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들은 자식 앞에선 교육 바보다. 용을 쓰며 좋은 환경의 좋은 학교에 보내려 한다. 그래야 사회적 지위 경쟁(positional competition)에서 유리할 거라 생각한다. 더 나은 직장, 더 나은 배필, 더 나은 경제력 말이다. 동서고금이 다르지 않다. 한석봉 어머니도, 맹자 어머니도, 문재인 대통령(다혜씨 부산외고)도,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도 같은 심정이었을 게다. 공교육을 살리자고 외치던 오바마가 두 딸을 사립 귀족학교에 보내놓고 머쓱해하던 모습이 선하다.
민주 국가가 교육 극사회주의로 퇴행
수월성·평준화 양손잡이 정책 복원을
그게 인지상정이다. ‘모든 아이는 우리 모두의 아이다’라는 현 정부의 슬로건은 그래서 기대가 컸다. 부모 마음, 얼마나 감동적인가. 그런데 일일이 거명하기도 구차한 숱한 내로남불이 드러났다. 제 자식만 자식이었던 거다. 그러고선 1조원을 들여 외고·자사고를 몽땅 일반고로 바꾸겠단다. 그런들 교육의 양면성이 없어지나. 잘 가르쳐 학생 실력을 높이는 절대성은 공교육의 이상이지만, 상대성(차이)은 다시 생긴다. 1등이 있고 100등이 있다. 경쟁의 결과다. 교육의 영원한 두 얼굴이다.
그런데 문재인 정부는 이상만 좇는다. 교육 분야를 오래 취재했지만, 지금처럼 나쁜 선례를 본 적이 없다. 김영삼·김대중·노무현·이명박·박근혜 정부는 나름대로 다양화와 특성화, 수월성과 평준화를 아우르는 ‘양손잡이 교육’을 했다. 평등 정신을 강조한 얀테의 법칙을 신봉해서일까. 유독 문 대통령만 획일적 평준화에 집착해 ‘한손잡이 교육’을 한다. 억지일까.
① 정치가 입시를 지배한다=대통령의 정시 확대 지시는 다분히 정치적이다. 조국 전 장관 일가를 엄호하려다 대입 뇌관을 건드렸다. 자유한국당이 정시 50%를 내걸자 맞불을 놓았다. 총선용 '교육 정치'란 합리적 의심이 나오는 까닭이다. 유은혜 장관과 교육 관료들은 지부상소(持斧上疏)는커녕 보신에 급급한다. 수십억 원을 쏟아부은 대입 공론화는 도루묵이 됐다. 사교육만 잔칫집이다. 대통령 친람(親覽) 덕분이다.
② 수월성 교육을 죽인다=전교조와 좌파 교육감들이 정시 확대 반기를 들자 외고·자사고 폐지를 선물로 안겼다. 수월성 폐지 ‘슈두비 콤플렉스(should be complex)’ 분출 같다. 유 장관 브리핑 자리엔 좌파 교육감이 병풍을 쳐줬다. 희대의 사건이다. “교육이 정권이나 정치적 수단으로 이용돼선 안 된다”고 설파한 영국 철학자 버트런드 러셀이 관(棺)을 차고 나올 일이다.
③ 실패에서 배우지 못한다=문 대통령은 『운명』에서 “참여 정부가 훨씬 잘할 줄 알았는데 그러지 못한 대표적 분야가 교육이다. 청와대도 교육담당 수석을 별도로 두지 않아 교육개혁을 이끄는 힘이 약했다”고 고백했다. 그러곤 같은 우(愚)를 범했다. 교육수석을 두지 않더니 변두리 학원장 깜냥도 안 될 대안학교 교장 출신(이광호)을 교육비서관에 앉혔다. 컨트롤타워가 중구난방이다.
④ 대학 총장을 패싱한다=역대 대통령이 중시했던 한국대학교육협의회 총장들과 대화를 하지 않는다. 국립대 총장 20여 명을 불러 “강사법 잘 지켜달라”고 당부한 게 전부다. 청와대 앞까지 마중 나와 총장들과 악수하고 토론했던 노무현 대통령을 지켜보지 않았던가. 대통령이 경청하지 않으니 교육부도 무시한다. 사립대학총장협의회 총회 때(15일) 박백범 차관은 총장들을 바람 맞혔다. 등록금 인상을 선언하자 돌연 국회 일정을 핑계로 불참했다. 현장 취재를 하다 그 위세에 놀랐다.
네 가지는 최소한의 퇴행성 나쁜 교육만 추린 것이다. 나라 밖을 보라. 인재 전쟁터다. 4차 산업혁명을 앞서가려 각국이 창의·융합형 학습혁명에 국운을 건다. 일본은 고교·대학을 연계한 입시·커리큘럼·교수법을 10년간 준비해 근본적으로 뜯어고치고(transform), 사회주의 중국은 교육 극자본주의로 간다. 우리만 정치와 이념의 늪에 빠져 교육 극사회주의로 가는 게 아닌가. 한손잡이 교육으론 미래가 없다.
양영유 교육전문기자/중앙콘텐트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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