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병원에 있다는 이유로
한달 치료비만 받을 수 있었다
박 대통령 “정부 책임” 지시에
군인연금법 시행령 개정 그러나 교전 중 부상만 책임지고
작업 중 부상은 개인 돈 써야
낮은 수준 의료인력의 오판도
국방부는 나몰라라 한다
정말 군인을 자식처럼 사랑하나‘삥 뜯어’ 지급하는 위로금 이 사건을 자세히 보면 국방부는 군 간부에게서 반강제로 징수한 위문금과 군인을 상대로 수익사업을 해서 조성한 군인복지기금에서 출연하는 군인단체보험금, 군인연금에서 30일치만 지급하는 요양금으로 곽 중사의 불만을 일부 달래고 정작 국방예산에서는 치료비 명목으로 단 1원도 지급하지 않겠다는 입장이 드러난다. 목함지뢰 사건의 경우에도 육군은 전 간부를 대상으로 기본급의 0.4%를 모금하여 억대의 위문금을 조성한 것으로 확인되었다. 결국 장병이 다치면 그 부담을 국가가 아닌 장병들 전반에게 전가하는 편리한 방식으로 모면하려는 의도임을 알 수 있다.그 뒤 정의당이 유사한 사례를 수집한 결과 더 충격적인 사실도 드러났다. 이제껏 군 의료체계상 능력 부족으로 치료를 못하거나, 아니면 군 의료기관의 오진으로 병이 더 악화되어 민간병원에 가서 치료를 받은 장병에 대해서도 일체의 치료비 부담을 거부하는 것이다. 해병대 사관후보생으로 입대하여 훈련을 받던 이아무개씨는 지난해 3월24일 외줄타기 훈련 중에 추락해 허리를 다쳤다. 의무대를 찾아갔으나 엉뚱하게 이비인후과 군의관이 상태가 경미한 염좌(관절을 지지해주는 인대나 근육이 외부 충격 등에 의해서 늘어나거나 일부 찢어지는 경우)라고 판정했다. 두번 군의관을 찾아갔으나 “허리는 한방”이라며 “침을 맞으라”고 한 조언이 전부였다. 그러나 계속 상태가 악화되어 4월에 훈련소에서 자의로 퇴소한 그는 김포의 민간병원에서 엠아르아이(MRI) 촬영을 해 본 결과 척추 골절이 발견되어 자비로 수술해야 했다. 군 면제 판정은 받았지만 오진으로 인해 사태가 악화되고 치료비 부담이 발생했을 뿐만 아니라 앞으로 사회생활에도 막대한 불편이 초래되었다. 이에 이씨는 국가에서 치료비를 배상해달라는 입장이지만 군 당국은 전혀 응하지 않고 있다. 이씨는 당시 제대로 된 판정만 해주었더라도 이렇게 사태가 악화되지는 않았을 것이라며 몹시 분개해 있다.훈련 중에 허리를 다쳐 의병으로 전역한 또 다른 이아무개씨의 경우를 보자. 육군 병사로 입대한 그는 지난해 8월13일부터 무박 2일로 국지도발훈련(F.T.X)을 받던 중 요통이 발생했다. 수면 없이 훈련에 참가하면서 이상이 발생한 것이다. 훈련 종료 뒤 국군홍천병원에 진료를 받았는데 수술이 불가피하지만 군병원은 “못 한다”고 했다. 이에 진주의 민간병원에서 자비로 미세 현미경 수핵제거수술을 했다. 10월에 부대로 복귀하였으나 또 통증이 발생하였고, 12월에 전면전 훈련에 완전군장으로 참여했다. 그러자 허리 통증은 더 악화되어 아예 걷지 못하는 상황이 되었다. 올해 1월 이씨는 서울 민간병원에서 심신장애로 전역하면서 장애9급을 판정받는 공상자로 분류되었다. 그러나 1차 500만원, 2차 1000만원, 총 1500만원의 수술비 전부는 자비 부담이었다. 위로금이나 단체보험금과 같은 지원도 전혀 없다.통신 특기로 지난해 전신주에서 작업 중 추락해 두 발목의 인대가 파열된 신아무개 중사의 경우도 있다. 국군수도병원에서 두 발목에 대한 판정을 보류하자 신 중사 부친은 다급한 심정으로 민간병원에서 치료하기로 하고 상태가 나쁜 한쪽 발목부터 수술을 받았다. 수술비 600만원은 전액 자비부담이었다. 수술을 한 민간병원은 다른 발목도 수술해야 한다는 소견서를 냈다. 이 소견서를 군에 제출하자 군 수도병원은 다른 발목에 대한 수술을 진행하였는데, 어찌된 일인지 더 상태가 나빠졌다. 인대 이식수술도 제대로 되지 않아 민간병원에서 진료한 결과 “재수술이 필요한 상태”라고 했다. 수술비 부담이 없는 군병원에서 수술한 결과 사태가 더욱더 악화된 것이다. 그러나 신 중사 부친은 군에 대해 정당한 치료비 보상 문제로 다투지 못한다. 아들이 아직 군에 있어 혹시 군으로부터 어떤 불이익이나 받지 않을지 걱정되기 때문이다.유사한 경우는 또 있다. 올해 10월에 낙하산 훈련 중 추락하여 척추를 다친 김아무개 중사의 경우 국군수도병원에서 치료가 가능하다고 했으나 이를 불신한 부친은 다급한 심정으로 민간병원에서 수술을 진행했다. 이럴 경우에는 군은 민간병원에서 치료를 하려면 “자비로 치료하겠다”는 각서를 받는다. 일명 ‘본인부담금/공단부담금 부담 서약서’를 환자 본인과 보호자, 지휘관이 모두 서명하도록 함으로써 국가가 책임지지 않겠다는 분명한 근거를 미리 마련해두는 것이다. 국가를 위해 위험한 임무를 수행하다가 다쳤는데 “외부 민간병원의 진료 및 검사비 일체의 본인부담금은 자비로 부담하며, 공단부담금도 본인이 부담하고 책임질 것을 서약한다”는 내용을 순순히 받아들이는 것이다. 군 당국은 군병원을 불신하는 장병에 대해 그 “불신의 대가를 치르라”는 고압적 태도를 먼저 보인다. 평생 장애를 안고 살아야 할지 모르는 다급한 심정으로 환자와 보호자는 군의 요구에 순응하게 되어 있다. 앞으로 군 생활을 해야 하는 간부의 입장에서는 이러한 군의 요구를 물리칠 수 없는 게 인지상정이다.발은 되는데 손은 안 된다?지난해 9월에 신병 훈련 과정에서 수류탄이 폭발하여 손목을 잃은 손아무개씨의 경우는 군으로부터 더 황당한 소리를 들었다. 수술 뒤 의수를 구입해야 하는데 수천만원이 소요되는 구입 비용에 대해 군 당국은 “관련 규정이 없어 800만원밖에 지원 못 한다”고 했다. 이에 비난 여론이 빗발치자 국방부는 뒤늦게 “의수 구입 비용을 대겠다”고 나섰다. 군 관계자에 따르면 국방부 실무부서에서 한민구 국방장관에게 “관련 규정이 없어 의수 구입 비용을 지원할 수 없다”고 보고하자 한 장관이 크게 화를 내며 “규정만 따지지 말고 방법을 찾으라”고 호통을 쳤다고 한다. 발을 잃은 경우 의족을 지원하는 규정이 있는데, 손을 다쳤을 때 의수를 지원하는 규정은 없다는 이야기다. 그러자 국방장관이 “의족 규정을 적용해서라도 지원하라”고 하여 방법을 마련 중이라는 설명이다. 현재 군은 관련 규정을 재검토하고 필요시에는 개정하겠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언론이 나서고 비난 여론이 일어야 그때 가서 움직임을 보이는 것이다.손자병법 지형편의 다섯번째 단락에는 지휘관의 부하 관리 또는 리더십에 관련된 내용이 있다. 지휘관이 부하를 사랑하는 자식처럼 생각하고 대해주면 부하들은 깊은 계곡, 험한 전장 어디에라도 나아가 목숨을 걸고 싸운다고 한다. 우리 군에서 지난 5년 동안 복무 중에 다쳐서 공무상 요양비를 신청한 인원은 56명이다. 그런데 군이 이들에 대한 치료비조차 인색한 실태를 보면 자식과 같은 사랑과는 거리가 멀어 보인다. 장병의 희생을 애국심으로 포장해온 한국군의 지휘관들은 거센 여론의 비난에 직면해 있다. 지난 8월4일 목함지뢰 사건에 대해 보고를 받은 한미연합사령관 스캐퍼로티 대장은 즉시 “헬기를 대기시키라”고 지시하며 위문하러 가겠다고 준비를 지시했다. 그러나 “한국군 수뇌부 누구도 가지 않은 상황에서 연합사령관이 먼저 가면 곤란하다”며 한국 측 장교들이 만류하였다. 그러자 사령관은 “한국군은 체면 때문에 부하가 쓰러져가도 찾아가지 않느냐”며 핀잔을 준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 군 지휘관의 사고방식에 근본적 전환이 필요함을 일깨워주는 대목이다.
김종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