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

[서소문사진관] 담수에만 4년 걸리는 나일강 상류 초대형 댐, 이집트와 에티오피아 물싸움 격화

Shawn Chase 2020. 7. 16. 01:19

 

[중앙일보] 입력 2020.07.14 16:10 수정 2020.07.14 16:56

 

북동 아프리카의 젖줄 나일강이 발원하는 에티오피아에 초대형 댐이 들어서 이집트와 에티오피아의 물싸움이 격화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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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월 26일 현재 '그랜드 에티오피아 르네상스 댐'의 위성사진. 아직 담수를 시작하지 않았다. 로이터=연합뉴스

나일 강은 세계에서 가장 긴 강으로 에티오피아에서 발원하는 청(靑)나일과 적도의 우간다에서 발원하는 백(白)나일이 수단에서 합류하여 이집트를 거쳐 지중해로 흘러 들어간다. 고대 이집트 문명의 젖줄이었고, 지금도 북동 아프리카 주민들의 삶을 지탱하는 근본이다. 그런데 에티오피아가 경제발전의 원동력으로 삼기 위해 수단 국경과 가까운 청나일 상류에 초대형 댐을 지어 이집트와 분쟁을 야기하고 있다. 댐의 이름은 '그랜드 에티오피아 르네상스 댐'이다. 
 
댐의 저수량이 엄청나다. 무려 740억 톤이나 된다. 한국에서 가장 큰 소양강 댐이 29억 톤인데, 이 댐의 25배다. 댐의 높이는 155m, 길이는 1.8km고, 공사비는 46억(약 5조 5400억원) 달러에 이른다. 댐을 짓는 가장 큰 이유는 전력 생산이다. 에티오피아는 국민의 70%가 전기를 쓰지 못할 만큼 전력이 부족하다. 댐을 지어 이웃 나라에 전기를 수출하고, 전력으로 제조업 성장의 발판도 마련하겠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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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12일 현재 댐의 모습. 담수를 시작했다. 로이터=연합뉴스

문제는 댐에 물을 가두는 데 4년이나 걸린다는 점이다. 강 하류 국가인 수단은 나일 강의 홍수 피해를 줄일 수 있어 반발할 여지가 별로 없지만, 이집트는 사정이 다르다. 이집트는 인구의 90% 이상이 나일 강변에 살고, 강은 이집트의 식수원이자, 농업, 어업, 교통, 관광 분야의 기반이다. 나일 강물이 2%만 줄어도 100만 명이 실직한다는 통계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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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 더 넓게 본 위성사진. 담수 시작으로 댐 상류의 넓은 지역이 물에 잠겼다. 로이터=연합뉴스

이런 사정으로 에티오피아와 이집트는 수년 동안 협상을 벌여왔지만,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에티오피아는 협상 결과에 상관없이 7월부터 댐의 물을 채우기 시작할 것이라고 밝혔고, 이집트는 지난달 20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 개입을 요청했다. 하지만 에티오피아는 7월 들어 담수를 시작했다. 7월은 나일 강 상류에 비가 많이 내리는 시기이기 때문이다. 이집트와 에티오피아는 둘 다 군사적 수단의 동원까지 시사하고 있다. 물싸움이 전쟁으로 비화하지 않을까 우려된다.  
 

위키피디어

지도의 빨간 점이 나일 댐 위치다. 청나일의 상류, 에티오피아와 수단 국경 근처에 건설됐다. 이곳에 댐을 건설하고 오랫동안 물을 흘려보내지 않으면 이집트는 타격을 피할 수 없다. 
 
최정동 기자 

[출처: 중앙일보] [서소문사진관] 담수에만 4년 걸리는 나일강 상류 초대형 댐, 이집트와 에티오피아 물싸움 격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