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정치

[사설]여당의 ‘비례정당 꼼수’, 노 전 대통령이 보면 뭐라 하겠는가

Shawn Chase 2020. 3. 9. 20:08

입력 : 2020.03.08 20:32 수정 : 2020.03.08 20:36

더불어민주당이 진보·개혁 진영의 비례연합정당에 참여하는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있다. 민주당은 8일 최고위원회의를 열어 비례정당 참여 여부를 논의했으나, 결론을 짓지 못하고 전 당원 투표에 부치기로 했다. 보수야당의 비례용 위성정당인 미래한국당에 대해선 ‘가짜 정당’이라고 실컷 비난해놓고, 정작 자신들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채 장고를 거듭하고 있는 것이다. 볼썽 사나운 모습이다. 아무리 제1당을 빼앗기면 안된다는 절박함이 앞선다 해도 ‘꼼수’에 ‘꼼수’로 대응하는 건 정도(正道)라 할 수 없다. 

민주당이 직면한 현실적 고민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 민주당의 싱크탱크인 민주연구원은 진보·개혁 진영의 비례연합정당 없이 선거를 치를 경우 민주당은 비례대표 6~7석, 정의당 9석, 미래한국당은 최소 25석을 차지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 계산대로라면 통합당은 지역 선거구에서 지더라도 미래한국당 의석수를 합쳐 원내 1당이 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과반인 150석 이상을 확보할 수도 있다. 통합당은 원내 1당이 되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법(공수처) 등 검찰개혁법안 폐지는 물론 문재인 대통령 탄핵까지 추진하겠다고 공공연하게 거론하고 있는 판이다. 그러니 눈 뜨고 가만히 앉아 당할 수는 없다는 얘기가 나오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하지만 정치는 꼼수가 아닌 대의와 명분의 싸움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부산에서 낙선할 걸 뻔히 알면서도 지역감정의 벽을 허물기 위해 끊임없이 도전했다. 지역주의를 깨기 위한 그의 우직한 도전을 지켜본 시민들은 ‘바보 노무현’이라는 별명을 붙여줬고, 결국 그는 지역주의를 타파한 최초의 대통령이 될 수 있었다. 민주당은 군소정당의 사표(死票) 방지와 다당제 확립을 명분으로 선거법을 개정했다. 그게 시민이 원하는 정치개혁이라고도 했다. 이런 맥락에서 보수야당의 비례위성정당 창당을 비난해오지 않았는가. 그랬던 민주당이 선거에 불리하다고 비례정당에 참여하겠다니 이런 모순이 없다. 실망한 중도층이 떠나가면 ‘소탐대실’의 결과가 나올 수도 있다.


어려울수록 원칙을 지켜야 한다. 심상정 정의당 대표는 “비례연합정당과 같은 공학적 발상은 범진보개혁세력을 위험에 빠뜨릴 수 있다”며 불참을 선언했다. 그의 말이 옳다. 정치는 시민을 믿고 시민과 함께 가야 한다. 노 전 대통령이 이런 민주당을 보면 뭐라 하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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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2003082032005&code=990101#csidx81b75a5617750fbba5e301a75e364f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