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와 경영

박현주 20년 도전 결실 이뤘다…한국판 골드만삭스 나올까

Shawn Chase 2021. 8. 8. 16:18

 

미래에셋증권 亞 IB리더 도약

불과 자본금 500억으로 창업
22년만에 자본10조 폭풍성장

증권업계 첫 IMA사업 진출해
예탁금 운용 `+α수익` 낼듯

커진 자본만큼 수익성 높여야
10% 넘는 ROE 달성은 숙제

  • 진영태김규식 기자
  • 입력 : 2021.08.05 17:48:59   수정 : 2021.08.06 11:38:04

 

◆ 미래에셋證 자기자본 10조 ◆

 

 

 

"2020년까지 자기자본 10조원, 세전이익 1조원, 자기자본이익률(ROE) 10%를 달성하겠다."

박현주 미래에셋그룹 회장은 2015년 KDB대우증권 인수전에서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되면서 이 같은 청사진을 밝혔다. 한국 1등을 넘어 아시아 자본시장을 지배하는 글로벌 초대형 투자은행(IB)으로 성장하겠다는 야심을 밝힌 것이다.

 


미래에셋증권은 지난해 연간 세전이익(연결 기준)으로 1조1402억원을 기록했다. 6개월가량 지체되었지만 올해 2분기 연결 기준으로 미래에셋증권은 자기자본(지배주주)이 10조500억원에 달했고 ROE는 13.15%를 달성했다. 박 회장의 경영 목표가 현실이 된 것이다. 아시아를 호령하는 글로벌 IB로 도약하겠다는 청사진 또한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미래에셋증권이 자기자본 10조원이라는 두둑한 실탄을 바탕으로 글로벌 인수·합병(M&A)시장에서 아시아 맹주로 호령할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일본 노무라증권의 자기자본은 지난해 말 기준으로 약 30조원, 일본 2위 다이와증권은 14조원에 이른다. 미래에셋증권은 지난해 말 자기자본이 9조2700억원이었다. 미래에셋그룹 전체로 보면 지난해 말 자기자본은 15조원을 돌파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과 회계 기준이 달라 일괄 비교하기는 어렵지만 미래에셋그룹은 올해를 기점으로 일본 유수 증권사와 견줄 만한 규모로 성장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노무라증권은 1925년 출범했으며 다이와증권은 1902년 설립됐다. 100년 역사를 보유한 일본 증권사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 만큼 성장한 것만으로도 놀라운 성과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중국은 여전히 자본시장 수준이 한국에 미치지 못한다"면서 "노무라증권·다이와증권과 견줄 수 있게 된 것만 해도 아시아권에서 손에 꼽히는 IB가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미래에셋증권은 한국 증권사는 물론 다른 아시아 증권사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1999년 박 회장이 창업할 당시 미래에셋증권 자본금은 500억원에 불과했다. 약 22년이 흐른 올해 미래에셋증권은 자기자본 10조원 고지를 밟고 국내 1위를 넘어 아시아 '톱3' IB로 발돋움했다.

미래에셋증권이 급속히 성장한 것은 2015년 대우증권을 합병하면서부터다. 2016년 미래에셋증권 자기자본은 6조6389억원으로 두 배가량 늘었고 지난해 말 9조2689억원까지 성장했다. 지난 1분기 기준으로 봐도 미래에셋증권은 국내 다른 증권사를 압도하는 규모를 구축했다. 증권사는 자기자본 규모가 커야 다양한 위험자산을 취급해 수익성을 높일 수 있다. 지난 1분기 미래에셋증권 자기자본은 9조6200억원이었다. 같은 기간 2위 한국투자증권은 자기자본이 5조9100억원, 3위 NH투자증권은 5조8600억원이었다.

두둑한 자기자본을 바탕으로 미래에셋증권은 증권업계 최초로 종합투자계좌(IMA) 사업에 진출할 방침이다. IMA는 증권사가 원금을 보장하면서 고객 예탁금을 운용해 은행 금리 이상 수익을 지급할 수 있는 계좌를 말한다. 고객에게 은행 금리 이상 수익을 지급할 수 있는 통합 계좌로, 사실상 은행과 동일한 업무 수행이 가능해진다. IMA는 자기자본 8조원이 넘는 초대형 IB가 인가받을 수 있다. 국내 증권사 가운데 미래에셋증권만 가능한 상황이다. 최현만 미래에셋증권 수석부회장은 "미래에셋증권은 IMA도 준비된 회사라고 생각한다"며 "정부가 IMA를 허용해주면 금융소비자를 위해 충분히 할 자신이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증권업계 전문가들은 미래에셋증권이 한층 도약하기 위해 보다 깊이 있는 자산운용서비스와 글로벌 네트워크 강화에 나설 필요가 있다고 주문한다. 꾸준한 ROE를 통해 은행과 차별성을 강화하는 초대형 증권사로 거듭나야 한다는 설명이다. 예컨대 JP모건, 모건스탠리 등은 100조원이 넘는 자기자본에도 자기자본수익률이 10%를 상회하는 실적을 보이고 있다. 늘어난 자본만큼 수익성을 끌어올릴 수 있는 경쟁력이 필요하다는 의미다. 지난해 말 기준 글로벌 증권사의 ROE는 JP모건이 10.7%, 모건스탠리가 11.4%, 골드만삭스는 8.5%를 기록했다. 미래에셋증권은 지난해 말 기준으로 8.94%로 높은 ROE를 달성했지만 자본이 한층 늘어나면 수익성 제고 고민도 커지게 된다. 미국에서 주식소수점거래 등으로 혁신을 불러온 증권사 찰스슈와브는 미래에셋증권과 비슷한 연매출 100억달러(약 11조원)를 올리면서도 14.2%에 달하는 ROE를 기록했다.

 

 

 

 

 



한 외국계 증권사 고위 관계자는 "세계적으로 웰스매니지먼트(Wealth-Management)를 잘하는 증권·자산운용사가 규모에 관계없이 최고 금융사로 인정받고 있다"면서 "회사가 크는 것과 별개로 고객에게 높은 수익을 줄 수 있느냐가 관건이며 회사만 크고 고객이 손해를 보는 일이 없어야 한다"고 전했다. 이어 "세계시장에서 한국 증권사는 박한 수수료 경쟁만을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며 "M&A나 상장(IPO) 업무에서 저가 경쟁이 아닌 전문 서비스를 제대로 펼치면서 합당한 수수료는 받는 문화를 만드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국내 증권사에 대한 규제 완화 목소리도 나왔다. 한 자본시장 관계자는 "국내 증권사 규모가 커지면서 다양한 투자수요를 선점하고 은행과 경쟁할 수 있는 기회가 마련되고 있다"며 "다만 글로벌 증권사들은 은행과 같이 투자 리스크를 일부만 지는 자기자본비율(BIS)을 적용받는 데 반해 국내 증권사는 영업용순자본비율(NCR) 규제로 투자에 제약이 있는 만큼 규제 완화를 위한 논의도 필요해 보인다"고 전했다.

[진영태 기자 / 김규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