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정치

감사위원 알박기? 文-尹 충돌의 진짜 이유

Shawn Chase 2022. 3. 27. 12:49

 

이정현  기자 johnlee@chosun.com

  ▲ 2019년 11월 8일 문재인 대통령이 청와대 본관 집현실에서 열린 공정사회를 향한 반부패정책협의회에 참석해 윤석열 검찰총장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photo 뉴시스

 

문재인 대통령과 윤석열 당선인 회동이 기약 없이 연기되고 있는 가운데 이러다 결국 대통령 취임식 때까지 만나지 못하는 ‘파국’도 가능하다는 예측이 나오고 있다.
   
   문 대통령은 24일 박수현 국민소통수석을 통해 “나는 곧 물러날 대통령이고 윤 당선인은 곧 새 대통령이 되실 분”이라며 “두 사람이 만나 인사하고 덕담을 나누고 혹시 참고될 만한 말을 나누는데 무슨 협상이 필요한가”라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무슨 협상을 하는 것이 아니다. 대통령 당선인이 대통령을 예방하는데 협상과 조건이 필요했다는 말을 들어보지 못했다”고 했다. 문 대통령이 대선 이후 윤 당선인과의 만남을 요청한 것은 이번이 세 번째다.
   
   문 대통령은 “답답해서 한번 더 말씀드린다”며 빨리 만나자는 입장이지만, 윤 당선인 측으로서는 문 대통령의 진심을 의심하게 하는 상황이 계속 발생하고 있다. 양측이 대립하는 문제로 우선 김경수 전 경남지사 사면 이슈가 있다.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 23일 윤 당선인과 문 대통령 회담 조율과 관련해 CBS 라디오 ‘김현경의 뉴스쇼’에 출연해 “청와대도 MB 사면 요청에 대해서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결국 김경수나 기타 이번 지방선거에 출마할 민주당 주요 인사, 선거법 위반 등으로 제한이 되어 있는 그런 인사에 대한 사면이 이루어지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명박 전 대통령 사면은 명분이고, 원하는 것은 결국 김경수 전 지사가 다시 정치를 할 수 있게 해주는 것이라는 사실을 노골적으로 이야기한 것이다. 윤 당선인 측으로서는 이 전 대통령 사면은 취임 후 직접해도 되는 사안이기에 문 대통령이 이것으로 생색을 내는 것이 못마땅할 수 있다.
   
   나아가 정권 교체 후 시작될지 모르는 ‘적폐 수사’를 놓고 벌어지는 샅바싸움도 있다. 월성 원전 경제성 조작, 울산시장 선거개입 등은 퇴임 후 수사가 본격화 되면 문 대통령을 겨눌 수 있다. 공석인 감사위원 두 자리를 놓고 싸우는 이유다. 윤석열 당선인 측은 임기 4년의 감사위원을 동의 없이 임명하는 것은 ‘알박기’라고 비판한다.
   
   문 대통령으로서는 윤 당선인과 한명씩 원하는 감사위원을 임명하면 명분과 실리를 모두 얻을 수 있다. 감사원 감사위원은 감사 결과를 심의·의결하는데 감사원장을 포함해 7명으로 구성된다. 현재 문 대통령이 임명한 감사위원은 3명으로 1명만 더 추가하면 4명으로 과반이 넘어버린다. 청와대는 감사위원은 감사원장이 제청하는 절차를 거친다면서 이러한 의심을 비판하지만, 과거 최재형 전 감사원장이 “문 대통령이 조국·추미애 법무장관과 가까운 김오수 전 법무차관(현 검찰총장)을 단수로 추천하며 제청하여 달라고 요청했다”고 언론 인터뷰에서 언급한 것처럼 절차에 상관없이 대통령이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자신과 가까운 감사위원 임명이 가능하다. 윤 당선인으로서는 감사위원 한명의 임명권을 보장하겠다고 생색만 내면서 실질적으로는 감사원을 장악하고 떠나려는 문 대통령을 만나서 얻을 것이 없다.
   
   마지막으로 양측 대립의 하이라이트는 이재명 전 경기지사를 직접 겨눌 수 있는 ‘대장동 특검’이 될 전망이다. 172석 민주당은 얼마든지 특검법안을 통과시킬 수 있다. 특검이 대통령 임명까지 받으면 검찰 수사를 막으면서 수사 범위를 윤 당선인을 겨냥한 부산저축은행 부실수사 의혹까지 확대시킬 수 있다. 이럴 경우 날치기, 방탄 특검이라는 비판은 피할 수 없다. 여당으로서는 문 대통령 퇴임 전 검찰의 수사와 기소를 분리하는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을 밀어붙일 수도 있다. 검찰은 기소만 전담하게 해서 월성 원전 경제성 평가조작, 울산시장 선거개입, 대장동 의혹 관련 수사를 막겠다는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으로서는 ‘대못 박기’라는 비판을 받으면서까지 검수완박을 밀어붙이고 싶지 않을 수 있지만, 민주당에서 정권교체 전 ‘진지구축’을 명분으로 강행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