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0일 마스크 쓴 남성이 일본 도쿄 아키하바라 거리를 지나고 있다. /사진=AFP |
31일 NHK 등에 따르면, 지난 29일 일본 전역 47개 도도부현(광역자치단체)에서 169명의 신규 확진자가 발생했다. 이에 따라 누적 확진자는 다이아몬드 프린세스 탑승자(712명)를 포함해 총 2605명으로 늘었다.
일본의 일일 신규 확진자는 지난 27일 115명으로 처음 100명대를 넘어선 뒤 사흘 연속 세 자릿수를 기록하면서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
도쿄올림픽 1년 연기 결정된 다음 날부터 도쿄 확진자 급증
/사진=AFP |
여론은 도쿄올림픽과 일본 내 코로나19의 연관성을 의심하고 있다. 24일 도쿄올림픽 1년 연기가 결정된 후 도쿄도 내 확진자가 가파르게 증가했기 때문이다.
도쿄에선 지난 1월25일 첫 확진자 보고된 후 일일 신규 확진자가 3월14·17·21일을 제외하곤 계속 10명 미만이었지만, 이달 23일과 24일 연속 10명대를 기록한데 이어 25일에는 41명으로 급증했다. 28일은 63명, 29일은 68명이 됐다. 이에 고이케 유리코 도쿄도지사는 "감염 폭발이 일어나기 전의 중대한 단계"라고 경고했다.
TV아사히 앵커 출신 방송인 구메 히로시는 최근 한 라디오에서 "도쿄 올림픽 연기가 공식 발표된 뒤 모든 게 시작됐다"며 "올림픽 개최 때문에 도쿄의 이미지가 나빠질 수 있는 정보를 지금껏 억눌러 왔던 게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일본의 코로나19 검사 수, 한국의 10분의 1 수준
지난 30일 도쿄 벚꽃명소인 우에노 공원이 한산한 풍경을 보이고 있다./사진=AFP |
일본의 하루 평균 검사 건수는 1200~1300건으로 추정된다. 일본에선 △중국을 방문한 자 △확진자와 밀접하게 접촉한 자 △확진자와 동선이 겹치는 자 중에서도 2~4일 이상 37.5도 이상 고열이 지속되는 사람에 대해서만 진단 검사를 하도록 돼 있다.
일본의 비영리단체 '메디컬 거버넌스 연구소의 책임자인 가미 마사히로는 CNN 인터뷰에서 일본의 코로나 19 감염자가 정부 통계보다 훨씬 더 많을 것으로 전망하면서, 일본 감염률은 실제에 비하면 "빙산의 일각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일본 정부는 코로나19 진단 검사를 '의도적'으로 제한했다는 입장이다. 의료 체계 붕괴 등을 우려한 조처라는 것이다. 이에 대해 컬럼비아 대학의 역학전문가 제프리 셔먼은 "일본의 접근방식은 도박"이라며 "우리가 알지 못하는 사이 물밑에서 무슨 사태가 벌어지고 있을 수 있으며, 그것을 알았을 때는 이미 너무 늦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검사에 소극적이라는 비판이 계속되자 일본 정부는 검사 대상을 확대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일본이 하루 7000건 이상 검사할 능력을 갖추고 있고, 이에 상응하는 검사가 이뤄질 경우 확진자 증가세는 더욱 가팔라질 전망이다.
감염 경로 '안갯속'…병원·시설서 집단감염 발생
아베 신조 일본 총리/사진=AFP |
29일 추가된 도쿄 신규 확진자 68명 가운데 26명도 감염 경로가 모호한 상태다. 이는 일대일 접촉 감염된 것이 아닌 'N차 감염'이 이뤄졌다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즉 일본에선 이미 지역사회 내 집단감염이 만연해 있을 가능성이 크다는 뜻이다.
실제로 일본에선 집단감염 사례가 속속 확인되고 있다. 29일까지 도쿄 에이주 종합병원 관련 확진자는 총 96명으로 집계됐다. 지바현 소재 지적 장애인 복지시설 호쿠 총육성원에서는 환자, 직원 등 86명의 확진자가 나왔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자국 내 코로나19 유행 상황에 대해 "언제 종식될지 예상하기 어렵다"며 "(코로나19 유행이) '긴급사태'를 선언할 정도까진 아니지만, (종식이나 확산이냐) 갈림길 직전의 상황이 계속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