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올림픽 집착하다 발등 불떨어진 日아베…마스크도, 아내도 안도와줘

Shawn Chase 2020. 4. 30. 17:22



코로나에 끼인 리더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하는 가운데 뒷북 대응, 부적절한 처신·발언으로 논란을 빚은 전 세계 리더들을 집중 조명합니다. 리더십이 가장 필요한 위기 상황에 바람직하지 않은 대응이 각국에 미친 영향을 살펴보고 이로 인해 입지가 흔들리는 리더의 행보, 각국의 정치 변화를 예상해봅니다.

[이미지출처=로이터연합뉴스]© 제공: 아시아경제 [이미지출처=로이터연합뉴스]

[아시아경제 정현진 기자] "코로나19 확산을 극복하고 올림픽을 무사히 예정대로 개최하고 싶다."(3월 14일)"사태가 종식되지 않은 상황에서는 도쿄올림픽을 완전한 형태로 개최할 수 없다."(4월 29일)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40여일만에 완전히 태세 전환을 했다. 그 사이 도쿄올림픽은 1년 연기됐고 일본 내 코로나19 확산세는 더욱 뚜렷해졌으며 아베 총리는 긴급사태를 선포, 지역 대상을 확대하기까지 했다. 휴교령, 마스크 배포 등 연일 갑작스러운 정책 발표와 정책 시행 과정에서 소통 부족과 준비 미흡이라는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오르면서 아베 총리의 지지율은 급격히 떨어지고 있다.

같은 기간 일본 내 코로나19 누적 확진자 수는 세계보건기구(WHO) 기준 780명에서 1만3852명으로 급증했다. 지난 2월 일본 정부의 미흡한 대처로 죽음의 크루즈라 불렸던 크루즈선 '다이아몬드 프린세스'호 내 확진자 712명은 제외한 숫자다. 40여일 전까지 예정대로 도쿄올림픽을 개최할 의욕을 불태우던 아베 내각은 '뒷북 대응' 비판 속에 의료체계 붕괴 위기에 봉착하며 코로나19 확산 방지 대응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 올림픽 앞두고 검사 축소 의혹…연기했더니 취소론 솔솔 = 도쿄올림픽은 아베 총리에게 남다른 의미였다. 유치 단계부터 공을 들여왔을 뿐만 아니라 장기 집권 중인 그에게 최대 정치적 유산이 될 대형 이벤트였다. 내년 9월 종료되는 자민당 총재 임기를 연장할 불씨를 마련할 계기가 될 터였다. 도쿄올림픽 개최 의지가 그만큼 강했고 지난달 중반까지 아베 내각은 잇따라 나오는 연기 가능성을 부인했다.

이에 앞서 지난 2월 일본에서는 정부가 올림픽을 의식해 코로나19 검사를 축소 진행하고 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지난달 3일 혼게이자이신문은 일본 정부가 하루 3800건의 검사를 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하루 평균 900건만 검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 올림픽 연기 결정 이후 일본의 코로나19 검사건수는 크게 늘었다. 후생노동성에 따르면 유전자증폭(PCR) 검사 건수는 2월 18일~3월 24일 4만4562건에서 3월 25일~4월 27일 20만5992건으로 증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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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지난달 24일 결국 아베 정권은 올림픽을 연기했다. 일본 유권자 70%가 올림픽을 예정대로 개최할 수 없다고 할 때도 의지를 꺾지 않았지만 유럽과 미국으로 코로나19가 확산하면서 외부 요인으로 인해 결국 연기 결정을 내릴 수밖에 없었다. 당시 모시 요시로 도쿄올림픽 대회조직위원장이 2년 연기안을 제안했으나 아베 총리는 "일본의 기술력이 떨어지지 않는다. 정치 일정도 생각하지 않으면 안된다"면서 1년 내 개최를 고집, 강행했다.

그 결과 한달 뒤인 현재 올림픽 취소 가능성이 나오고 있다. 모리 위원장은 지난 28일 "내년 여름까지 코로나19가 종식되지 않는다면, 도쿄올림픽은 취소될 것"이라면서 재연기는 없다고 못박았다. 하루 뒤인 29일 아베 총리 본인도 코로나19 종식이 내년 7월로 연기된 도쿄올림픽 개최의 전제가 될 것이라는 점을 언급했다.

◆ 뒤늦은 대응도 논란…'아베노마스크' 문제 잇따라 = 올림픽 연기 이후 아베 내각은 뒤늦게 코로나19 대응책을 급히 내놨다. '뒷북 대응'이라는 논란 속에 정부가 내놓는 대책이 혼란을 야기했다. 코로나19 확진자가 전국 각지에서 쏟아지고 있지만 의료시설과 장비가 검사와 치료를 하기에 턱없이 부족해 의료시스템도 붕괴 위기에 놓인 상황이어서 불안감은 더욱 확대하고 있다.

가장 큰 논란이 됐던 아베 총리의 대책은 '아베노마스크'다. 올림픽 연기 후 코로나19 확산 속도가 빨라지자 마스크 부족 현상을 막기 위해 가구당 천 마스크 2장을 배포하기로 한 대응책이다. 하지만 며칠 지나지 않아 마스크 불량 문제 등이 이어지면서 결국 배포한 마스크를 회수하는 사태까지 벌어졌다. 마스크 크기가 너무 작은 데다 먼지가 묻거나 곰팡이가 피고 벌레가 발견됐기 때문이다. 일본 국민들 사이에서 '아베노믹스'에 빗대 '아베노마스크'라는 조롱성 신조어가 나온 것도 이러한 이유에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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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에 전국민 현금지급 대책도 혼란을 빚었다. 당초 수입이 급격히 줄어든 가구에 30만엔을 지급하겠다는 안을 정부가 내놨지만 기준을 정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결국 연립여당인 공명당에서 국민 1인당 10만엔을 일률 지급하는 방안을 재차 제안하자 긴급사태 선포 대상 지역 확대를 이유로 이를 받아들였고 추경예산을 재편성 했다.

아베 총리는 지난 17일 "혼란을 초래한 것은 나 자신의 책임이며, 국민 여러분께 진심으로 사과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의료 현장에 마스크, 고글, 보호복 등이 부족한 것에 대해 "총리로서 매우 죄송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일본 정부의 대응이 혼란스럽다는 비판은 현재진행형이며 아베 총리에 대한 일본 국민들의 시선은 부정적으로 돌아서고 있다.

◆ 내년 연임 '빨간불'…본인·아내 처신 논란도 = 아베 총리는 코로나19 대응이라는 시험대에 섰다. 코로나19가 위기 상황인 만큼 리더의 역할이 중요하지만 지금까지 보여온 모습은 논란 그 자체였다. 아사히신문이 지난 21일 보도한 여론조사에서 일본 유권자 1111명 중 57%는 '아베 총리가 지도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지금까지의 코로나19 대응에 대해 부정적인 평가도 절반 이상이었다.

이같은 지적에는 코로나19 사태 중 아베 총리 본인과 부인 아키에 여사가 구설수에 오른 것도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아베 총리는 지난 12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자신이 반려견과 집에서 휴식하는 모습을 편집한 영상을 게재하면서 자택에 머물러 달라는 메시지를 올렸다. 하지만 긴급사태에 여유를 즐기는 모습을 내놓는 것이 부적절했다는 비판이 일었고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은 "청년층에게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한 것이었다"고 해명하기도 했다.

아키에 여사(사진 오른쪽)가 지난달 15일 오이타 여행에서 찍은 단체사진. (출처 : 프라이데이 화면 캡쳐)© 제공: 아시아경제 아키에 여사(사진 오른쪽)가 지난달 15일 오이타 여행에서 찍은 단체사진. (출처 : 프라이데이 화면 캡쳐)



아키에 여사는 코로나19 확산 중 단체여행을 다녀온 것이 논란이 됐다. 지난달 벚꽃구경을 하러 갔다가 단체 사진이 공개돼 비판 받은지 얼마 지나지 않아 지난달 15일 50여명의 일행과 함께 신사 참배를 간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아베 총리가 국민들의 외출 자제를 요청한 다음날 여행을 간 사실이 확인됐고 마스크를 끼지 않은 모습이 담긴 여행 사진까지 공개되면서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는 상황이다.

이번 논란들이 아베 총리의 자민당 총재 임기 연장에도 영향을 줄 지 주목된다. 아사히신문은 지난 28일 일본 유권자 3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정치의식 여론조사에서 아베 총리의 자민당 총재 임기 연장에 대해 66%가 반대했다고 보도했다. 같은 조사에서 차기 총리가 아베 내각과 노선을 달리했으면 좋겠다는 답변도 절반 이상 나왔다. 앞서 지난 14일 요미우리신문에 따르면 아베 내각 지지율은 42%로 전달 조사보다 6%포인트 하락했다. '지지한다'가 '지지하지 않는다'는 응답(47%)보다 낮은 건 약 2년 만에 처음이다.

정현진 기자 jhj48@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