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일보] 입력 2021.08.17 17:30 수정 2021.08.17 17:47
CJ온스타일은 지난달 초 판매가 1억원에 육박하는 캠핑카를 내놓아 총 278대, 226억원 어치의 주문을 받았다. 방송 30분 만에 쏟아진 주문이다. CJ온스타일은 17일 “주문 이후에 취소가 될 수도 있긴 하지만, 단지 30분의 방송만으로 저만큼 주문이 들어온 건 분명한 사실”이라며 “홈쇼핑이 자동차나 보석 같은 럭셔리 제품 판매처로도 부상 중이란 걸 다시 한번 알린 사건"이라고 밝혔다.
CJ온스타일의 캠핑카 판매 방송. 방송 30분 만에 총 278대, 226억원 어치의 주문이 쏟아졌다. [사진 각 업체]
‘가성비 좋은 상품’을 주로 판매하는 곳으로 여겨져 온 홈쇼핑 채널이 고가의 ‘럭셔리 상품’ 판매에도 힘을 주는 분위기다. 홈쇼핑은 그간 대량 판매를 기반으로 합리적인 가격에 제품을 선보이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코로나19 사태가 길어지면서, 소비 심리가 커지고 있는 데다, 오프라인 매장을 방문할 필요 없이 고가의 럭셔리 제품을 살 수 있단 점에서 새삼 주목 받고 있다.
40분 만에 밍크코트 28억 어치 판매
CJ온스타일은 지난달 초 299만원 9000원짜리 밍크코트를 방송 40분 만에 28억원 어치나 팔았다. 이날 판매된 상품은 올겨울에 팔릴 신상품을 미리 선보이고 그에 대한 주문 예약을 받은 것이다. 그런데도 예상을 한참이나 뛰어넘은 판매량을 기록했다. 현대홈쇼핑 역시 지난 6월 방송에서 ‘라씨엔토 프리미엄 밍크 베스트’ 4000장을 25분 만에 완전판매하는 기록을 세웠다.
현대홈쇼핑 측은 “코로나19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가 장기화하면서 고가 상품에 대한 수요가 높아지는 추세”라며 “최근 모피나 보석, 명품 등을 전문적으로 선보이는 ‘클럽 노블레스’의 매출이 코로나19 이전과 비교해 20~30%가량 높아졌다”고 밝혔다. 실제 현대홈쇼핑은 지난달 자체 명품 전문 프로그램인 ‘클럽 노블레스’ 방송을 통해 이탈리아 주얼리 브랜드인 ‘우노아레’의 팔찌와 목걸이를 판매해 14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고가의 판매 가격(60만 원대~ 220만 원대)임에도 그랬다.
현대홈쇼핑은 지난달 이탈리아 주얼리 브랜드의 팔찌 등을 판매해 14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제품 당 60만원 대~220만원 대의 고가임에도 주문이 쇄도했다. [사진 각 업체]
체험 없어도 고가 향수 잘 팔려
기존에는 크게 인기가 없었던 제품군도 과감히 홈쇼핑에서 판매한다. ‘니치 향수’가 대표적이다. 향수는 직접 냄새를 맡아보는 일이 중요해 그간 홈쇼핑에서는 크게 인기가 없는 제품으로 여겨졌다. 하지만 CJ온스타일은 지난 6월 프랑스 니치 향수 ‘우비강(Houbigant)’의 판매 방송을 진행해 첫 방송 이후 현재까지 약 18억원의 판매고를 기록 중이다. 판매 제품 중 100만원 대의 고가 제품(꿸끄플레르엑스트레드빠르펭)은 준비한 물량이 이미 동이 났다. 덕분에 CJ온스타일의 올 상반기 향수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65%가 커졌다. CJ온스타일은 최근엔 향수 외에도 패션ㆍ뷰티 분야에서 평균 판매가 100만원 대 이상의 방송 분량을 전년 대비 35% 늘렸다.
해외 명품 직구 서비스 등 변신 한창
밍크코트를 판매 중인 CJ온스타일의 쇼핑 호스트. [사진 각 업체]
고가 제품 판매 강화는 사실 홈쇼핑 업계로선 피할 수 없는 선택이기도 하다. 지난해 코로나19 등의 여파로 매출이 다소 늘기는 했지만, 유통업체 간 경쟁 심화로 그간 홈쇼핑이 누려온 위상을 앞으로도 누릴 수 있을지 장담하기 어려워졌다. 홈쇼핑 업계가 럭셔리 제품 판매를 겨냥한 특집 방송을 잇달아 내놓는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현대홈쇼핑은 MZ 세대를 겨냥한 기획 프로그램인 ‘영스타그램’을 통해 지난 6월부터 두 달간 명품 특집 방송을 진행했고, GS홈쇼핑은 지난 4월 실시간 명품 직구 서비스인 ‘GS가 구하다’를 론칭하기도 했다. ‘GS가 구하다’는 유럽 현지 부티크에서 새로 출시되는 해외 명품을 실시간으로 확인하고, 이를 사는 모바일 전용 서비스다.
CJ온스타일 관계자는 “이커머스나 오프라인 쇼핑 등 다른 플랫폼과 치열한 생존경쟁을 벌이는 상황인 만큼 단순히 값싸고 질 좋은 상품으로 소비자를 붙잡는 건 이제 과거의 패러다임이 됐다”며 “단순히 럭셔리 상품을 넘어 소비자가 더 반길만한 소구력있는 상품을 판매하는 건 생존을 위한 필수 조건”이라고 말했다.
이수기 기자 lee.sooki@joongang.co.kr
[출처: 중앙일보] 30분 만에 226억 어치 팔렸다…럭셔리 제품 몰리는 홈쇼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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