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로서는 사인(私人)이기 때문에 당에서는 공식적 입장을 낼 계획이 없고요. 차분하게 사법적 처리 과정을 지켜볼 예정입니다. 현재로서 구속영장 발부가 유·무죄를 확정한 것은 아니기 때문에 이후의 사법절차를 지켜보면서 필요할 때 입장을 낼 계획입니다.”
홍익표 더불어민주당 수석대변인은 24일 오전 라디오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전날 법원이 정경심(57) 동양대 교수에 청구된 구속영장을 발부한 것과 관련한 민주당의 생각을 압축해서 보여준다. 그의 이 말을 세 갈래로 뜯어봤다.
①“현재로서는 사인”=구속된 정 교수는 문재인 정부 핵심인사로 분류되는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배우자이자, 조 전 장관의 입각을 전후로 검찰의 수사를 받아와 여권 입장에서는 ‘보호해야 할 대상자’였다. 친여(親與) 성향의 라디오 매체와 유튜브 채널 등에서 정 교수에 대한 비호가 이어졌던 이유다.
그러나 정 교수는 엄연히 민주당 바깥에 있는 인물이기도 하다. 안희정 전 충남지사가 성폭력 혐의로 재판을 받을 당시, ‘미투(#Metoo·나도 당했다)’ 폭로 후 이미 당에서 제명됐다는 이유로 “우리 당 사람이 아니다”라고 선을 그어왔던 것과 비슷한 논리다.
②“차분히 사법적 처리 과정을 지켜볼 예정”=민주당 싱크탱크인 민주연구원은 정 교수에 대한 검찰의 구속영장 청구설(說)이 나오기 시작한 지난 8일 ‘법원개혁’ 보고서를 발간했다. “집필자의 의견이며, 민주연구원의 공식 견해가 아니다”라고 전제한 보고서에는 법원개혁의 필요성 중 하나로 조 전 장관 가족 수사를 들었다. “법원이 압수수색영장을 거의 모두 발부하면서 검찰의 먼지털이식 수사를 뒷받침했다”는 취지였다.
비슷한 시기 진행된 국회 국정감사(7일 서울중앙지검, 17일 대검찰청)에서도 정 교수에 대한 수사와 관련해 민주당 의원들의 질타성 발언이 쏟아졌다. 피의사실 공표, 수사 착수 전 내사 여부, 패스트트랙 수사 진도·방식과의 형평성 등이 쟁점이었다.
이를 두고 일각서 ‘수사외압’이라는 비판이 제기됐는데, 민주당의 태도가 바뀐 것도 이때부터다. 검찰이 정 교수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을 때 홍 수석대변인은 “당 입장을 뭐라고 내면, 법원에 가이드라인을 준다는 말이 나올 것 아니냐”고 했었다. 이인영 민주당 원내대표는 24일 당 정책조정회의에서 “재판부의 판단을 존중한다. 남은 재판에서 실체적 진실이 밝혀지길 기대한다”고만 했다.
③“조국은 몰랐을 것이란 게 일반적 견해”=이날 오전 라디오 인터뷰를 한 민주당 설훈 최고위원, 홍 수석대변인, 이재정 대변인 등은 하나같이 “영장 발부가 곧 유죄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사전 구속됐다고 하더라도 ‘무죄 추정의 원칙’은 견지돼야 한다는 것이다. 조 전 장관 가족 논란에 대해 입장을 신중히 해 왔던 심상정 정의당 대표도 이날 당 상무위원회에서 “앞으로 시시비비는 재판에 의해 가려지게 됐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번 사건을 바라보는 기본 정서가 크게 달라진 건 아니다. 설 최고위원은 이날 라디오 인터뷰에서 “백보 양보해서 부인(정 교수)이 유죄라 하더라도 조국이 몰랐을 것이라고 하는 게 일반적인 견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조 장관까지 유죄 판정해서 ‘다했다’ 이렇게 된다면 정말 국민적 저항이 있을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정 교수가 받는 혐의 사실과 조 전 장관과는 무관하다는 ‘바리케이드(barricade·방어벽)’인 동시에, 검찰이 조 전 장관에게 직접 칼을 겨눌 경우에는 민주당도 침묵을 지키지만은 않을 수 있다는 얘기다.
하준호 기자 ha.junho1@joongang.co.kr
[출처: 중앙일보] "정경심 구속 法판단 존중"한다면서 "조국 구속 말라"는 여당
'국내정치' 카테고리의 다른 글
[사설] 3분기 성장률 0.4% 쇼크…노동·규제 개혁이 해답이다 (0) | 2019.10.25 |
---|---|
‘검사 출신’ 與조응천 “제가 검사라면 조국 부부 ‘뇌물수수’ 혐의에 집중” (0) | 2019.10.24 |
법조계 "정경심이 구속 자초했다"···운명 가른 결정적 세장면 (0) | 2019.10.24 |
군산 간 文, 이달에만 6번째 경제행보···靑 "MB보다도 많다" (0) | 2019.10.24 |
사모펀드 ‘4개 뇌관’ 터지면 조국 수사 불가피 (0) | 2019.10.2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