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정치

경제학자 76%, 집값 급등 원인은 정책 실패

Shawn Chase 2020. 8. 31. 18:35

입력 2020.08.31 09:34 | 수정 2020.08.31 15:30

한국경제학회 설문조사 결과

경제학자들은 최근 수도권 주택가격 폭등 현상의 주요 원인을 정부의 정책 실패로 꼽는 것으로 나타났다.

31일 한국경제학회가 지난 18일부터 소속 회원들을 대상으로 부동산 정책에 대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현재 수도권의 주택가격 폭등 현상의 주요 원인이 재건축 억제로 주거 선호 지역의 공급 확대가 불충분한 상태에서 양도소득세 중과, 임대사업용 장기보유 등으로 매물이 감소한 데 있다”라는 의견에 대해 답변자의 30%가 ‘강하게 동의한다’고 답했고, 46%가 ‘어느정도 동의한다’고 답했다. 답변자의 76%가 정부의 정책 실패를 주택가격 폭등의 현상의 원인으로 지목한 것이다.

수도권 주택가격 폭등 원인 설문조사 결과/한국경제학회


‘강하게 동의한다’고 답변한 김준성 경희대 교수는 “특정지역들을 추가로 꼽아 투기과열지구로 삼거나 토지거래허가제 등을 시행해 국민에게 부동산 가격이 오를 것이라는 시그널을 주는 것은, 주택시장의 개별 거래주체보다 정보가 많은 정부가 해서는 안 되는 정책이었고, 주택가격 상승에 큰 영향을 주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성태윤 연세대 교수도 “수도권 내에 선호 지역에 대한 공급은 감소하는 가운데 수요가 폭증하면서 가격이 급등했다”면서 “다주택자에 대한 징벌적 조처가 강화되면서 핵심자산을 중심으로 하는 포트폴리오 재편을 유도해, 실제로는 수요가 높은 지역의 부동산을 제외하고 그렇지 않은 지역에 대한 주택은 매각하고 오히려 선호되는 지역에 대한 수요를 증가시키는 현상이 나타나게 한 부분 역시 선호지역을 중심으로 가격이 폭등하게 하는데 상당한 역할을 한 것으로 보인다”고 의견을 냈다.

반면, ‘다소 동의하지 않는다’는 의견을 낸 김우찬 고려대 교수는 “재건축 억제, 양도소득세 중과, 임대사업자 활성화 조치들도 어느 정도 가격상승에 일조했겠지만, 이들 조치가 발표되기 전인 2017년 2월부터 이미 수도권 아파트 가격이 폭등한 만큼 위의 조치들이 가격 폭등의 근본적인 원인일 수는 없다”면서 “수 없이 많이 발표된 수요억제 정책과 공급확대 정책 발표에도 아파트 가격이 계속 오르는 근본적인 원인은 장기간 지속한 초저금리와 늘어난 부동자금에 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김현철 미국 코넬대 교수도 “재건축은 대부분의 물량이 조합원에게 돌아가고, 일반 분양의 비율은 매우 낮으므로 신규 주택 공급에 미치는 영향은 작은 편”이라면서 “양도세 중과 역시 급격한 주택가격 상승을 막고자 하는 정책으로 도입된 것이지, 가격 상승의 원인으로 볼 수는 없다”고 했다. 다만, 그는 “임대사업용 장기보유로 매물이 감소한다는 의견에 대해서는 동의한다”고 했다.

경제학자들은 주택가격 안정을 위해 가장 유효한 정책을 꼽아달라는 설문에는 ‘주거 선호지역 공급확대’(78%)를 가장 많이 꼽았다. 성태윤 교수는 “주거 선호 지역에 대한 공급확대가 이루어지지 않은 상태에서 수요 통제에 초점을 둔 정책은 효과가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고, 윤경수 가천대 교수는 “주택가격 안정화가 제1의 정책목표가 되어야 하는지 의문”이라서도 “소득이 충분한 사람이 그에 맞는 주택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가장 필요한 정책으로 주거 선호지역 공급확대 정책이 주택가격 안정화에 그나마 효과적일 것으로 보이기는 한다”고 했다.

‘종부세 등 보유세 강화’라는 답변에는 11%만이 찬성했다. 양희승 연세대 교수는 “주거 선호 지역에서의 공급확대는 필요하지만, 오랜 시간이 걸린다”면서 “대출규제 강화는 현금을 많이 보유한 사람에게만 혜택을 줘 자산불평등을 악화시킬 뿐 주택가격 안정에는 큰 도움이 되지 않고, 양도소득세 인상은 다주택자가 주택을 처분할 유인을 감소시키고 매도자의 세 부담을 매수자에게 전가해 오히려 가격을 인상할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고 그 이유를 설명했다.

최근 취득세, 보유세, 양도세 모두 강화하는 방안에 대해서는 현재 정책에 대해서는 김정호 아주대 교수만이 동의한다고 답변했을 뿐, 57%가 보유세는 강하하되, 취득세와 양도세는 완화하는 게 맞는다고 답했다. 윤미경 가톨릭대 교수는 “취득세, 보유세, 양도소득세를 모두 강화하는 것은 정책 방향이 어디에 있는지 헷갈리게 한다”면서 “보유세를 강화하면 취득세 및 양도소득세를 완화해야 부동산 시장이 원활히 작동할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이 질문에 대해 ‘기타’라고 답변한 비율도 28%에 달했다. 권남훈 건국대 교수는 “부동산 관련세금은 이미 높은 수준이고, 단순히 부동산 가격안정을 위한 세금강화는 의미가 없다고 생각한다”면서 “보유세 강화는 거래세를 인하하기 위한 수단이어야 하고 국세와 지방세 간의 조정, 세금공제 혜택의 검토 등이 반드시 수반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기타 의견을 제시했다. 김현철 교수도 “다주택자에 취득세와 보유세를 강화하되 양도소득세는 현행을 유지해야 한다”면서 ‘기타’의견을 냈다.

임대차 3번의 효과에 관한 설문조사 결과/한국경제학회


임대차 3법으로 임차인의 권리가 강화되고 보호될 것인지, 전세계약 자체를 회피하면서 전세매물 부족과 전세의 월세화가 발생해 임차인의 임대 부담이 상승할 것인지를 묻는 말엔 72%가 임차인의 부담이 상승할 것이라고 답변했다. 성태윤 교수는 “사실상 전세공급을 줄여 전세를 구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전세가가 상승하는 현상이 나타날 수 있으며, 이에 따른 월세 이전 과정에서 월세 가격도 높아지며 전반적으로 전·월세 시장 모두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반면, 경제학자의 14%는 임차인의 권리가 강화되고 보호될 것이라고 답변했다. 최승주 서울대 교수는 “임차인을 보호하기 위해 임대차3법은 필요하다”면서도 “임차인의 임대 부담으로 이어지는 것을 완화할 섬세한 시장정책이 필요하다고 판단한다”고 했다. 윤경수 교수는 “전·월세 상한제는 다소 위험하지만, 나머지는 어느 정도 필요하다”면서 “월세화는 불가피한 추세”라고 덧붙였다.

정부 부동산 정책의 목표에 대해서는 응답자의 54%가 ‘서민 및 청년층 주거 안정’이라고 답했다. 응답자의 23%가 주택가격 안정이라고 답했고, 불로소득 환수를 목표로 해야 한다는 경제학자는 한명도 없었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20/08/31/2020083100911.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