 박영선 전 의원, 박주민 의원뿐이다. 이마저도 출마 여부가 명확하지 않다. 오세훈 현 시장에 맞설 만한 중량급 인사가 보이지 않는다는 지적에 민주당 내부에선 송영길·이낙연 전 대표 차출설까지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