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와 경영

"일본의 소부장 기업 460곳 분석… 넘지 못할 벽 아니더라"

Shawn Chase 2020. 8. 12. 12:45

조선일보 

입력 2020.08.12 03:00

문준선 산업통상자원부 서기관 '포스트 한일 경제전쟁' 출간

/스마트북스

지난해 9월 도쿄의 APEC(아·태경제협력체) 에너지연구센터에 선임연구원으로 파견된 문준선〈사진〉 산업통상자원부 서기관은 즉각 일본의 소재·부품·장비(소부장) 기업 분석에 착수했다. 당시는 아베 신조 내각의 대한(對韓) 수출 규제로 소부장에 대한 관심이 고조됐지만 관련 기업에 대한 자료가 부족한 상황이었다.

우선 일본 경제산업성, 중소기업청, 정책투자은행이 선정한 각 분야의 460개 우량 기업을 추렸다. 이후 이 기업들을 1년 가까이 분석해 10일 '포스트 한일 경제전쟁'이라는 제목의 책을 출간했다. 문 연구원은 "일본 경제의 바탕이 되는 소부장 기업의 바닥을 쓸어보자는 생각에서 이 기업들의 사사(社史)와 현재 동향, CEO 및 관련 협회의 움직임을 파악하는 데 주력했다"고 했다.

그는 일본이 지구로부터 수십억㎞ 떨어진 행성을 탐사하고 돌아오는 탐사선 하야부사를 성공적으로 운용하는 배경으로 일본의 소부장을 꼽았다. 영하 100도에 가까운 혹한과 시속 140㎞의 블리자드(강풍)가 부는 남극 탐험에 일본이 앞서가는 것도 소부장 덕분이라고 분석했다. 일본 소부장에서 배워야 할 교훈으로 차별화·유연성·고객 관리 등의 11가지를 꼽았다.

그가 이 책에서 내린 결론은 일본은 넘지 못할 벽이 아니라는 것. "일본 소부장은 여전히 세계 최고 수준이나 역동성이 다소 떨어지고 내수 시장에 매몰돼 있다"며 "장인 정신과 축적의 시간도 중요하지만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더 필요한 것은 변화에 대한 신속한 대응"이라고 했다. "일본의 수출 규제가 촉발한 위기의 시대에 제대로 대응하면 추월도 가능하다"는 것이다.

대학에서 일문학을 전공한 문 연구원은 행시 48회로 산업부에 들어가 일본 산업을 담당해왔다. 그는 "현재 한국 상황에서 일본 없이는 글로벌 네트워크에서 산업 발전을 논하기 어렵다"며 "일본을 알아야 일본을 이긴다는 지일극일(知日克日)의 자세를 가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20/08/12/2020081200082.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