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일보] 입력 2021.03.22 21:07
대권후보 선두 오른 윤석열..최고령 셀럽 김형석에 사실상 정치자문
김형석은 곧 윤석열의 정치출사표 메시지..반공+기독교 세련된 보수
101세 철학자 김형석 연세대 명예교수가 지난해 12월 28일 서울 서대문구 스위스그랜드호텔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김성룡 기자
1.월요일이 되자 각종 정치여론조사 결과가 쏟아졌습니다.
문재인 대통령 국정운영 지지율이 대략 35%수준으로 집권이래 최저입니다. 코앞에 닥친 서울과 부산시장 보궐선거에서 ‘야당 찍겠다’는 사람이 ‘여당 찍겠다’는 사람보다 훨씬 많습니다. 조사결과만 보자면 선거가 이미 끝난듯한 느낌입니다. 그러니 급한 눈길이 자꾸 내년 대선후보에 쏠립니다. 조사결과 윤석열이 압도적인 1위(39.1%)네요.(한국사회여론연구소 조사. 19,20일 이틀간 성인남녀 1007명 대상)
2.이런 상황에서 윤석열이 검찰총장 퇴임후 첫 행보로 김형석 교수를 찾아뵈었다는 보도가 22일 동아일보에 나왔습니다.
연세대 철학과 명예교수인 김형석은 1920년생 최고령 셀럽입니다. 아직도 정정한 그의 강연엔 인파가 몰리며, 그의 에세이는 베스트셀러에 오릅니다.
윤석열이 지난 19일 김형석을 찾은 것은 ‘책을 읽고 평소 존경하던’터에 ‘아버지(윤기중 연세대 명예교수.90세)의 지인’이란 인연도 있었다고 합니다.
3.만나서 무슨 얘길 했는지..김형석 교수가 주요골자를 밝혔습니다.
-편가르기를 하면 잣대가 하나가 안된다. 이대로 상식과 정의가 무너지면 사회가 유지될 수 없다. 더 늦으면 바로 잡을 수도 없다.
-야당에 인재 없다는데..인재는 여당에도 없다.중요한 건 한 사람의 인재가 나오는 것이 아니고..함께 일할 줄 아는 사람들이 있어야 한다.
-국가를 위해 판단하면 개혁이 되지만, 정권을 위해 판단하면 개악이 된다.
-애국심 없이 정권만 욕심 내는 건 안된다. 나를 희생하고 민주주의를 사랑하고..그런 사람이 애국심 있으면 괜찮다.
4.김형석 교수는 절대 거짓말할 사람이 아닙니다.
그의 말에 따르면 ‘대선 출마’의지를 밝히고 ‘고견’을 구한 자리임이 분명합니다. 보다 분명하게도..‘왜 이런 만남과 대화가 있었는지’에 대해서도 김형석 교수가 일부 밝혔습니다.
-내가 볼 때..(윤석열이) 어디 가서 터놓고 얘기할 데가 없는데..처음으로 교수님(김형석) 만나 시원하게 털어놓는다는 느낌이었다.
-(윤석열이) 새겨듣겠다며 자주 찾아뵙겠다고 했다.
5.더 말이 필요없습니다. 윤석열은 첫 행보로 ‘대권 출마’의지를 확실히 보여주었습니다.
윤석열의 대권출사표엔 어떤 메시지가 담겼을까요. 김형석이란 인물이 바로 그 메시지입니다.
김형석은 대한민국 보수의 핵심입니다.
물론 꼴보수나 꼰대는 전혀 아닙니다. 김형석은 젊어서 꽤 진보적이고 세련된 철학자였습니다. 그러나 본질적으로 보수 본류입니다.
6.김형석은 대한민국 보수의 양대 흐름이 교차하는 지점에 자리잡고 있습니다.
첫째. 해방직후 월남한 서북청년입니다.
평양 부근에서 태어나 평양에서 학교를 다녔습니다. 1947년 김일성이 조만식 선생을 연금하는 것을 보고, 목숨을 걸고 월남했습니다. 몸으로 익힌 반공입니다.
둘째. 독실한 모태신앙 기독교도입니다.
그가 윤동주와 같이 다닌 숭실학교는 대표적인 미국 북장로교 미션스쿨입니다. 그가 평생 재직한 연세대는 북장로교 선교사 언더우드가 만든 학교입니다. 기독교 중에서도 보수파입니다.
7.김형석 교수는 철학과 교수 시절 주로 교훈적인 철학에세이를 썼습니다.
베스트셀러‘고독이라는 병’(1959년) 이후 줄곧 삶의 본질을 들여다보는 잔잔하고 아름다운 얘기들로 꾸준한 인기를 모았습니다.
그런 김형석은 문재인 정권 이후 언론기고 등에서 비판적인 목소리를 감추지 않았습니다.
2019년 11월 대법원이‘백년전쟁’이란 다큐멘터리 방송에 대해 ‘문제 없음’이란 판결을 내리자 강하게 비판했습니다.
‘백년전쟁’이란 진보역사단체(민족문제연구소)가 ‘이승만과 박정희는 악질 친일파 반역자’라고 주장하기위해 만든 동영상입니다.
김형석은‘(문재인 정부가) 적폐청산 같은 개념으로 과거 업적을 파괴해 버리고 또다른 적폐를 만든다’며 ‘과거 때문에 미래를 파괴하는 과오를 저지르고 있다’고 비판했습니다.
8.윤석열이 보수 정치를 하겠다고 선언한 셈입니다.
대한민국의 정통성을 반공과 근대화에서 찾는 철학적 보수로 보입니다.
보수철학은 확고하지만, 그 태도는 상당히 세련되고 온화하며 유연한 정치를 추구하려나 봅니다. 당연히 기존의 구태진보와 꼴보수는 배제하겠다는 의중으로 보입니다. 제3지대론이 될 듯합니다.
노철학자의 말씀은 향기로운 지혜로 가득하지만..현실정치판은 진흙탕입니다.
윤석열이 연꽃을 피울 수 있을지 주목됩니다.
〈칼럼니트스〉
2021.03.22.
[출처: 중앙일보] [오병상의 코멘터리] 윤석열이 101세 김형석 찾아간 까닭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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