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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이 키운 폴더블폰 시장, 중국 천하 되나

Shawn Chase 2021. 12. 29. 20:43

베이징=김남희 특파원

입력 2021.12.29 12:19

중국 스마트폰 제조사 아너(Honor)가 27일 접고 펴는 폴더블폰 ‘매직 V’를 공개했다. 이 회사의 첫 폴더블폰이다. 알파벳 V처럼 옆으로 펼쳤다가 안으로 접는 구조로, 삼성전자의 ‘갤럭시 Z 폴드3′와 닮았다. 과거 아너의 모회사였던 화웨이(Huawei)도 앞서 23일 위아래로 접고 펴는 새 폴더블폰 ‘P50 포켓’을 출시했다. 화웨이 ‘P50 포켓’은 삼성 ‘갤럭시 Z 플립3′와 닮은꼴로, 이틀 만에 예약 구매 100만 대를 돌파했다. 또 다른 중국 스마트폰 브랜드 오포(Oppo)도 15일 삼성 ‘폴드3′와 비슷한 형태의 첫 폴더블폰 ‘파인드 N’을 공개하고 23일부터 판매를 시작했다.

연말 중국 스마트폰 시장에 새 폴더블폰이 쏟아져 나왔다. 중국 브랜드들은 이달 들어 폴더블폰을 잇따라 공개·출시하며, 그동안 폴더블폰 시장에서 독주하던 삼성에 도전장을 냈다. 시장조사 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는 앞서 8월 보고서에서 “올해 전 세계 폴더블폰 출하량은 2020년 대비 3배 증가한 약 900만 대로 예상되며, 삼성 점유율이 88%가 넘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내년부터 중국산 폴더블폰이 가격 경쟁력과 높아진 성능을 앞세워 본격적으로 삼성 따라잡기에 나설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중국 오포가 출시한 첫 폴더블폰 '파인드 N' 이미지. /오포

◇ 후발 주자 중국, 삼성 닮은 폴더블폰 쏟아내

최근 나온 중국 폴더블폰은 모두 삼성 ‘Z 플립’ 또는 ‘Z 폴드’ 시리즈를 떠올리게 한다. 아너와 오포의 폴더블폰은 ‘폴드3′, 화웨이 ‘P50 포켓’은 ‘플립3′와 비슷하게 생겼다. 삼성이 만들어 놓은 시장에서 후발 주자인 중국 브랜드의 삼성 추격이 거세다.

아너의 첫 폴더블폰 ‘매직 V’는 다음 달 출시될 예정이다. 아너는 미국 제재에 몰린 화웨이에서 지난해 11월 독립한 회사다. ‘매직 V’ 내부 스크린(화면)은 펼쳤을 때 8인치, 외부 스크린은 6.5인치 크기다. 큰 화면을 강점으로 내세웠다. 초박막 강화 유리(UTG)를 쓰고 퀄컴 ‘스냅드래곤 8 Gen 1′ 프로세서를 탑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디스플레이 패널 제조사 BOE와 비저녹스(Visionox)의 패널을 쓰는 것으로 알려졌다.

오포의 첫 폴더블폰 ‘파인드 N’은 폴더블폰의 취약점인 화면 주름을 줄이는 데 공을 들였다. 지금까지 출시된 폴더블폰 중에 화면 접히는 부분에 생기는 주름이 가장 적다는 평이 나온다. 힌지(경첩) 기술과 정밀도는 삼성 폴더블폰보다 더 낫다는 평도 있다. 20만 번 이상 접었다 펼쳐도 끄떡없다는 게 이 회사 설명이다. ‘파인드 N’ 화면은 펼쳤을 때 7.1인치, 접었을 때 5.49인치 크기다. 내부 디스플레이 패널은 삼성디스플레이 제품을 쓴다. 기본 가격(RAM 8GB, 저장 공간 256GB)은 7699위안(약 143만 원)으로, 삼성 ‘폴드3′보다 저렴한 편이다.

화웨이는 손바닥 크기의 폴더블폰 ‘P50 포켓’으로 위상 회복에 나섰다. 기본 가격(RAM 8GB, 저장 공간 256GB)이 8988위안(약 167만 원)인 고가 라인이다. 중국 이동통신 시장은 5G(5세대)가 대세지만, 이 제품은 4G용 퀄컴 ‘스냅드래곤 888′ 칩셋과 자체 개발 운영체제(OS)인 ‘하모니 OS2′를 적용했다. 2년 넘게 계속되는 미국 제재 영향이다. 현재 샤오미·비보·오포 등 중국 스마트폰 브랜드들은 화웨이 빈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샤오미는 내년 상반기 ‘미믹스 폴드2′를 출시할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화웨이의 폴더블폰 'P50 포켓' 이미지. /화웨이

◇ 삼성, 폴더블폰으로 중국 시장 다시 도전

현재 중국 스마트폰 시장에서 삼성 점유율은 1% 미만이다. 급성장한 중국 브랜드에 밀려 존재감이 사라진 실정이다. 삼성이 그나마 중국 스마트폰 시장 재공략을 위해 기대를 거는 것이 폴더블폰이다. 앞으로 고가 프리미엄 스마트폰 분야에선 폴더블폰이 주류가 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폴더블폰을 앞세워 중국 시장에 다시 도전한다는 것이다.

삼성전자가 2019년 폴더블폰 제품을 처음 내놓은 이후, 세계 폴더블폰 시장은 사실상 삼성의 독무대였다. 올해 8월 출시한 ‘폴드3′와 ‘플립3′도 성과를 냈다. 카운터포인트리서치는 “폴더블폰 분야에 더 많은 업체가 진입하더라도, 삼성이 2023년에도 75% 점유율로 세계 폴더블폰 시장을 지배할 것”이라며 “특히 중국 스마트폰 시장에서 삼성 점유율이 보잘것없지만, 폴더블폰으로 전체 판매량을 늘리며 화웨이 빈자리를 꿰찰 수도 있을 것”이라고 했다.

중국 상하이의 삼성전자 광고판. /김남희 특파원

삼성전자는 최근 연말 조직 개편을 하며 DX부문장인 한종희 부회장 직속으로 중국사업혁신팀을 신설했다. 중국 시장 전략을 총괄하는 조직으로, 부진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스마트폰·TV 사업 등을 특히 챙길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폴더블폰 진입 장벽이 낮아져 폴더블폰 시장에서도 중국 업체에 치일 수도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중국 소비자 사이에 미국 애플 제품의 높은 인기를 감안할 때, 애플이 수년 안에 폴더블폰을 출시할 경우 삼성 점유율을 가져갈 수도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