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정치

조국, 국감 하루전 전격 사퇴..."국감선 거짓 증언 못해, 물러설 곳 없었을 것"

Shawn Chase 2019. 10. 14. 21:19



입력 2019.10.14 15:24 | 수정 2019.10.14 15:34

[조국 사퇴]
조 장관의 돌연 사퇴 배경은?
하루 앞둔 법무부 국정감사… ‘위증죄’ 부담느꼈나
아내 조사받는 도중 사퇴… 영장 청구 임박도 부담
특수부 폐지·축소 등 검찰개혁 첫단추 꿰었다 판단






조국 법무장관이 14일 오전 검찰개혁방안을 발표하고 있다. 그는 이날 오후 전격 사퇴했다. /연합뉴스
조국 법무장관이 14일 오전 검찰개혁방안을 발표하고 있다. 그는 이날 오후 전격 사퇴했다. /연합뉴스
조국 법무장관이 14일 돌연 사퇴하면서 두 달 넘게 정국을 마비시켰던 ‘조국 사태’가 일단락됐다. 그동안 대법원 확정 판결이 날 때까지 장관직을 유지할 것 같은 태도를 보였던 그가 갑자기 자진 사퇴한 배경을 두고 하루 앞으로 다가온 법무부 국정감사가 부담으로 작용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조 장관은 15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법무부 국감 출석을 앞두고 있었다. 이날 국감 역시 조 장관 본인과 가족을 둘러싼 비리 의혹에 대한 여야의 치열한 공방이 예상됐다. 이 때문에 조 장관이 심리적 부담을 크게 느꼈을 수 있다는 게 법조계와 정치권의 해석이다.

국감은 인사청문회나 대정부질문과 달리 허위 증언을 했을 경우 국회로부터 형사고발을 당할 수 있다. 국회에서의 증언·감정 등에 관한 법률(국회증언감정법)에는 국정감사 등에서 선서한 증인이 허위 진술을 했을 경우 1년 이상 10년 이하의 징역에 처하도록 돼 있기 때문이다. 국회 위증죄는 5년 이하의 징역이나 1000만 원 이하의 벌금형으로 처벌받는 형법상 위증죄에 비해 무겁게 처벌한다. 위원회 차원의 합의가 있어야 고발을 할 수 있다는 단서는 있지만 앞서 인사청문회나 대정부질문에서의 발언을 놓고 ‘거짓말’ 의혹이 일고 있는 조 장관 입장에서는 부담이 클 수밖에 없었던 상황이다.

한 전직 검사장은 "사모펀드, 입시 비리 등 조 장관의 그간 발언이 상당부분 허위로 드러나 있는 만큼 국감에서 똑같은 질문이 나와도 (조 장관은) 함부로 대답할 수 있는 상황에 놓인 것"이라며 "더이상 물러설 곳이 없게 되자 사퇴를 결심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14일 오후 전격 사퇴한 조국 법무장관이 이날 오전 정부과천청사 법무부에서 검찰개혁방안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14일 오후 전격 사퇴한 조국 법무장관이 이날 오전 정부과천청사 법무부에서 검찰개혁방안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조 장관이 사의를 표명하는 시각 조 장관 아내 정경심(57)씨는 다섯번째 검찰 조사를 받고 있었다. 정씨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에 앞서 마지막 조사일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었다. 검찰은 지난 12일 4차 조사 이후 "한두번 더 조사한 뒤 영장 청구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했었다. 이런 상황 역시 조 장관에게는 부담으로 작용했을 것이라는 해석이 많다. 그는 사퇴 입장문에서 "특히 원래 건강이 몹시 나쁜 아내는 하루하루를 아슬아슬하게 지탱하고 있다"며 "인생에서 가장 힘들고 고통스러운 시간을 보내고 있는 가족 곁에 지금 있어주지 못한다면 평생 후회할 것 같다"고 했다.

숱한 논란 속에서도 조 장관은 이날 오전 검찰개혁 방안을 직접 발표했다. 46년만에 검찰 특수부 간판을 내리고 ‘반부패수사부’로 바꿨으며, 수사의 범위와 규모도 대폭 축소했다. 이와 함께 피의사실공표, 심야조사, 공개소환 등 그동안 문제점으로 지적돼 온 검찰의 수사관행을 바꾸기 위한 방안들을 내놓았다. 그는 이날 사퇴하면서 "행정부 차원의 법령 제·개정 작업이 본격화됐다"며 "저는 검찰개혁을 위한 ‘불쏘시개’에 불과하다. ‘불쏘시개’ 역할은 여기까지"라고 했다.

이에 대해 법조계 한 관계자는 "본인과 가족이 수사를 받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는데도 조 장관이 버텨온 명분은 검찰개혁을 위한 현 정부의 의지를 보여주겠다는 것 아니겠느냐"면서 "문재인 대통령과 현 정부 사람들은 조 장관을 통해 ‘검찰개혁’의 의지를 보인 것만으로도 큰 성과라고 여기고 있을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