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정치

[사설] '권력형 게이트' 닮아가는 조국 가족 펀드

Shawn Chase 2019. 9. 4. 03:09
입력 2019.09.03 03:19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 가족의 사모펀드와 관련해 새로운 사실이 계속 밝혀지면서 의혹이 눈덩이처럼 커지고 있다. '조국 펀드' 운용사와 협력해 서울 지하철 공공 와이파이(wifi) 사업권을 따낸 컨소시엄에 민주당 정치인 측근들이 주주로 참여한 것으로 드러났다. 조 후보자 가족이 100% 투자한 펀드가 인수한 업체인 웰스씨앤티는 서울시의 입찰 공고 두 달 전 이미 '대관(對官) 업무'와 '자금 조달 계획'을 수립했다고 한다.

지하철 와이파이 사업은 사업비가 1500억원에 달하는 대형 공공사업이다. 그런데 연 매출 20억원에 불과한 가로등 점멸기 업체와 자본금 1억원에 불과한 신생 사모펀드가 사업 수주에 뛰어들어 로비를 벌이고 자금을 대려 했다는 것이다. 놀랍게도 실제 사업권을 따냈다. 펀드 관계자가 당시 '서울시를 잘 안다'고 말했다는 보도도 나왔다. 누군가 사전에 정보를 빼주고 지원한 것은 아닌지 의심할 수밖에 없다. 검찰이 수사로 규명해야 한다.

조 후보자 가족은 조 후보자가 민정수석이 된 직후 펀드에 가입하고 그 돈을 전부 웰스씨앤티 지분 인수에 썼다. 실제 넣은 돈은 14억원가량인데 투자 약정액은 전 재산보다 훨씬 많은 100억원이나 되는 이상한 투자였다. 지분 인수 한 달 뒤 컨소시엄은 와이파이 사업 우선협상대상자로 지정됐다. 그러자 웰스씨앤티는 가진 돈을 전부 컨소시엄에 털어 넣다시피 이른바 '몰빵 투자'를 했다. 성공하면 결국 조 후보자 가족이 대박을 터뜨리게 되는 구조다.

조 후보자는 2일 "펀드 구성이나 운영을 알 수도 없었고 가족이 관여한 적도 없다"고 했다. 그러나 조 후보자 5촌 조카는 펀드 총괄대표 명함을 들고 중국 업체와 MOU를 체결했고, 펀드에서 '사장님'으로 불렸다고 한다. 펀드가 리스한 벤츠를 타고 다녔다는 증언도 나왔다. 펀드와 투자 대상 회사 관계자 대부분은 조카와 잘 아는 사이이고 서로 자금을 주고받거나 사무실까지 함께 쓰며 한 몸처럼 움직였다고 한다. 많은 금융전문가가 "정상적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말하고 있다. '관여한 적 없다'더니 액면가가 1만원에 불과한 펀드 주식을 주(株)당 200만원에 사들인 펀드 최대투자자는 조 후보자 처남이었고, 그 돈 일부를 조 후보자 아내가 대준 것으로 밝혀졌다. 여기에다 이제 여권과 서울시 연루 의혹까지 더해졌다. 검찰은 스마트시티 사업 등 펀드가 손댄 각종 사업과 관련해 국토부 등을 압수 수색했다. 갈수록 '권력형 게이트' 모습을 닮아가고 있다. 권력 핵심 인사 가족들이 그 지위를 이용해 공공사업 이권을 노리고 '작전'을 벌인 것이라면 범죄다. 조 후보자는 진짜 아무 연관이 없나. 가족이 총출동하다시피 했는데 모를 수 있나. 상식으로 이해할 수 없다.

조 후보자 조카와 펀드 핵심 3명은 검찰 압수 수색 전 해외로 도피했다. 떳떳하다면 즉각 귀국해 해명하면 될 텐데 그러지 않고 있다. 감추고 싶은 것이 있다는 뜻이고 수사를 회피하려는 의도로 볼 수밖에 없다. 이 사실 자체가 많은 문제를 설명해 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