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 및 건축

실리콘밸리·이라크·베트남에 K-아파트 수출하는 건설사들

Shawn Chase 2021. 11. 15. 23:35

최상현 기자

입력 2021.11.15 06:00 | 수정 2021.11.15 08:32

 

 

미국 실리콘밸리를 비롯해 동남아·중동 등 세계 곳곳에 ‘한국식 아파트’가 들어서고 있다. 플랜트나 도로·항만 등 인프라 건설에 치중됐던 국내 건설사의 해외진출 방식이 주택 사업으로까지 보폭을 넓혀가고 있다는 분석이다.

실리콘밸리 자이. /GS건설 제공

15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GS건설은 캘리포니아주 실리콘밸리 마운틴 뷰에서 올해 내로 ‘실리콘밸리 자이’ 착공에 들어갈 예정이다. GS건설이 지분 92.15%를 보유한 합작회사 ‘마운틴 뷰 오너 LLC’가 노후 임대 아파트 208가구를 매입한 뒤 716가구로 재건축하는 사업이다.

GS건설은 현재 ‘한국식 아파트’를 기본 토대로 현지 수요에 적합하게 실리콘밸리 자이 설계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GS건설 관계자는 “아직 확정된 것은 없지만 연내 착공을 목표로 도면 설계 작업을 진행 중”이라면서 “실리콘밸리는 워낙 주거비가 높은 지역으로 비교적 작은 면적에서 많은 가구를 공급할 수 있는 ‘한국식 아파트’가 사업성이 높다고 본다”고 말했다. 실리콘밸리 자이는 인근에 구글이나 애플 등 미국 주요 IT기업이 위치해있는 직주근접 입지이기도 하다.

실리콘밸리의 주거비는 말 그대로 ‘살인적’인 수준이다. 중산층 가족이 거주할 수 있는 실리콘밸리 팰로앨토의 2층 목조주택은 약 300만달러(약 35억원)을 호가하고, 샌프란시스코는 원룸 월세가 평균 3000달러(약 352만원)에 달한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는 높은 집값을 이유로 테슬라 본사를 텍사스 오스틴으로 이전할 계획을 밝히기도 했다.

동남아에서는 이미 한국식 아파트가 고급 주거 상품으로 각광을 받고 있다. 국내에서도 아파트의 장점으로 꼽는 보안이나 커뮤니티 시설 등의 편의 요소가 동남아 상류층에게 소구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포스코건설은 올해 초 필리핀 클락자유경제지역에 ‘더샵 클락힐즈’를 준공했다. 해외에서는 처음 선보인 더샵 브랜드 아파트로 필리핀 클락지역에서도 사회 기반시설이 잘 갖춰진 주거 중심지역에 위치하고 있다. 단지는 지하 1층~지상 21층, 총 552가구 규모로 국내와 비슷한 수준의 마감재를 적용한 고급 아파트로, 단지 내 인피티니풀, 비즈니스 센터, 피트니스 등 다양한 커뮤니티 시설을 갖추고 있다.

 
냐베 신도시 조감도. /GS건설 제공

GS건설은 과거 호치민시에 약 3억 달러를 투입해 TBO 도로 공사를 해준 댓가로 받은 토지를 한국식 아파트 단지로 개발하는데 열심이다. 지난 2011년 베트남 호치민시에 ‘자이 리버뷰 팰리스’를 준공한 데 이어, 현재는 호치민 남측에 냐베 신도시를 ‘신흥 부촌’으로 개발하고 있다. 총 1만7000가구 규모의 냐베 신도시는 빌라·연립주택 1800가구, 아파트·주상복합 1만5200가구로 구성될 계획이다.

GS건설 관계자는 “일부 세부 구조 면에서는 현지화 설계를 적용하긴 했지만, 큰 틀에서 보면 한국에 지어지는 자이 아파트와 거의 유사한 한국식 아파트”라면서 “아파트 내 다양한 커뮤니티 시설 등이 상류층의 고급 주거 수요를 제대로 저격했다는 분석”이라고 했다.

한화건설은 이라크에 분당 규모의 신도시 건설사업을 진행해오고 있다. 지난 2009년부터 시작된 비스마야 신도시 프로젝트는 이라크 국가투자위원회의 발주로 수도 바그다드 동남쪽 10㎞ 떨어진 곳에 약 10만가구의 아파트와 294개의 교육시설·병원·공공시설 등을 건설하는 공사다.

전문가들은 도시화가 점점 더 심화되고 주거비 부담이 심해짐에 따라 한국식 아파트가 대안으로 주목을 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교외의 단독주택에 주로 거주하던 미국인들도 이제 도심 거주를 더 선호하게 되면서 단지형 아파트가 점차 들어서게 될 것으로 예상한다”면서 “동남아의 경우에는 행정 관료들이 아파트 뿐만 아니라 한국식 신도시에 대한 관심도 높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