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진균기자
입력 2015-10-27 03:00:00 수정 2015-10-27 03:45:08
[19대 국회 출석표]
대정부질문 외면 ‘직무유기’
“오늘 자리해 주신 의원님을 호명(呼名)하겠습니다.”
19대 국회 마지막 대정부질문이 열린 16일 낮 12시 5분 본회의장. 의사봉을 쥔 정갑윤 부의장(새누리당)이 본회의장 안에 있던 의원 한 명 한 명의 이름을 불렀다. “강은희 의원, 김경협 의원, 김관영 의원, 김기식 의원, 김동완 의원….”
호명된 의원은 총 49명이었다. 정 부의장은 “의원님들께서는 오후 1시 반까지 꼭 오셔서 속개 정족수를 채워주길 부탁드린다”고 당부한 뒤 정회를 선포했다.
국회 부의장이 학교 선생님처럼 일일이 의원들 이름을 부르며 출석을 확인해야 하는 게 19대 국회의 현실이다. 오전에 ‘출첵’(출석체크의 줄임말)을 한 뒤 점심식사 후에는 돌아오지 않는 의원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 ‘출석’만 부르고 자리를 뜨는 금배지들
동아일보 정당팀이 16일 오전 10시 8분 개의 때부터 오후 5시 53분 산회할 때까지 본회의장 방청석에서 1시간 간격으로 좌석에 앉은 의원 수를 확인했다. 그 결과는 초라했다. 오전 10시 무렵 출석한 의원은 102명. 그러나 1시간쯤 뒤인 오전 11시에는 70명만 남아 있었다. 무려 32명이 ‘출첵’만 하고 사라진 것이다. 국회사무처는 개의, 속개, 산회 시 출석을 체크해 국회 회의록에 기록을 남기지만 의원 수는 시간이 갈수록 줄어들었다.
낮 12시 산회 직전 의원 수는 49명까지 줄었다. 오후 1시 반 국회사무처가 출석을 체크하는 속개 때 65명으로 약간 늘었지만 2시 46명, 3시 33명, 4시 39명, 5시 30명 등으로 줄었다. 재적의원이 297명임을 감안하면 10% 남짓한 의원만이 자리를 지켰던 셈이다. 결국 이날 본회의는 오후 5시 53분 의원 38명만 남은 상태에서 산회됐다.
대정부질문 도중 본회의장을 뜬 의원들은 대부분 “지역구 일정 때문에 어쩔 수 없었다”는 궁색한 이유를 댔다. 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각종 지역행사에 얼굴을 비쳐야 한다는 것이다.
이날 끝까지 자리를 지킨 새정치민주연합 박병석 의원은 자리를 비운 동료 의원들을 향해 쓴소리를 했다. “국회의원에게 의정 활동은 지역구 활동, 의원 외교 등 세 가지 역할 중 최우선이어야 한다. 지역구민에게 ‘의정 활동을 잘해야 지역 발전에도 도움이 된다’고 왜 설득하지 못하느냐.”
○ 대정부질문 5번 중 1번은 의사정족수 못 채워
26일 국회회의록시스템에 따르면 19대 국회 4년 동안 열린 총 50회의 대정부질문에서 개의 때 재적의원의 절반에 해당하는 150명 이상이 참석한 건 25회, 100명 이상이 참석한 것은 47회였다. 반면 산회 때 100명 이상이 자리를 지킨 경우는 5회, 150명 이상이 남아 있었던 건 2회뿐이었다. 대정부질문 의사정족수인 재적의원의 5분의 1(약 60명)을 못 채우고 회의를 끝낸 것도 13회나 됐다.
19대 마지막 대정부질문 기간인 13∼16일에도 마찬가지였다. 사무처의 출석 체크 때마다 모두 자리를 지킨 건 새정치연합 이원욱 임수경 의원 2명뿐이었다. 반면 새누리당 이완구 이한구 주영순 진영 황진하 의원, 새정치연합 설훈 의원, 무소속 유승우 의원 등 7명은 한 번도 본회의에 출석하지 않았다. 임기를 7개월 앞두고 의원 본연의 임무는 나 몰라라 한 셈이다.
‘일하는 국회’를 다짐했던 19대 국회 첫해인 2012년과는 정반대의 모습이었다. 당시 7월 20일 첫 번째 대정부질문에선 산회할 때 의원 202명이 자리를 지켰다. 그러나 해가 갈수록 참여도는 크게 떨어졌고 4년 차인 올해 대정부질문 속개 때나 산회 때 자리를 지킨 의원은 세 자릿수(100명)를 넘긴 적이 한 번도 없었다.
전문가들은 대정부질문 등 의정 활동에 얼마나 적극적으로 참여했느냐가 국회의원 평가의 기준이 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법률소비자연맹 홍금애 기획실장은 “대정부질문에 성실하게 참석하는 의원은 의정 활동도 우수한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말했다. 의정 활동을 제대로 하기 위해선 본회의 참석 등 기본을 지켜야 한다는 것이다.
길진균 기자 le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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