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와 경영

[드러난 TPP협정 내용.. 득실 비교해보니] 한·미 FTA보다 개방수준 높아.. 정부, 조기가입 검토

Shawn Chase 2015. 11. 5. 23:53

국민일보 | 세종=이성규 기자 | 입력 2015.11.05. 21:49

 

 

5일 공개된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협정문은 예상을 뛰어넘는 최고 수준의 개방 내용을 담고 있다. 정부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과 유사한 수준이라고 밝혔지만 한·미 FTA에 없던 규범 챕터가 7개나 포함돼 있는 등 그보다 한 단계 높은 수준이라는 평이다. 특히 국영기업에 대한 정부의 지원을 금지하는 조항 등은 향후 TPP 가입 시 우리 산업에 불이익을 줄 것으로 우려된다.

 

 

◇최고 수준의 메가 FTA=TPP 역내에서 생산된 재료를 사용하면 모두 자국산으로 인정해주는 원산지누적기준 적용은 TPP의 시장 개방도를 극대화할 전망이다. 이는 TPP 역내 국가끼리만 무역이 더 늘어나는 결과를 초래하기 때문이다. 한 예로 한국이 참여하지 않은 채 TPP가 비준이 완료돼 시행될 경우 이 조항으로 한국 자동차 부품사들은 타격이 예상된다. TPP 참여국들이 한국산 부품 대신 베트남, 멕시코 등 TPP 역내 국가에서 부품을 조달하는 것이 유리하기 때문이다. 관심을 끌었던 미·일 간 농업 시장 개방 역시 비관세 장벽이 상당부분 제거된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은 TPP 가입에 따라 미국과 호주에서 쌀을 관세율할당물량(TRQ) 형태로 매년 8만t 정도 수입하기로 합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는 “일본의 80여개 농산물이 양허(관세철폐)에서 제외됐지만 구체적인 품목은 파악 중”이라고 설명했다.

 

 

 

미국 수출시장을 놓고 우리와 경쟁관계에 있는 일본과 비교해 봤을 때 산업별로 희비가 엇갈린다. 자동차산업의 경우 일본 제품에 매기는 미국 관세는 20년에 걸쳐 철폐된다. 반면 한·미 FTA는 2012년에 완전 철폐돼 우리가 유리하다. 그러나 기계와 전기·전자분야의 경우 사정이 다르다. 미국은 이번 TPP 협상에서 일본에 대해 대다수 품목의 관세를 즉시 철폐했지만 한·미 FTA의 경우 국내산 일부 가전제품은 2021년에야 철폐된다.

 

◇한·미 FTA에 없던 내용은?=모두 30장으로 구성된 TPP 협정문 중 서비스분야 지적재산권 보호기준 강화, 국영기업 우대금지, 농수산 보조금에 대한 포괄적 금지 등은 우리 정부에 부담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국영기업에 대한 정부 지원을 금지하고 이를 어길 경우 이의를 제기할 수 있게 한 조항은 국내 공기업을 위축시킬 수 있다. 한국전력, 한국가스공사 등 정부가 지분을 소유한 30여개의 대형 공기업이 규제 대상이 된다. 해양 환경보호를 위한 불법어업(IUU)에 대한 보조금, 과잉어획 상태의 어족자원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는 수산보조금 금지조항도 한·미 FTA에는 없는 조항이다. 이 역시 현행 수산업에 대한 정부 지원금이 문제가 될 수 있다.

 

◇정부, 조기가입 추진 검토=TPP 협정문이 최고 수준의 개방 내용을 담고 있다는 점에서 수출 의존도가 높은 우리로선 참여해야 할 이유가 더 커졌다는 분석이다. 특히 미·일 주도로 일정기간(서명 후 2년)이 지난 뒤에는 국내총생산(GDP) 합계 85% 이상을 충족하는 6개국이 비준 절차를 완료할 경우 이들 국가 간에 우선적으로 TPP가 발효되도록 하는 조항이 포함됐다. 우리 예상보다 빨리 TPP가 가동될 가능성이 높아진 셈이다.

정부는 한·미 FTA와 비교해 일부 조항에서 우리 산업이 피해를 볼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하면서도 TPP 가입은 필요하다는 판단을 하고 있다. 미가입 시 한·미 FTA 효과가 희석되고 TPP 회원국과의 교역이 위축될 수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이번 협정문 공개를 계기로 조기 가입을 검토하고 있다. 한편으로는 일본과 뉴질랜드가 자국의 농축산 분야를 충분히 보호하지 못했다는 평가를 교훈 삼아 쌀 등 민감 품목에 대한 협상 대응방안 마련에 착수했다. 정부는 ‘범부처 TPP 협정문 분석 태스크포스’를 즉시 가동해 세부 내용에 대한 정밀 분석에 들어갔다. 6일에는 윤상직 산업부 장관이 위원장을 맡고 있는 통상추진위원회에서 관계부처와 함께 TPP 협정문의 분석계획을 상세하게 논의할 예정이다. 산업부 김학도 통상교섭실장은 “TPP가 우리 산업과 경제에 미칠 세부적인 영향을 철저하게 분석하고 공청회, 국회 보고 등 통상절차법에 따른 일련의 절차를 거쳐 국익을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정부 입장을 최종 확정할 계획”이라고 말했다.세종=이성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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