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정치

혼돈의 제1야당 '시계 제로'..'혁신 전대' 갈등 새 불씨

Shawn Chase 2015. 11. 30. 01:15

연합뉴스 | 입력 2015.11.29. 20:10 | 수정 2015.11.29. 20:13

 

 

'문안박 거부' 安, 혁신전대 역제안하며 사실상 사퇴요구

비주류도 文 사퇴 압박하며 혁신 전대 카드에 힘 실어

文 "당내 의견 듣고 판단"…주류 "혁신안 백지화 시도...분열의 전대" 반발

(서울=연합뉴스) 류지복 박수윤 기자 = 새정치민주연합이 '문안박(문재인·안철수·박원순) 연대' 성사 불발로 시계 제로의 혼돈 상태에 빠졌다.

문재인 대표가 당 내홍 극복을 위한 회심의 카드로 던진 문안박 연대가 29일 안철수 전 공동대표의 거부로 무산되면서 새정치연합은 한 치 앞을 내다보기 어려운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안철수, 문안박 연대 거부 회견      (서울=연합뉴스) 하사헌 기자 = 새정치민주연합 안철수 전 공동대표가  29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안 전 공동대표는  문재인 대표의 '문안박 공동지도부' 구성 제안을 거부하고 대안으로 문 대표와 자신이 참여하는 혁신 전당대회 개최를 역제안했다. 2015.11.29     toadboy@yna.co.kr
안철수, 문안박 연대 거부 회견 (서울=연합뉴스) 하사헌 기자 = 새정치민주연합 안철수 전 공동대표가 29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안 전 공동대표는 문재인 대표의 '문안박 공동지도부' 구성 제안을 거부하고 대안으로 문 대표와 자신이 참여하는 혁신 전당대회 개최를 역제안했다. 2015.11.29 toadboy@yna.co.kr
자치단체장 발언듣는 문재인 대표     (서울=연합뉴스) 하사헌 기자 =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가 29일 오전 국회 당대표실에 열린 새정치민주연합 시도지사 정책협의회에서 참석자  발언을 듣고 있다. 2015.11.29     toadboy@yna.co.kr
자치단체장 발언듣는 문재인 대표 (서울=연합뉴스) 하사헌 기자 =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가 29일 오전 국회 당대표실에 열린 새정치민주연합 시도지사 정책협의회에서 참석자 발언을 듣고 있다. 2015.11.29 toadboy@yna.co.kr

특히 안 전 대표가 자신과 문 대표 모두 출마하는 전당대회 개최를 제시하며 사실상 문 대표의 사퇴를 요구함에 따라 지도체제 개편과 총선 공천권을 둘러싼 주류, 비주류 간 힘겨루기가 격화할 전망이다.

비주류는 안 전 대표의 혁신전대론을 옹호하면서 문 대표의 사퇴를 압박했다. '민주당의 집권을 위한 모임' 등 비주류 의원들은 30일 회동에서 이런 뜻을 재확인하기로 했다.

비주류 박지원 전 원내대표는 "안 전 대표의 고언은 당에 마지막 희망과 애정을 가진 분들의 소리없는 절규"라며 문 대표의 결단을 촉구했다.

비주류 유성엽 의원은 "이제 문 대표가 사퇴할 수밖에 없게 됐다"고 말했다.

그러나 주류 측은 문 대표의 대표직 사퇴와 혁신위원회의 공천혁신안 무력화를 시도하려는 것이라고 반발했다.

전해철 의원은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전대를 하면 줄서기가 불가피한 데 혁신전대가 아닌 분열의 전대가 된다"고 비판했고, 김기식 의원은 "공천보장을 조건으로 뒷거래가 난무하는 구태 공천전당대회가 되지 않겠냐"고 반문했다.

한 3선 의원은 "2·8 전대와 문 대표의 재신임에 불복하는 것이자 당내 권력투쟁을 하자는 것"이라며 "전대에는 최소 한 달 반의 시간이 필요한데 물리적으로 불가능하고, 분열을 자초해 총선을 망치는 지름길"이라고 성토했다.

문 대표는 기자들과 만나 "당내에서 최고위를 비롯해 좀더 의견을 듣고 난 뒤에 판단하겠다"고 답변을 유보했다. 문 대표 측은 "당내 흐름을 지켜보겠지만 이번주 내에 결정하지 않겠냐"고 말했다.

최고위원 사이에도 의견이 갈려 진통이 예상된다.

비주류 주승용 최고위원은 "혁신 전대는 흔들리는 호남 민심을 잡을 수 있는 현실적 방안"이라고 공감을 표시했지만, 범주류인 전병헌 의원은 "현 상황에서는 통합보다는 분열 전대로 종결될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했다.

주류와 비주류 사이에서 중재역을 자임한 인사들 역시 곤혹스러워 하고 있다. 중진 의원들은 이르면 30일 회동해 사태 해결책을 모색할 것으로 알려졌다.

문안박 연대에 협력 의사를 피력한 박원순 서울시장은 기자들과 만나 "두 분이 다른 방법을 절박하게 논의하고 결정하는 과정이 있으면 좋겠다"며 원론적 수준의 입장을 밝혔다.

중진인 이석현 국회부의장은 "전대가 아니라 합의추대를 통해 문안박과 광역단체장을 포함한 지도부를 꾸리는 것이 필요하다"고 지적했고, 정세균 의원은 트위터에 답답하다는 글을 올렸다.

혁신전대 실시 여부가 새정치연합 갈등의 새로운 불씨로 등장한 가운데 당의 원심력이 가속화하면 당 밖의 신당 세력을 연결고리로 한 탈당 사태가 현실화할 수 있다는 우려마저 나온다.

무소속 천정배·박주선 의원, 박준영 전 전남지사 등 신당파들이 조금씩 힘을 합치며 통합신당 창당 쪽으로 한 걸음씩 내딛고 있는 상황이어서 야권의 유동성은 한층 더 커질 수 있다.

박 의원이 이날 광주에서 개최한 신당추진위원회 출범식에는 천 의원이 화환을 보내고 박 전 지사가 신당 통합에 공감한다는 메시지를 전했으며, 원외 정당인 민주당의 김민석 새로운시작위원회 의장이 참석했다. 새정치연합 정대철 상임고문과 조경태 유성엽 의원은 축사자로 나서 신당행을 결심한 것 아니냐는 관측을 낳았다.

천 의원은 안 전 대표의 이날 회견에 대해 "기득권 야합인 문안박연대를 거절한 것은 다행"이라며 30일 구체적인 입장을 표명하겠다고 밝혔다.

jbryo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