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막히는 링컨터널·북적이는 허드슨야드…맨해튼이 다시 살아났다

Shawn Chase 2020. 9. 11. 23:19

 

코로나 진정세 뉴욕은 지금

美맨해튼 하루확진 52명 그쳐

출근길 700m구간 50분 정체
랜드마크 `베슬`도 관광재개
뒷문으로 승차·요금 안받던
시내버스도 이달들어 정상화

30일부터 식당 실내영업 허용
월가서도 반년만에 "출근하라"
긴장감 떨어지며 재확산 우려

  • 박용범 기자
  • 입력 : 2020.09.11 17:25:11   수정 : 2020.09.11 22:44:12

 

지난주 금요일 오후 4시. 기자는 차를 몰고 맨해튼 `허드슨야드` 부근에서 뉴저지로 가는 링컨 터널 입구로 향하고 있었다. 700m 정도밖에 안 되는 이 구간을 움직이는 데 걸린 시간은 무려 55분. 40번가 교차로에서는 신호가 8번 바뀌었지만 1㎝도 움직일 수 없었다. 맨해튼 40~42번가에 걸쳐 있는 버스 터미널을 드나드는 버스들까지 뒤엉켜 이 일대 교통이 한때 마비됐다.

하지만 차에서 기다리는 사람들 표정은 밝아 보였다. 죽었던 맨해튼이 살아 돌아오는 신호이기 때문이다. 맨해튼으로 출퇴근하는 관문인 조지워싱턴브리지는 최근 들어 통행량이 늘어나며 오후 5~6시에는 평상시 못지않게 러시아워 정체가 생기고 있다.

허드슨야드에 벌집 모양으로 건축해 뉴욕의 새로운 명물이 된 `베슬`은 지난 3일부터 다시 관광객을 받기 시작했다. 올해 초까지만 해도 발 디딜 틈이 없었던 이곳이 코로나19 사태로 먼지만 쌓이다가 다시 개방되자 뉴요커들이 들뜬 마음으로 몰려들었다.

 


42번가 브라이언트공원 앞에 있는 식료품 체인점인 홀푸드는 이달부터 다시 문을 열었다. 일부 식품 코너만 문을 닫았을 뿐 2층까지 모두 영업을 재개했다. 타임스스퀘어에서 가장 사람이 많이 몰리는 곳에 있는 디즈니스토어도 최근 다시 영업을 시작했다. 2층은 여전히 폐쇄돼 있었지만 중환자실 같았던 맨해튼이 조금씩 활기를 찾고 있다. 맨해튼 곳곳에는 지금 `당신이 그리웠어요(We missed you)`라는 표어가 걸려 있다.

맨해튼 일대를 운행하는 MTA 버스는 지난 8월까지 요금을 받지 않았다. 버스기사가 감염될 것을 우려해 버스 앞부분을 비닐로 가리고 뒷문으로만 승하차했기 때문이다. 이제 버스들은 앞문 승차가 가능해졌고 요금을 받는다.

코로나19 사태로 100여 년 만에 `대공허` 사태를 겪었던 뉴욕이 이제 조금씩 활력을 찾아가고 있다.

지난 10일 맨해튼 지역 확진자는 52명(월드오미터 기준)에 그쳤다. 같은 날 서울 확진자는 61명이었다. 서울과 맨해튼 일일 확진자 수가 역전된 것이다. 이날 뉴욕주 전체 확진자는 771명, 사망자는 8명에 그쳤다.

지난 3월 말~4월 초 뉴욕주에서 하루 확진자가 1만명 안팎으로 발생하고 600~700명씩 사망하던 상황과 비교하면 확연하게 상황이 개선됐다. 시신을 처리할 수 없어 냉동 트럭이 즐비하던 모습은 이제 볼 수 없다.

전 세계 사람이 맨해튼을 찾는 데는 여러 이유가 있지만 음식을 빼놓을 수 없다. 하지만 여전히 맨해튼에서는 식사 약속을 하기 어렵다. 실내 영업 금지 조치가 풀리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달 30일부터는 달라진다. 수용 인원 25% 이내에서 제한적으로 실내 영업이 허용된다.

월가에도 속속 뱅커들이 모습을 드러낼 전망이다. 미국 최대 은행인 JP모건체이스는 21일부터 트레이딩 담당 부서 직원들에게 출근하라고 권고했다. 최대 은행이 6개월 만에 출근을 재개하기로 함에 따라 다른 금융권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11일(현지시간) 트위터에 "JP모건체이스의 결정을 축하한다"는 메시지를 전하고 "재택근무를 하는 것보다 훨씬 나을 것"이라고 치켜세웠다. 골드만삭스는 각 팀 상황에 맞게 부분적으로 출근을 재개하겠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여전히 불안감을 떨치지 못하고 있다. 가을에 `2차 감염 사태`가 발생할 우려가 작지 않기 때문이다. 날이 갈수록 긴장감이 떨어지고, 밤이면 젊은이들이 다시 집단으로 모이는 등 위험지수가 높아지고 있다. 최근 맨해튼 일대를 돌아보면 두세 달 전과 달리 마스크를 쓰지 않은 사람이 눈에 띄게 늘어났다. 특히 취약계층인 건설 근로자 등이 마스크를 많이 쓰지 않은 모습이었다.

대면 접촉이 늘어나면서 어떤 사태가 발생할지 조마조마해하는 뉴요커들이 많다. 그래서인지 정상화 과정에서 무척이나 조심하는 모습이다. 뉴욕시교사연맹이 10일 개학 일정에 반발해 파업을 경고하자 뉴욕시가 개학을 10일에서 21일로 연기한 것이 대표적이다. 뉴욕에서는 한국에서 최근 확진자가 다시 늘어난 것을 반면교사로 삼자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코로나19 사태는 장기전이 되어가고 있다. 진짜 승부는 지금부터다.

[뉴욕 = 박용범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