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 및 건축

‘주탑 사이 2㎞' 벽 깼다...한국 기술 세계 최장 현수교 터키서 개통

Shawn Chase 2022. 3. 20. 14:58

 

입력 2022.03.20 12:09
 

DL이앤씨와 SK에코플랜트가 건설한 세계 최장 현수교인 터키 차나칼레 대교가 18일 개통했다./DL이앤씨

18일 오후 4시(현지시각), 차나칼레 해협을 사이에 두고 터키 랍세키와 겔리볼루 사이를 잇는 ‘차나칼레 대교’가 개통했다. 지난 2018년 4월 착공한지 48개월 만이다. 이날 개통식에는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과 김부겸 국무총리 등이 참석했다. 국내 건설사인 DL이앤씨와 SK에코플랜트가 국내 기술로 세계 최장(最長) 현수교 기록을 갈아치운 순간이었다. 지난 24년간 이 기록은 일본이 차지하고 있었다. 해상 현수교 시장 1위 국가로 한국이 우뚝 선 것이다.

◇역대급 인력·자재 투입

차나칼레대교는 우리나라 기술력으로 세계 최장·최고 기록을 갈아치운 현수교이다. 차나칼레대교는 케이블을 잇는 주탑과 주탑과의 사이(주경간장)가 2023m이다. 기존 세계 최장 기록이었던 일본 아카시 해협 대교(1991m·1998년 완공)보다 32m 더 길다. 지난 24년간 해상 특수교량 시장에서는 주경간장 2㎞가 기술적 한계라 여겨졌는데, 그 벽을 한국 기업이 깬 것이다. 주탑의 높이도 334m로 세계 최고(最高)이다. 프랑스 에펠탑(320m)·일본 도쿄타워(333m)보다 높다.

DL이앤씨와 SK에코플랜트는 차나칼레대교 공사에 대규모 인력과 자재를 쏟아부었다. 투입된 인력만 1만7000명이고, 아파트 2247가구를 지을만큼인 콘크리트 21만3448㎥가 쓰였다. 1톤 트럭 3만5000대 분량의 철근과 A380항공기 154대를 제작할 수 있을 만큼의 강판이 들었다.

‘바다 위의 하프’라 불리는 현수교를 구성하는 케이블은 16만2000㎞ 길이의 강선으로 만들었다. 지구를 네바퀴 돌 수 있을 만큼의 길이다. 강선 한 가닥이 지지할 수 있는 하중만 5.1톤에 달한다.

길고, 높은만큼 무겁고 큰 다리를 안전하게 지지하기 위해 다양한 기술과 시공법을 적용했다. 다리를 지탱하는 케이블은 현존하는 최고의 인장 강도(물체가 잡아당기는 힘을 견딜 수 있는 힘)를 가진 직경 5.755㎜의 초고강도 강선 1만8288가닥을 촘촘하게 묶어 만들었다. 이렇게 만들어진 케이블 하나는 승용차 6만여대 무게인 10만톤의 하중을 지지할 수 있다.

 

강하게 부는 바닷 바람을 견딜 수 있도록 다리 상판은 비행기 날개처럼 유선형으로 제작했다. 최고 초속 91㎧를 견딜 수 있다. 초속 50㎧면 콘크리트로 만든 집이 붕괴될 정도이다. 다리를 지지하는 케이블을 양쪽 땅에 지지하는 지상 구조물(앵커리지)와 바닷 속에 놓여 주탑의 받침대로 사용되는 지지대도 초대형이다. 높이만 47m에 무게 6만톤으로 세종문화회관 대극장 크기만한 이 지지대를 끌고간 4대의 예인선이 GPS와 경사계를 이용해 오차 범위 20㎜이내로 바닷 속에 시공했다.

◇국내 업체들의 협업으로 완성

차나칼레대교는 총 사업비 4조2000억원, 총 공사비 3조2000억원에 달하는 대규모 프로젝트이다. 시공을 총괄한 DL이앤씨와 SK에코플랜트 외에도 다양한 국내 협력 업체들이 힘을 모았다. 포스코는 주탑과 상판 제작에 사용되는 강판을 공급했고, 고려제강은 포스코에서 원자재를 받아 케이블을 제작했다. 케이블 부속자재와 가설공사, 진동제어장치 등도 삼영엠텍·관수E&C·티이솔루션 등 국내 업체들이 조달했다. 이번 공사로 발생한 국내 협력업체 매출만 1억8000만 유로에 달한다.

단순히 현수교 3.6㎞와 연결도로 85㎞를 시공하는데 그치지 않고, 해당 도로를 12년간 운영해 수익을 낸 뒤 소유권과 운영을 터키 정부에 이관하는 민관협력사업 방식(BOT·Build-Operate-Transfer)으로 진행된다. 우리 건설사들이 단순 시공사에서 사업을 발굴·기획하고 금융 조달, 시공, 운영까지 담당하는 총괄 디벨로퍼로 진화하고 있는 것이다. 해상 현수교 분야에서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력을 인정받게 된 우리 건설사들은 이번 사업을 계기로 전 세계에서 추가 사업을 수주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DL이앤씨와 SK에코플랜트는 “한국 건설회사의 높은 기술력과 시공능력을 세계적으로 인정받게 된만큼, 고부가 가치 글로벌 디벨로퍼로서 시장을 집중 공략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