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정치

[김창균 칼럼] 文정권의 코로나 복권, 1년 만에 쪽박됐다

Shawn Chase 2021. 4. 8. 08:28

 

코로나와 못난 야당 福에
작년 총선서 180석 휩쓴 與,
제 실력인 줄 착각하며 폭주
국민 지지 순식간에 탕진
상식 거스른 親文 정치 파탄,
‘포스트 文’ 경쟁 시작됐다

김창균 논설주간

입력 2021.04.08 00:00 | 수정 2021.04.08 00:00

 

“민주당에 한 번 더 기회를 달라”는 김태년 원내대표의 처연한 호소는 허공에 흩어지고 말았다. 정부 부처 차관을 “X자식”이라고 윽박지르던 그의 기세등등 스타일만 구겨졌다. 사실 국민은 작년 총선서 민주당에 한 번 더 기회를 준 셈이다. 전 지구를 뒤져도 한 명 나올까 말까 한 파렴치 인사 조국을 감싸고 돌며 국민을 열 받게 했는데도 심판하지 않았다. 오히려 사상 초유의 180석을 건네줬다. 국회 선진화법에서도 단독 처리가 가능한 의석이다.

더불어민주당 김태년 당대표 직무대행이 7일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 개표상황실에서 방송3사(KBS,MBC,SBS) 공동 출구 조사 결과 발표를 지켜보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국민이 준 그 기회를 정권은 엉뚱한 데 썼다. 미운 털 박힌 윤석열 출마 금지법, 비판 언론 재갈 물리는 징벌적 손해배상법, 김여정 하명에 따른 대북 전단 살포 금지법 같은 것을 밀어붙였다. 하나같이 정권 이익을 챙기는 용도다. 심지어 “한 번 더 기회를 달라”는 그 순간에도 운동권 출신 자녀들까지 유공자 대접 하자는 셀프 특혜를 추진하다 된서리를 맞았다.

김 원내대표는 “부동산을 겨우 안정시켜 놨는데 다시 이명박, 박근혜 시대 부동산 투기판으로 돌아갈 수 없다”고 했다. 근로자 월급으로 서울 25평 아파트를 살 수 있는 기간이 이명박 정부 때 26→20년으로 6년 줄었고, 박근혜 정부 때 20→21년으로 1년 늘었는데, 문재인 정부 들어 21→36년으로 15년이나 늘어났다. 부동산 안정이라는 말이 어떻게 입에서 나오나. LH 사태 이후 투기 의혹이 불거진 국회의원은 모두 여당 소속이고, 정권 관계자들뿐인데 어떻게 전 정권에 손가락질을 하나. “토건 세력의 부활을 막아 달라”고 했는데, 오거돈 성추행 선거를 이기겠다고 28조원을 들여 수심 17m 바다를 삽질해서 메우자는 토건 세력은 도대체 누구인가.

작년 총선 일주일 전 ‘文(문)의 코로나 복권, 실력인 줄 착각하면 쪽박 된다’는 칼럼을 썼다. 결론 부분은 이랬다. “정권이 코로나 복권이 가져다준 횡재를 자기 실력으로 착각하면, 그래서 여태까지 온 길을 계속 가겠다고 우기면 총선 대박이 쪽박으로 돌변하는 것은 순식간이다. 복권 1등 당첨자들의 비참한 몰락 스토리는 전 세계에 널려 있다.”

선거 막판 판세가 여당으로 기운다는 조짐을 느끼면서 쓴 글이었다. 조국 사태에도 불구하고 여당이 야당보다 많은 의석을 차지하는 결과가 나오지 않겠나 짐작했다. 180석 압승은 상상도 못 했다. 더구나 야당의 잠재적 대선 주자들이 줄줄이 낙선했다. 문 정권 입장에서 ‘인생 역전’ 수준의 로또 당첨이었다. 한꺼번에 수십억 현금을 손에 쥔 격이었다. 대선까지 남은 2년 동안 탕진하기 힘들 만큼 엄청난 횡재였다. “문재인 정권, 정말 운이 따른다. 부자 몸조심 하며 큰 실수만 하지 않으면 정권 재창출은 땅 짚고 헤엄치기”라고 속으로 생각했다.

 

그런데 문 정권은 정말 놀라운 속도로 몰락 코스를 밟아 갔다. 코로나 사태와 못난 야당을 동시에 만난 행운 덕분에 총선을 이겼는데, 그걸 자기 실력으로 착각했다. 자기들 마음대로 나라를 주물러 보라고 국민이 결재 도장을 찍어준 것으로 간주했다. “선출된 권력”을 외치며 조국 사태보다 더 황당한 일들을 벌여 나갔다. 자기 분수에 넘는 행운이 닥쳤을 때 옷깃을 여며야 하는 것이 세상 이치다. DJ였으면 총선 뒤 집권당 의원들을 엄히 단속했을 것이다. 노무현 정부 때 탄핵 역풍으로 입성한 ‘탄돌이' 초선 108명이 널뛰자, 중진들은 ’108번뇌’를 다스리는 시늉이라도 했다. 이 정권은 달랐다. 대통령은 문빠의 패악질을 ‘양념’이라고 두둔했고, 여당 대표와 총리는 차기(次期) 욕심에 친문(親文)에 사탕 발림하기 바빴다.

4·15 총선 대박이 4·7 쪽박으로 돌변하는 데 채 1년도 필요하지 않았다. 선거 압승은 역풍의 씨앗을 품고 있다는 이치를 극명하게 보여줬다. 이번 보궐선거가 야당에 주는 교훈이기도 하다. 2002년 6월 시·도지사 선거서 야당의 전신인 한나라당은 서울, 인천, 경기를 싹쓸이했다. 보수 정당 사상 처음이었다. 전국적으로 880만표를 얻어 민주당 487만표에 393만표 차로 앞섰다. 역대 최다 표 차 승리였다. 세 아들과 측근 비리를 다스리지 못한 김대중 정권에 대한 심판이었다. 한나라당 사람들은 “6개월밖에 안 남은 대선은 따 놓은 당상”이라고 했다. 그러나 12월 대선 승자는 ‘3김 정치’ 대척점에 섰던 민주당 노무현 후보였다. 4·7 선거는 상식과 양식을 짓밟은 친문 정치에 대한 심판이었다. 그리고 ‘포스트 문재인’ 시대의 깃발 주인을 가리기 위한 경쟁은 이제 새로 시작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