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정치

큰 의미 없다던 재·보선… 막상 참패하니 술렁이는 野

Shawn Chase 2015. 10. 30. 22:05

정녹용 기자

입력 : 2015.10.30 03:00 | 수정 : 2015.10.30 10:40

교과서 문제로 화난 지지층… 투표장으로 끌어내지 못해 "선거 連敗 출구 안 보인다"

비주류, 또 '문재인 책임론'
주류 "침소봉대하지 말라"
계파 갈등 재점화될 조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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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조선 화면 캡처

 

 

새정치민주연합은 29일 "투표율이 낮아 정치적 의미를 부여하기 어렵다"고 했던 10·28 재·보선 때문에 크게 술렁였다. 야당 참패로 끝난 결과를 두고 비주류 의원들은 문재인 대표 책임론을 제기했고, 주류 측은 무시했다. 그러나 야당은 계파를 떠나 "교과서 문제로 지지층이 화가 나 있는데도 투표장으로 끌어내지 못한 것은 우리 책임"이라며 내상(內傷)을 우려했다. 역사 교과서 문제 등으로 민심이 여권(與圈)에 "분노해 있다"는 게 야당의 판단이었는데, 아무리 투표율이 낮은 재·보선이라고 하지만 그런 조짐을 전혀 느낄 수 없는 선거 결과가 나왔기 때문이다. 이런 결과 때문에 교과서 문제로 휴전(休戰)했던 계파 갈등도 재점화될 조짐이다.

비주류는 이날 일제히 문 대표 책임론을 제기하며 지도체제 변화를 주장했다. 주승용 최고위원은 본지 통화에서 "변화 없이 그냥 무난하게 공천해서 무난하게 패배한 것"이라며 "이대로 가서는 안 된다. 특단의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했다. 김한길 의원은 "우리 당의 현주소를 보여주는 결과이기 때문에 걱정이 더 깊다"고 했다. 안철수 의원은 "당이 아직 신뢰를 회복하지 못했다는 것을 보여준 결과다. 더 강한 혁신이 필요하다"며 "지금 이 상태로 총선 공천 작업만 한다면 (내년 총선에서) 결코 좋은 결과를 못 얻는다"고 했다. 박지원 의원은 문 대표의 '결단'을 촉구했다. 박 의원은 통화에서 "작은 선거라고 변명하지 말고 큰 책임을 져야 한다. 적당하게 또 넘기면 다음 총선에서도 패배하고 정권교체도 물 건너간다"고 했다. 문병호 의원은 "지도부가 이대로 쉬쉬하고 가면 안 된다"고 했고, 최원식 의원도 "문 대표 체제로는 안 된다. 당 밖 신당 창당 세력까지 포함하는 통합전당대회를 열어야 한다"고 했다. 문 의원과 최 의원, 정성호 의원 등은 당내 비주류 의원들을 중심으로 하는 새로운 모임을 만들기로 했다.

안철수 의원의 싱크탱크 '내일'이 개최한 혁신 관련 토론회에서도 지도부를 향한 날 선 비판이 나왔다. 한상진 서울대 명예교수는 발제에서 "지난 10여년간 야당에 대거 입성한 운동권 출신 정치인들의 강한 응집력 때문에 낡은 진보의 문제점이 누적됐다"며 "패권 문화가 맹위를 떨치고 있다"고 했다.

주류 측은 정치적 의미를 두지 않으려 했다. 문 대표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저희가 많이 부족했다. 우리 정치가 국민들께 희망을 드리지 못해 투표율을 올리는 데도 실패했다"며 "저희가 더 겸허하게 노력할 일"이라고 했다. 최재성 총무본부장은 "결과는 겸허히 받아들이지만 그 이상 이하도 아니다"고 했다. 주류 측은 선거 참패를 계기로 한 비주류의 공격에 대해 '너무하다'는 반응이었다. 문 대표 측 관계자는 "투표율도 낮아 정치적 의미를 크게 부여하기 힘든 선거 결과에 대해 기다렸다는 듯이 책임론을 제기하는 것은 침소봉대"라고 했다. 주류 측 한 의원은 "지금은 계파를 떠나 국사 교과서 문제에 힘을 합쳐야 한다"고 했다.

그러나 중도를 포함한 주류 측 일부 의원들까지도 "선거 연패(連敗)의 출구가 안 보인다"며 동요했다. '별 의미 없는 선거'라고 생각했지만 막상 결과가 참패로 나오자 체감온도가 달라졌기 때문이다. 국사 교과서 국정화를 지지층 결집 계기로 보고 야당은 총력투쟁을 하고 있는데 야권 지지층은 투표장에 나오지 않았다. 한 재선 의원은 "교과서가 서민들에겐 세금이나 복지처럼 피부로 와 닿는 문제가 아닐 수 있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지지층 결집을 위해 무엇을 해야 할지 방향을 잡지 못하겠다"고 말했다.

 

문재인"10·28 패배, 당이 부족. 선거는 지고 그러면서 크는 것"

김아진 기자

입력 : 2015.10.30 19:06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가 30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을지로위원회 상생 꽃달기 행사에 참석, 무거운 표정을 행사를 지켜보고 있다. /이덕훈 기자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는 30일 당의 10·28 재·보선 패배에 대해 “우리 당이 많이 부족했다. 더 혁신하고 더 단합해 기필코 이기는 모습을 보여 드릴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했다. 문 대표는 이날 당 회의 발언 말미에 “국민을 투표장으로 이끌 만큼 희망을 드리지 못했다”며 이같이 밝혔다. 재·보선 패배 후 첫 공식 입장 표명이지만 ‘사과’ ‘송구’ 등의 표현은 없었다.

전날 밤까지만 해도 발언문에는 이 얘기가 아예 빠져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주승용 최고위원 등 일부 지도부가 “재·보선에 대해 공식 언급은 해야 하지 않겠느냐”고 권유해 반영했다고 한다. 문 대표는 전날 광명시 운산고등학교를 방문한 자리에서는 ‘야당이 이길 수 있는 전략이 없겠느냐’는 질문에 “선거에서 지고 그럽니다만, 그런 가운데 성장해 나간다”고 답하기도 했다.

하지만 비주류 측 공세는 이날도 이어졌다. 조경태 의원은 기자회견을 열고 “이번 재·보선에서 당이 단 두 곳에서 승리했다. 무소속보다 더 초라한 결과”라며 “문 대표는 사과하고 당대표직에서 즉각 물러나라. 죽어봐야 저승 맛을 알겠는가”라고 했다. 주승용 최고위원도 “국정화 문제로 화가 난 수도권 유권자들도 투표장으로 끌어내지 못했다. 특단의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했다.

문 대표는 이 같은 반발에 대응하지 않고 교과서 국정화 저지 등 현안에 주력한다는 입장이다. 오는 1일에는 기자회견을 열고 전·월세 대책 등을 담은 야당의 4대 경제 개혁 방안을 밝힐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친노 일부 참모들이 최근 문 대표에게 “내년 총선에선 수도권에 올인해야 한다”며 부산 불출마 의견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당 혁신위가 부산 출마를 요구하자 문 대표는 “어떤 지역,·어떤 상대와의 대결도 피하지 않겠다”고 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