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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태원, SK실트론 반도체 웨이퍼에 1조 투자… 일본 기업에 도전

Shawn Chase 2022. 3. 17. 20:52

구미 산업단지에 3년간… 직원 1000여명 채용

입력 2022.03.17 03:00
경북 구미에 있는 SK실트론 생산 시설에서 연구원들이 반도체용 핵심 소재인 웨이퍼를 들어 보이고 있다. /SK실트론

SK그룹의 반도체 웨이퍼 전문 기업 SK실트론이 국내에서 3년간 총 1조원 규모의 투자를 단행한다. 반도체 수요 급증으로 핵심 소재인 웨이퍼 공급난이 확산하는 가운데 과감한 투자로 시장 주도권을 잡겠다는 것이다. SK실트론은 세계 주요 웨이퍼 제조사 중 유일한 한국 기업으로, 글로벌 시장점유율 5위다. 세계 메모리 반도체 시장뿐 아니라 반도체 소재 분야에서도 국내 기업이 본격적인 도약에 나선 것이다.

또 반도체 공급난 속 한·미 양국의 통상 교섭 수장(首長)이 17일(한국 시각) 미시간주에 있는 SK실트론 웨이퍼 공장을 함께 방문한다.

최태원 회장

◇“반도체 웨이퍼 글로벌 리더 도약”

SK실트론은 지난 15일 이사회를 열고, 본사가 위치한 경북 구미국가산업단지에 3년간 총 1조495억원을 투자하기로 결의했다. 투자금은 최첨단 반도체 웨이퍼 공장 증설에 투입된다. 증설 부지 규모는 4만2716㎡(약 1만2944평)로 올 상반기 중 착공해 2024년 상반기 제품 양산이 목표다. SK 측은 “향후 1000여 명의 직원을 채용해 구미 지역 일자리 창출과 경제 활성화에도 기여할 것”이라고 밝혔다.

웨이퍼는 원통형 실리콘을 얇게 잘라내 거울처럼 반짝거리게 만든 원판(圓板)으로, 반도체의 핵심 소재다. 업계에선 반도체 수요 급증에 따라 최소 2026년까지 웨이퍼 공급 부족이 발생할 것으로 보고 있다. 국제 반도체장비재료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세계 웨이퍼 출하량은 면적 기준으로 141억6500만 제곱인치로 역대 최다를 기록했고, 이 수요는 점차 커질 전망이다.

현재 세계 웨이퍼 시장은 주요 5사가 시장의 94% 이상을 장악하고 있다. 일본 신에쓰(31.2%)와 섬코(23.8%), 대만 글로벌웨이퍼스(16.7%), 독일 실트로닉(12.3%)에 이어 SK실트론(10.6%)이 5위다. 웨이퍼는 지름 200㎜(8인치)짜리는 자동차용 등 중저가 반도체, 지름 300㎜(12인치)짜리는 첨단 공정의 반도체 생산에 주로 쓰이는데 SK는 12인치 시장에선 3위권이다. 2025년까지 이 시장 1위로 올라선다는 목표다. 이번에 투자하는 1조원도 전액 300㎜ 공장 증설에 투입된다.

 
그래픽=송윤혜

◇한미 통상 수장, 美 공장 방문

SK실트론의 대규모 투자 발표 직후인 17일 오전(한국 시각)에는 미국 무역대표부(USTR) 캐서린 타이 대표가 미시간주에 있는 SK실트론 웨이퍼 공장을 방문한다. 한국의 여한구 통상교섭본부장도 동행한다. 러시아에 대한 제재 여파로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이 더욱 불안한 상황에서 양국 협력을 한층 더 강화하려는 차원으로 해석된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발효 10주년을 맞아 USTR에서 양국 간 상징적 의미가 있는 SK실트론 공장 방문 의사를 먼저 밝혀왔다”고 했다.

미시간 공장은 SK실트론이 미국 현지 기업의 공장을 인수한 뒤 재투자한 곳이다. SK실트론은 2020년 미국 듀폰사의 웨이퍼 사업부와 제조 시설을 4억5000만달러(약 5500억원)에 인수했다. 이듬해 3억달러 추가 투자 발표와 함께 인근에 신공장을 지었고, 올 하반기 이를 가동할 계획이다. SK는 두 공장에서 전기차용 전력 반도체의 핵심 소재인 실리콘카바이드(SiC) 웨이퍼를 생산한다. SK실트론 장용호 사장은 “시장 환경 변화에 민첩하게 대응하기 위한 도전적 투자와 함께 글로벌 기업들과의 협력을 바탕으로 세계 웨이퍼 업계 리더로 도약하겠다”고 말했다.

☞웨이퍼(wafer)

반도체의 주재료로 원통형 실리콘을 얇게 잘라내 거울처럼 반짝이는 원형 판으로 만든 것. 지름 200㎜(8인치) 웨이퍼는 자동차용 등 중저가 반도체, 300㎜(12인치)는 첨단 공정의 반도체 생산에 주로 쓰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