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

전투복도 '핏'..현역병들 군복 줄여입기는 기본·'사제' 구매도

Shawn Chase 2015. 11. 5. 13:37

 

군인 심리 이용 '짝퉁' 전투복 불법 판매한 일당 검거

 

뉴스1 | 정재민 기자 | 입력 2015.11.05. 12:26

 

 

(서울=뉴스1) 정재민 기자 = "전투복도 이왕이면 몸에 맞는 걸 입고 싶습니다", "돈이 더 들어도 '사제' 제품이 더 좋다고 생각합니다"

5일 서울역에서 만난 김모(21) 상병은 "군 생활을 하면서 살이 빠져 보급받은 전투복이 사이즈가 맞지 않아 지난 휴가 때 수선을 했다"고 말했다.

김 상병의 전투복 하의는 7.5인치로 이날 본 다른 장병들에 비해 통이 좁다. 김 상병은 "다리가 길어 보이지 않느냐"고 물으면서 "이왕이면 몸에 맞는 걸 입고 싶다"면서 만족해했다.

서울역에서 군 장병들이 휴가복귀를 위해 이동하고 있다./뉴스1 © News1 손형주 기자
서울역에서 군 장병들이 휴가복귀를 위해 이동하고 있다./뉴스1 © News1 손형주 기자

이날 서울역 인근에서 만난 군인 장병들은 신세대 장병답게 전투복의 '핏(fit)'에 관심이 많았다.

지난 휴가 때 '사제' 제품으로 전투복을 샀다는 이모(23) 병장은 "아무래도 매일 입는 옷이기 때문에 더 신경이 쓰인다"면서 "민간인들은 왜 그런 데 신경을 쓰느냐고 하지만 2년 동안 똑같은 옷만 입는데 자기만족에서 큰 차이가 있다"고 말했다.

'멋'을 추구하는 장병들도 있지만 '실용성'을 챙기는 병사들도 있었다.

정모(21) 상병은 곧 다가올 겨울을 맞아 '사제 깔깔이'와 기모 안감이 처리된 '발열 스판 내의'를 샀다.

정 상병은 "지난겨울 이등병 때 추위로 고생한 걸 생각해보면 아직도 손발이 저린 느낌"이라면서 "이번 겨울은 조금이라도 따뜻하게 보내고 싶다"고 구매 이유를 밝혔다.

실제 용산역 인근 A군장점을 운영하는 박모(54)씨는 "아무래도 겨울철에 방한용품 구매가 늘면서 매출도 증가했다"고 밝혔다.

보급 용품도 충분히 나오지 않느냐는 질문에 박씨는 "아무래도 '사제'가 더 좋다는 인식이 군인들에게 있는 것 같다"면서 "돈이 더 들어도 그만큼 품질이 좋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사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하지만 '사제' 제품이라고 해서 모두 '핏'이 좋거나 실용성이 좋은 것은 아니었다. 이런 군인들의 심리를 이용해 범죄를 저지른 일당이 경찰에 덜미를 붙잡혔다.

서울 중부경찰서는 국방부 승인 없이 신형 디지털 무늬 전투복 원단을 원단업자들에게 불법 유출하고 신형전투복과 방상외피를 제조해 전국적으로 판매한 혐의(디자인보호법 위반 등)로 제조업체 A사와 A사 대표이사 설모(51)씨 등 6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4일 밝혔다.

이들 중 J상사 대표 최모(58)씨가 판매한 방상외피는 정상적인 방·투습 원단이 아니라 신형전투복 원단에 비닐 코팅 처리만 한 '짝퉁' 원단이었다.

현역 군인들은 군부대 내에서 전투복을 사면 몸에 맞는 전투복을 구하기 힘들어 비싼 돈을 주고도 '맞춤 전투복'을 산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이른바 '사제' 제품이 보급 제품보다 품질이 좋을 것이란 막연한 기대로 '짝퉁' 전투복을 샀다.

경찰 관계자는 "이들은 군인들이 '사제 전투복'이 품질이 더 좋다는 잘못된 인식을 가진 것을 이용했다"면서 "또한 사제 제품이 보급 제품보다 정확한 치수로 전투복을 제작할 수 있다는 점을 이용해 이익을 취했다"며 주의를 당부했다.

5일 서울 중부경찰서 한마음홀에서 신형전투복 원단을 국방부 승인없이 불법 유통한 관급원단 생산업체와 이를 이용해 전투복을 제조ㆍ판매한 업자들에게서 압수한 물품을 공개하고 있다.2015.11.5/뉴스1 © News1 박정호 기자
5일 서울 중부경찰서 한마음홀에서 신형전투복 원단을 국방부 승인없이 불법 유통한 관급원단 생산업체와 이를 이용해 전투복을 제조ㆍ판매한 업자들에게서 압수한 물품을 공개하고 있다.2015.11.5/뉴스1 © News1 박정호 기자

ddakb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