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와 경영

한때 효자였던 은행 ATM.. 지금은 대당 年 130만원 '적자 덩어리'

Shawn Chase 2020. 8. 15. 07:11

 

이윤정 기자

입력 2020.08.15. 06:01

 

정부가 국민의 현금 이용 편의성을 보장하기 위해 현금자동입출금기(ATM) 급감을 방지하는 등 관련 종합방안을 마련하기로 하면서 은행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ATM은 설치 비용이 대당 1000만원이 넘고 유지비도 많이 들어가는데, 정작 비대면 거래 활성화 등으로 수수료는 많이 걷지 못해 적자 폭이 점점 커지고 있다.

15일 은행권에 따르면 ATM 구입 비용은 대당 1000만원 안팎으로 알려졌다. 국내 주요 ATM 제작사로는 노틸러스효성과 LG엔시스 등이 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수년전까지만 해도 ATM을 구입하려면 대당 2000만~3000만원 정도가 필요했는데, 요즘 들어 가격이 많이 하락했다"며 "구매비용은 내렸지만, ATM이 들어가는 부스를 따로 설치할 경우 보안장치 등을 모두 포함해 2100만원 정도가 소요된다"고 말했다.

ATM 기기 자체 가격은 많이 내려갔지만, 운영비용이 만만치 않다. A은행의 영업점 외 공간에 설치된 ATM을 기준으로 살펴보면, 1대당 연간 총 비용은 2000만원에 달한다. 이 은행 관계자는 "관리·유지를 위한 외부 용역 비용이 1400만~1500만원으로 가장 크다"고 말했다. ATM 대수와 관계없이 ATM이 설치된 코너당 계산하는 B은행의 경우 "매달 평균 120만~130만원이 들어가는데, 대부분이 용역비"라고 말했다.

ATM에서 걷는 서비스 이용 수수료는 들이는 운영비 대비 한참 못미치는 수준으로 알려졌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운영비도 뽑아내지 못할 정도로 적자"라며 "은행들이 ATM을 운영하는 것은 고객에 대한 서비스 차원"이라고 말했다. 적자 규모는 대당 연간 130만원가량으로 알려졌다. 신한·KB국민·하나·우리 등 4대 시중은행의 1분기 기준 ATM 보유 대수는 2만1300여대라는 점을 고려하면 이들의 연간 적자 규모는 277억원에 달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다른 시중은행 관계자는 "최근 수수료 할인·면제 폭이 넓어져 ATM으로 벌어들일 수 있는 수익이 많이 하락했는데, 여기에 비대면 거래와 간편 결제까지 확산되면서 ATM 적자 폭이 더욱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한때 ATM은 차세대 금융 서비스를 대표하는 은행의 상징이자, 큰 비용 없이 수익을 늘려주는 '효자' 노릇도 톡톡히 했다. 1990년 조흥은행이 CD·ATM 등 무인박스를 설치했을 때 금융권은 '꿈의 은행'이 만들어졌다는 찬사를 받았다. 인건비는 거의 들지 않으면서 은행 영업시간 이후에는 건당 1000원 이상의 수수료 수입까지 벌어준다며 은행들은 앞다퉈 ATM을 늘렸다.

그러나 현재 ATM 수익성이 뚝 떨어지면서 은행들은 ATM을 적정 수준만 남기고 없애려 하고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금융사들이 운영하는 ATM은 5만5800대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한 2013년(7만100대) 대비 20% 감소했다. 특히 국내 ATM 절반은 수도권에 집중돼있는 등 지역 간 편차도 극심한 상황이다.

한은과 금융위원회는 ATM 급감에 따른 국민 현금 접근성 저하를 막기 위해 ATM 운영개선 종합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대형 시중은행과 지방은행 간, 우체국 또는 농·수협과 은행 간 공동 ATM 운영을 추진하고, ATM 설치 정보를 파악하기 위한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해 ATM 정보를 제공하는 애플리케이션(앱)도 개발하기로 했다. 은행권간 ATM 중복 투자와 급격한 폐쇄 등을 막기 위한 공조 방안도 논의할 예정이다.

한은은 "아직 현금 사용 비율이 32%를 차지하고, 인터넷 뱅킹이나 각종 간편 결제에 어려움이 있는 고령층과 도서 산간 지역 주민 등에겐 여전히 ATM이 필요하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