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가전

삼성보다 50만원 낮추고 주름 펼쳤다…中 참전에 판 커지는 폴더블폰 전쟁

Shawn Chase 2021. 12. 16. 18:21

오포, 갤폴드3 닮은 143만원 신제품 출시
“힌지 특허 기술로 화면 주름 문제 개선”
화웨이는 갤플립3 닮은 신제품 이달 공개
샤오미·TCL도 참전…2년 후 시장 3배 성장
삼성, 공급 확대·조직 개편 등 초격차 전략

 

중국 스마트폰 업체 오포는 지난 15일 첫 폴더블(화면이 접히는)폰 ‘파인드엔(Find N)’을 전격 공개했다. 중국 출고가(최저 사양 기준)는 7699위안(약 143만원)이다. 삼성 갤럭시Z폴드3(갤폴드3)의 한국 출시가(199만8700원)보다 50만원 이상 저렴하고 중국 출시가(1만4999위안·279만원)와 비교하면 반값이다.

오포가 지난 15일 공개한 폴더블폰 '파인드엔'을 접었을 때(왼쪽)와 펼쳤을 때(오른쪽) 모습. /트위터 캡처

16일 오포와 해외 정보기술(IT) 매체에 따르면 파인드엔은 갤폴드3와 비슷한 인폴딩(화면이 안으로 접히는) 방식을 채택했다. 제품을 직접 사용해본 외신들은 특히 화면이 접히는 가운데 부분 주름 문제가 갤폴드3보다 개선됐다고 평가했다. 제품엔 삼성디스플레이 패널이 들어갔지만, 측면에서 볼 때 패널이 물방울 모양으로 더 완만하게 구부러지도록 만드는 오포만의 힌지(경첩) 특허 기술이 적용됐다. 화면을 정면에서 볼 때 주름의 두께는 더 넓지만 눈에는 덜 띤다는 게 오포가 강조하는 부분이다.

오포가 지난 15일 공개한 폴더블폰 '파인드엔'의 힌지 부분. /오포 유튜브 캡처
오포가 지난 15일 공개한 폴더블폰 '파인드엔'. 화면 접히는 부분의 주름을 경쟁사 대비 줄였다고 강조했다. /오포 유튜브 캡처

파인드엔의 화면크기는 펼쳤을 때 7.1인치, 최대 120㎐ 가변주사율을 지원한다. 갤폴드3와 달리 가로·세로 길이 비율은 9:8.4로 가로 폭이 더 넓다. 접었을 때 외부 화면도 갤폴드3처럼 좁고 긴 비율이 아니라 일반 바(bar)형 스마트폰과 비슷한 2:1 비율을 가진다.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두뇌 역할을 하는 칩)·메모리·저장용량·배터리 사양은 갤폴드3와 비슷한 수준이다.

오포는 파인드엔을 오는 23일(현지시각) 중국에서만 출시할 예정이다. 다른 나라 출시 계획은 아직은 없다. 삼성 스마트폰의 점유율이 0.5%(올해 상반기, 중국 시노리서치 집계)에 불과한 중국에서 저렴한 가격으로 폴더블폰 시장을 선점하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화웨이가 오는 23일 공개할 신형 폴더블폰의 유출 디자인. 클램셸(조개껍데기) 디자인을 채택할 걸로 추측된다. /기즈차이나 캡처

이런 전략은 다른 중국 업체들도 꺼내들고 있다. 화웨이는 오포 파인드엔이 출시되는 오는 23일 신형 폴더블폰 ‘P50 포켓’을 공개한다고 밝혔다. 삼성 갤럭시Z플립3(갤플립3) 같은 클램셸(조개껍데기) 디자인이다. 화웨이는 2019년 세계 최초의 폴더블폰 ‘메이트X’, 지난 2월에도 갤폴드 시리즈와 비슷한 ‘메이트X2′를 출시했지만 부진을 면치 못했다. 이에 따라 상대적으로 저렴하면서 디자인 선호도가 높아 삼성 폴더블폰의 대중화를 이끈 갤플립3를 벤치마킹하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TCL의 '폴드앤롤 투인원' 시제품. /더버지 캡처

업계에 따르면 샤오미도 내년 클램셸 형태의 폴더블폰을 출시할 것으로 점쳐진다. 지난 4월 갤폴드 시리즈와 디자인이 비슷한 ‘미믹스 폴드’으로 시장에 뛰어든 데 이어 갤플립 시리즈에 대응하는 신제품도 내놓는다는 것이다. TCL은 최근 폴더블과 롤러블(화면이 돌돌 말리는) 디스플레이 기술을 모두 적용한 ‘폴드앤롤 투인원’의 시제품을 공개한 후 상용화를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카운터포인트리서치가 집계한 글로벌 폴더블폰 시장 규모와 삼성전자의 점유율 전망. /카운터포인트리서치 제공

중국 업체들이 속속 경쟁에 가세하면서 전 세계 폴더블폰 시장 규모도 성장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시장 규모는 출하량 기준으로 올해 900만대에서 2023년 3000만대 수준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이 중 삼성전자의 점유율은 올해 88%, 2023년 75%으로 당분간 독주 체제를 유지할 전망이다. 업계는 중국의 저가 공세로 경쟁이 심해질 것으로 내다보면서도, 현지 업체들이 힌지·초박막강화유리(UTG) 등 핵심 부품을 수급해 본격적으로 시장에 진출하기까지는 다소 시일이 걸릴 것으로 보고 있다.

삼성전자는 관계자는 “차별화된 제품과 서비스로 폴더블폰 시장에서도 리더십을 지속 유지할 계획이다”라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폴더블폰 출하량을 올해 800만대 수준에서 내년 1000만대 이상으로 끌어올린다. 최근 모바일 사업을 총괄하는 무선사업부를 MX(모바일 경험)사업부로 개편, 스마트폰·태블릿·노트북·웨어러블 등으로 이뤄진 갤럭시 모바일 생태계를 강화으로써 폴더블폰의 경쟁력도 함께 높이겠다는 전략이다. 후속 모델에선 S펜 내장 등 신기능 탑재도 추진 중인 걸로 알려졌다.

삼성 갤럭시Z폴드3. /삼성전자 제공

삼성전자와 중국 업체를 가리지 않고 폴더블 디스플레이 패널 공급량의 90% 이상을 장악한 삼성디스플레이도 폴더블폰 시장 성장에 수혜를 볼 것으로 기대된다.

당초 업계 기대를 모았던 구글과 애플은 폴더블폰 출시 가능성이 불투명하다. 궈밍치 대만 TF인터내셔널증권 애널리스트는 애플 폴더블폰이 2024년은 돼야 나올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구글은 ‘픽셀 폴드’의 개발을 중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