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당의 압승이란 이번 선거 결과는 윤석열 검찰총장과 각종 정치적 사건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여당이 대승을 거두면 윤 총장을 내쫓고, 고위 공직자 범죄수사처의 1호 수사 대상으로 삼을 것”이란 일각의 주장은 총선 이후에도 유효할까.
윤 총장 내몰면 분란만 일으켜
돈, 정보, 인사 제외돼 외로운 처지
당분간 정권과 불편한 동거될 듯
세간의 관심사지만 윤 총장이 사퇴 압박으로 옷을 벗는 상황이 쉽게 나오지는 않을 듯 싶다. 그가 공수처 수사 대상이 되는 것은 상식적으로나, 법률적으로나 불가능에 가깝다. 현 정부가 그런 시도를 할 가능성도 커 보이진 않는다. 여당에 대한 국민들의 압도적 지지가 오히려 윤 총장 체제의 검찰을 압박하는 것을 어렵게 만들어버릴 수있기 때문이다. 괜한 분란을 만들어 정치적, 사회적 논쟁거리를 제공할 이유도 많지 않다.
윤 총장의 거취 표명 가능성부터 살펴보자. 쇠는 맞으면서 단단해진다고 했던가. 지난해 8월말부터 이뤄진 조국 사건 이후 윤 총장의 맷집이 상당해졌다. 검찰 관계자는 “윤 총장이 취임 초기 정권과 갈등을 빚을 때 대검 참모들이 밤마다 폭탄주를 마시며 사퇴를 만류한 적이 있었다”며 “지금은 전혀 그런 걱정을 하지 않는다”고 전했다.
그가 투표를 한 뒤 검찰의 ‘정치적 중립’을 새삼스럽게 강조한 것도 선거 결과에 어떤 영향을 받지 않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윤 총장과 함께 학교를 다녔고, 특수 수사를 같이 했던 전직 검찰 간부도 “그의 성격을 볼 때 쉽게 사퇴 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채널A 기자와 윤 총장 측근 검사장의 거래설과 윤 총장 장모 및 부인에 대한 의혹 제기가 윤 총장에게 직접적인 타격을 줄 공산은 작다는 게 그런 전망의 근거다. 윤 총장이 채널A 사건과 관련한 감찰에 반대를 한 것은 정치적 음모론에 검찰이 휘둘리는 것을 우려한 것으로 봐야 한다. 윤 총장은 또 가족들이 연루된 의혹엔 사실이 아니므로 크게 개의치 않는다는 것이 검찰 측의 전언이다.
21대 국회가 윤 총장에 대한 수사를 의뢰할 경우 공수처가 이를 받아 수사를 할까. 공수처 초대 처장은 역사적으로 명예로운 자리다. 이런 가치를 정치적으로 거센 논란이 일 사건과 맞바꾸려할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공수처의 수사설은 현재로선 선거의 지지세력 결집용에서 비롯됐다고 보는 게 좀 더 합리적일 것이다.
추미애 법무장관 취임 이후 이뤄진 여권의 ‘고사 작전’으로 윤 총장의 입지가 전에 비해 위축되고 좁아진 것은 사실이다. 후배 검사들에 대한 인사권이 사라졌고, 청와대 및 법무부 등 검찰 유관부서와 관련된 정보 등이 상당 부분 차단됐다.
전직 검찰총장 출신의 설명. “검찰이 집행하는 180억원 가량의 예비비 중 40억원이 법무부에 전달되고, 나머지는 총장이 수사 지원비 성격으로 일선에 지원하면서 위상을 찾는데 최근 법무부가 제동을 걸고 있다고 한다. 윤 총장의 경우 돈, 조직, 정보가 꽉 막혀 간다고 볼 수 있다.”
이로 인해 이 정부의 최대 약점인 청와대의 울산시장 선거개입 사건 수사도 더 이상 진척을 보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1차 수사 땐 윤 총장과 배성범 서울중앙지검장이 무난하게 호흡을 맞췄지만 총선 이후 이뤄질 2차 수사는 문재인 대통령의 대학 후배인 이성윤 지검장이란 벽에 부닥친 셈이다.
사건의 실체를 바라보는 두 사람의 인식이 서로 다른 곳으로 향하고 있어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선에서 수사가 끝내기 수순이 될 수도 있다는 게 법조계의 다수 관측이다.
윤 총장을 지지하는 검사들이 이번 총선 결과에 촉각을 곤두세웠던 것은 살아있는 권력에 대한 수사를 어떻게 마무리할 수 있느냐는 점 때문이었다. 검찰 내부에선 “야당이 궤멸 수준으로 대패하면서 수사의 동력도 그만큼 힘을 잃은 것으로 봐야 한다”는 전망이 나온다.
정권과 윤 총장이 당분간 불편한 동거에 들어갈 것이란 분석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한때 검찰 내부에선 윤 총장이 현 정권의 턱밑까지 칼날을 겨눈 뒤 사퇴하는 수순을 밟을 것이란 얘기가 나돌았다. 하지만 수사 확대가 만만치 않아 지면서 탐색전이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
이런 상황에서 정권이 굳이 윤 총장을 막다른 골목으로 몰아넣을 이유도 약해졌다. 검찰총장도 2년 임기의 후반기에는 힘이 빠지는게 자연스런 현상이었다. 7월 이후 발족할 공수처를 통해 국민의 이목을 끌 수 있는 수사를 하는 방식으로 검찰의 위상을 상대적으로 떨어뜨릴 수 있는 방안도 있다. 여권이 윤 총장을 직접 때리지는 않을 거라는 관측의 근거들이다.
박재현 논설위원
[출처: 중앙일보] [박재현의 시선] 여당의 압승과 윤석열의 거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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