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정치

[사설] 여권 '비례 정당' 하겠다면 선거법 야합 사과와 백지화 선언부터

Shawn Chase 2020. 3. 9. 21:49


조선일보



입력 2020.03.09 03:22

민주당 민주연구원이 범여권 비례대표용 연합 정당에 참여해야 한다는 취지의 보고서를 이미 지난달 만들었다고 한다. 지도부는 보고서를 놓고 여러 차례 토론을 거쳐 불가피 공감대를 형성했다고 한다. 민주연구원은 보고서에서 비례당에 참여 않으면 미래통합당이 1당이 돼 대통령 탄핵에 나설 수 있다고 했다.

보고서를 만든 며칠 뒤 핵심 인사들이 비례당을 어떻게 만들지 회의한 사실이 언론에 공개됐다. 민주당이 연합 정당을 만들자고 군소 정당에 먼저 제안했다는 증언도 나왔다. 민주당은 어제 최고위에서 '전 당원 투표'로 참여 여부를 결정하기로 했다. 사실상 참여 수순이다. 민주당은 연합 정당 참여는 위성 정당 창당과 다르다고 한다. 말장난이라는 사실을 스스로가 잘 알 것이다.

선거법은 선거라는 게임의 규칙이다. 그런데 민주당은 범여권 군소 정당을 모아 제1 야당인 미래통합당을 배제한 채 선거법을 강제로 바꿔버렸다. 이렇게 하면 범여권 연합은 항상 원내 과반수를 차지할 가능성이 생긴다. 축구를 하는 두 팀 중 한 팀이 상대 팀 동의를 얻지 않고 자기들에게 유리하게 룰을 바꿔버린 것이다. 민주국가에서 있을 수 없는 폭거다. 과거 독재 시절에도 선거법만은 여야 합의를 원칙으로 했다.

이렇게 폭거를 저지른 이유도 어이없다. 겉으론 선거 개혁을 내세웠지만 실제론 공수처법을 통과시키기 위해 군소 정당에 미끼로 던진 것이다. 중대한 선거제 변경과 수사 제도 신설이 이렇게 엿 바꿔 먹듯 처리됐다. 민주당과 군소 정당들이 제 이익을 챙기다 선거법은 누더기가 됐다. 국민이 자기가 던진 표가 어떻게 처리되는지 알 수 없는 선거제도도 있나.

미래통합당은 선거제 변경을 반대하면서 '만약 강행하면 비례대표용 정당을 만들 것'이라고 누차 경고했다. 그럼에도 선거법을 강행 처리한 여권이 미래통합당의 비례 정당인 미래한국당이 만들어지자 위성 정당, 가짜 정당이라고 맹비난했다. 자신들은 절대로 안 만들 것이라고도 했다. 그러더니 이제 슬그머니 비례 정당을 하겠다고 한다. '명분은 만들면 된다'고 한다. 그래도 염치가 있다면 선거제도 강제 변경을 사과하고 다음 국회에서 최우선으로 백지화하겠다고 선언해야 한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20/03/08/2020030801382.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