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정치

[사설] 민주당의 비례정당 참여 추진, 누더기 된 선거법

Shawn Chase 2020. 3. 9. 20:18

등록 :2020-03-08 20:20수정 :2020-03-09 10:34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왼쪽부터), 이인영 원내대표, 윤호중 사무총장, 김종민 의원, 이근형 전략기획위원장과 도종환 전략공천위원장이 8일 비례연합정당 참여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소집된 비공개 최고위원회의에 각각 참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왼쪽부터), 이인영 원내대표, 윤호중 사무총장, 김종민 의원, 이근형 전략기획위원장과 도종환 전략공천위원장이 8일 비례연합정당 참여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소집된 비공개 최고위원회의에 각각 참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이 8일 전당원 투표로 진보·개혁 진영의 비례대표용 연합정당인 ‘정치개혁연합’(가칭) 참여 여부를 결정하기로 했다. 미래통합당이 위성정당인 미래한국당을 창당한 데 이어 민주당까지 사실상 비례용 정당 참여를 추진하면서,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을 통해 거대 정당의 과잉 대표성을 막고 다양한 정당의 의회 진출을 확대한다는 선거법은 누더기가 됐다. 안타깝기 짝이 없는 일이다.

위성정당인 미래한국당을 앞세운 미래통합당이 총선에서 승리해 문재인 대통령 탄핵을 추진하고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법 등을 폐기하겠다고 공언하는 현실에서, 마냥 손 놓고 당할 순 없다는 민주당의 절박한 심경을 이해 못 할 바는 아니다. 민주당 싱크탱크인 민주연구원은 비례연합정당을 창당하면 범진보 진영이 22석을, 미래한국당이 18석 정도를 얻을 수 있으리라 분석하며 당 지도부의 결단을 촉구했다고 한다. 그렇다고 해서 민주당 지도부의 결정이 정당화될 수는 없을 것이다.

민주당은 그동안 미래한국당 창당을 “의석 도둑질”이라고 비난했다. 이제 민주당도 같은 잘못을 저질렀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을 것이다. 전당원 투표로 결정을 미룬 것도 당당하지 못하다. 민주당은 변명이나 합리화를 하기보다 ‘4+1 협의체’ 공조로 도입한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무력화한 것에 대해 먼저 국민에게 사과해야 할 것이다.

민주당과 달리 정의당은 이날 전국위원회를 열어 “스스로를 부정하며 변화의 열망을 억누르는 졸속정치에 가담할 생각이 없다”며 “어떤 경우라도 ‘비례대표용 선거연합정당’에 가담하지 않을 것”이라고 선언했다. 반면 민주당은 녹색당·미래당·민생당 등 의회 진출이 어려운 다른 소수 정당에 의석을 충분히 보장해주면서 진보 진영의 비례의석 확보를 늘린다는 생각이다. 하지만 정의당이 불참한 ‘반쪽 연대’로 지지를 온전히 모아낼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상황이 이렇게까지 된 근본 이유가 미래통합당의 비례위성정당 창당 때문임을 부인할 수는 없다. 그러나 어려울수록 원칙과 명분을 지켜 민심을 얻는 게 정치라는 걸 잊지 말아야 한다. 민주당의 비례연합정당 참여는 자칫 명분과 실리를 모두 잃는 일이 될 수 있음을 깊이 생각하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