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정치

박근혜 대통령 한 달 만에 중국 심장부에서 미국 심장부로 걸어 들어가

Shawn Chase 2015. 10. 16. 00:33

워싱턴=최재혁 기자

입력 : 2015.10.15 23:34 | 수정 : 2015.10.15 23:35

미국 워싱턴을 방문 중인 박근혜 대통령이 15일 오전(현지시간) 미국 국방부인 펜타곤을 방문, 의장대 사열을 받고 있다./뉴시스
박근혜 대통령은 15일 오전(현지 시각) 대한민국 대통령으로선 두 번째로 펜타곤(미 국방부)을 방문했다. 미 국방부 측은 이날 '공식 의장 행사(Full Honor Parade)'로 박 대통령을 맞았다. 박 대통령은 또 국방장관 회의실 앞 복도에서 미군 장병 31명과 ‘로프 라인 미팅(Rope Line Meeting)’도 가졌다. ‘로프 라인 미팅’은 대열을 이뤄 약식으로 하는 간담회를 말한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례적인 예우”라고 했다.

지난달 초 톈안먼 망루에서 중국의 전승절 퍼레이드를 지켜봤던 박 대통령은 한 달여 만에 미군(美軍)의 ‘심장부’에 섰다. 북핵(北核) 문제의 해결과 통일 기반 조성의 키(key)를 쥐고 있는 미·중(美中) 간을 오간 것이다. 이번 박 대통령의 펜타곤 방문에는 한·중 관계의 밀착을 우려하는 미국 조야(朝野)에 한·미 동맹의 견고함을 각인시키려는 포석도 담겼다.

미 펜타곤 의장대의 공식 의장 행사는 펜타곤 앞 연병장에서 25분간 진행됐다. 개회 선언과 임석 상관에 대한 경례에 이어 예포 21발이 발사됐고, 대한민국과 미국 국가(國歌) 연주, 대통령 사열 및 미 전통 의장대 행진, 폐회 선언의 순으로 이뤄졌다. 청와대는 “통상은 펜타곤을 방문한 한국 및 외국 정상, 귀빈에 대해 5분짜리 약식 의장 행사를 한다”고 했다. 2011년 10월 이명박 전 대통령, 2013년 4월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방문했을 때가 그랬다는 것이다.

이어서 박 대통령은 펜타곤 내부의 장관 회의실로 이동했다. 2011년 이명박 전 대통령이 미군 수뇌부를 만났던 '탱크룸'(작전실)과는 다른 방이었다. 박 대통령은 카터 장관을 포함, 미군 고위 인사들과 인사를 나눈 뒤 한반도 정세와 한·미 군사 현안에 대해 의견을 교환했다. 북한의 핵개발과 장거리 미사일 발사 위협, 한·미 전작권 전환 연기 문제, 한‧미 사이버 안보 및 우주 분야 협력이 테이블에 올랐다.

우리 측에서는 한민구 국방부 장관, 윤병세 외교부 장관, 윤상직 산업통상부 장관, 안호영 주미 대사, 주철기 외교안보수석, 장혁 국방비서관이, 미국 측에서는 조셉 던포드 미 합참의장, 마크 리퍼트 주한 미 대사, 커티스 스캐퍼로티 한미연합사령관, 데이비드 쉬어 아태 안보차관보, 에릭 로젠바흐 국방부 비서실장이 배석했다.

접견이 끝난 뒤에는 카터 장관 회의실 복도에서 로프 라인 미팅이 이뤄졌다. 한국에서 근무했거나 근무하게 될 미군 장병 31명과 미군에 파견돼 유학 중인 한국군 장교 5명이 복도에 일렬로 늘어서 박 대통령과 대화를 나눴다. 박 대통령은 작년 4월 방한한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함께 서울 용산의 한미연합사령부를 방문한 바 있다. 당시 박 대통령은 “We go together(우리는 함께 간다)”라며 연합사 장병들을 격려했었다.

이 행사에 앞서 박 대통령은 14일에는 ‘한·미 첨단산업 파트너십 포럼’에 참석해 “한·미 경제 동맹도 업그레이드시키자”고 했다. 그는 축사를 통해 “가장 가까운 친구이자 동반자인 양국이 제조업 혁신을 서로 연계한다면 ‘제조업 신(新)르네상스’의 문도 열어갈 것”이라고 했다. 박 대통령은 이를 위해 △연구·개발(R&D)과 엔지니어링 분야 협력 확대 △양국 기업이 참여하는 글로벌 밸류 체인의 구축 △우주·에너지신산업·보건의료 등 첨단 분야 협력을 제안했다.

제이 티몬스 전미(全美)제조업협회장은 “우리가 새로운 경제 재도약을 위해서는 넘어야 할 산이 많다”는 박 대통령의 최근 발언을 인용하면서 “미국의 제조업은 한국과 더불어서 손을 잡고 수많은 산을 넘겠다”고 했다. 안종범 청와대 경제수석은 “전미제조업협회(NAM)는 미국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경제 단체 중 하나”라며 “포럼을 계기로 진행된 일대일 상담회에서는 첨단산업을 중심으로 9건, 1억9000만달러(약 2228억원)의 성과가 나왔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