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문학

미 탐사선 소행성 베누에 10초간 터치다운… 태양계 비밀 풀리나

Shawn Chase 2020. 10. 21. 09:37

NASA 탐사선 오시리스-렉스, 베누에 착륙해 암석 시료 채취 시도

이영완 과학전문기자

입력 2020.10.21 07:12

 

소행성 베누에 착륙하고 있는 오시리스-렉스 상상도./NASA

21일 오전 7시 12분(한국 시각) 8억 달러(한화 9112억원)가 투자된 미국항공우주국(NASA·나사)의 탐사선 오시리스-렉스(OSIRIS-REx)가 소행성 베누에 착륙했다. 2016년 9월 발사된 지 4년 만의 착륙이지만 베누에 머무르는 시간은 로봇팔을 잠시 지면에 대는 10초 정도에 그쳤다. 착륙이라기보다는 잠시 찍고 돌아오는 터치다운에 가까웠다. 이 짧은 시간에 탐사선은 베누의 암석 시료를 채취해 3년 뒤 지구로 귀환한다. 도대체 탐사선은 순식간에 끝나는 이번 착륙에서 무엇을 찾는 것일까.

◇4년 비행 후 단 10초 착륙해 암석 시료 채집

오시리스-렉스는 베누가 지구와 달 사이 거리만큼 근접했을 때인 2016년 9월 발사돼 2018년 12월에 베누 궤도에 도착했다. 지금 베누는 지구와 화성 간 거리의 5배나 되는 3억3400만㎞ 떨어져 있다. 거리 때문에 지구와의 통신도 18분 차이가 난다.

베누는 폭이 500m 정도인 다이아몬드 모양의 소행성이다. 미국 뉴욕의 엠파이어스테이트 빌딩과 비슷한 크기다. 이날 착륙은 16m 폭의 충돌구인 나이팅게일에서 이뤄진다. 당초 NASA 과학자들은 베누 표면이 매끄러워 착륙이 쉬울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2018년 궤도에 진입해 관측해보니 사방에 커다란 암석들이 200여 개 흩어져 있었다.

‘죽음의 산(Mount Doom)’이라는 이름의 암석은 나이팅게일 충돌구에서 보면 2층 건물 크기로 보일 것이라고 나사 연구진은 밝혔다. 게다가 태양에서 불어오는 고에너지 입자는 끊임없이 베누 표면에서 동전 크기의 작은 자갈들을 튕겨낸다. 이들을 피해 찾은 착륙지는 승합차만 한 크기의 탐사선이 겨우 내릴 만한 공간을 갖고 있다.

오시리스-렉스의 소행성 베누 탐사

탐사의 핵심은 암석 시료 채집이다. 이번 임무에 성공하면 미국은 일본에 이어 두 번째로 소행성 표본 채집에 성공한 국가가 된다. 오시리스-렉스는 나이팅게일 충돌구에 내리면서 3.3m 길이의 로봇팔을 펼친다. 로봇팔 끝은 청소 로봇 형태로 착륙 후 질소가스를 지면으로 분사한다. 가스 힘으로 공중에 떠오른 동전 크기의 자갈들을 빨아들이고 바로 이륙한다. 착륙 시간은 10~15초 정도에 그칠 전망이다.

나사 과학자들은 최소 60g에서 최대 1㎏의 암석 시료를 채집하는 게 목표다. 60g보다 조금 모자라도 문제는 없지만 40g 이하면 2차 채집이 불가피하다.

두 번째 착륙은 내년 1월 오스프리 지역에서 이뤄진다. 나이팅게일 충돌구는 이미 질소 가스로 지면을 쓸어버려 채집할 시료가 없기 때문이다. 2차 채집의 성공 여부에 상관없이 오시리스-렉스는 내년 3월 지구로 방향을 틀고, 2023년 말 미국 유타주에 암석 시료가 든 캡슐을 투하할 예정이다.

 

◇태양계 형성 초기 모습 알려줄 듯

오시리스-렉스 탐사선의 이름은 ‘기원과 스펙트럼 해석, 자원 확인, 안전, 암석 탐사자’를 의미하는 영문 첫 글자를 땄다. 말 그대로 소행성 베누의 기원과 암석 성분을 조사하고 유사시 지구와 충돌 가능성에 대비한 정보를 모으는 임무를 띠고 있다.

과학자들은 태양계가 형성되던 약 46억년 전 목성의 소행성대에 있던 천체가 베누의 모체이고, 나중에 10억 년 전쯤 다른 소행성과 충돌해 지금의 베누가 떨어져 나왔다고 본다. 베누를 분석하면 결국 태양계 초기의 모습을 알 수 있다는 말이다.

특히 베누에는 유기물질이 있을 가능성이 크다. 지난 9일 미국 애리조나대 연구진은 국제 학술지 사이언스에 베누에서 탄산염이 함유된 광맥을 발견했다고 발표했다. 탐사선이 베누 표면의 암석에서 밝게 빛나는 부분을 포착했는데 그 안에 탄산염이 들어있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지난해 NASA의 오시리스-렉스가 소행성 베누에서 찾은 탄산염 광맥(원안의 밝은 부분)./NASA

연구진은 탄산염 광맥 역시 태양계 초기 모체에서 고온의 물이 순환할 때 형성됐다고 본다. 나사 고다드 연구센터의 한나 카플란 박사는 “탄산염은 액체가 베누의 모체 전체를 덮을 정도의 대규모로 흘렀음을 의미한다”고 밝혔다.

이번 탐사의 수석 연구자인 애리조나대의 단테 로레타 교수는 지난 9일 사이언스 인터뷰에서 “태양계 초기 천체에서 물이 풍부했다는 것은 수십억 년 전 베누 같은 소행성이 지구에 충돌하면서 물을 전달했다고 보는 가설과도 부합한다”고 밝혔다. 베누의 구성 성분을 자세히 알면 나중에 지구 충돌 위험이 발생할 때를 대비해 회피 방법도 찾아낼 수 있다.

과학자들은 오시리스-렉스의 시료 캡슐이 지구에 도착하면 올해 말 지구에 돌아오는 일본 하야부사 2호의 채집 시료와 비교하는 연구도 할 수 있다고 기대한다. 소행성 류구는 베누보다 물이 풍부했던 당시의 물질을 덜 갖고 있다고 추정된다.

영국 런던대의 퀴니 호이 산 찬 교수는 지난 16일 네이처 인터뷰에서 “두 시료를 비교하면 소행성에서 물의 작용과 유기물질 형성 과정을 더 잘 이해할 수 있다”고 기대했다. 2014년 발사된 하야부사 2호는 지름 900m인 소행성 류구에서 시료를 채집하고 현재 지구로 오고 있다.

 

 

이영완 과학전문기자

 

1997년 이후 줄곧 과학 분야만 취재하고, 국내 유일 과학기자 기명칼럼인 ‘이영완의 사이언스카페’에서 자연과 역사, 문화를 과학으로 풀어내길 좋아하는 이야기꾼, 이영완 과학전문기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