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정치

앞뒤 다른 부인·처남 투자 시점…조국의 해명, 풀리지 않는 ‘의혹’

Shawn Chase 2019. 9. 4. 03:11

선명수 기자
2019.09.03 22:44 입력


회가 무산되자 기자간담회를 자청해 각종 의혹에 대해 소상히 밝히겠다고 했지만, 여전히 의혹은 남고 논란은 커졌다.

조 후보자의 배우자, 두 자녀, 처남과 조카 등이 총 14억원을 투자한 사모펀드 ‘블루코어밸류업1호’는 투자자 전원이 조 후보자 일가로 구성된 사실상의 ‘가족펀드’로 운영돼 왔다. 조 후보자는 이 사실을 인사청문회 준비 과정에서 처음 알게 됐다고 했다. 2017년 청와대 민정수석으로 임명돼 보유 주식을 모두 처분해야 했기에, 투자 전문가인 5촌 조카 조모씨의 추천으로 아내가 투자를 결정했다고도 설명했다.

  
하지만 이런 해명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가족들의 투자 시점이 상식에 어긋나기 때문이다. 조 후보자 측이 국회에 제출한 인사청문회 요청 자료와 각종 계약서를 종합하면, 조 후보자 아내 정경심씨와 자녀가 펀드에 10억5000만원을 투자한 시기는 2017년 7월이다. 그런데 정씨의 동생이자 조 후보자 처남인 정모씨(56)는 이 투자가 있기 4개월 전인 같은 해 3월 펀드 운용사인 코링크프라이빗에쿼티(PE)의 지분을 매입했다. 당시 코링크PE는 설립한 지 갓 1년을 넘긴 소규모 운용사로 업계에서 잘 알려지지 않았을 때였다. 조 후보자는 급하게 주식을 처분하려던 때 이 회사 펀드를 추천받아 투자했다고 설명해 왔지만, 이미 이보다 4개월 전 처남이 코링크PE의 존재를 알고 누나에게 3억원의 돈까지 빌려 투자한 경위에는 의문이 남는다. 특히 정경심씨가 동생에게 3억원을 송금하며 입출금 표시에 코링크PE의 오기나 약어로 추정되는 ‘KoLiEq’라고 적은 것을 두고 실제로는 정씨가 동생의 이름으로 지분 투자를 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도 나온다.

문제는 동생 정씨가 운용사(GP) 지분을 매입하고 펀드에도 투자했다는 점이다. 자본시장법은 펀드 운용의 독립성을 위해 투자자들이 펀드 운용에 개입하는 것을 막고 있다. 특히 정씨는 기존 거래가격의 200배에 코링크PE 주식을 매입해 총 5억원을 투자하고서도 지분율은 0.99%에 그쳤다. 당시 자본금과 비교하면 정씨는 최대 주주에도 오를 수 있었는데도 매우 이례적인 거래를 한 것이다. 이 때문에 정씨가 코링크PE의 실질적인 대주주 상태인데도 이를 숨기기 위해 일부러 이런 거래를 했다는 의혹, 정경심씨가 차명 투자를 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 등 논란이 커진 상태다. 펀드운용사의 실소유주이면서도 금융 당국에 허위신고를 했다면 이 역시 자본시장법 위반이 된다.

조 후보자는 가족이 투자한 펀드가 ‘블라인드 펀드’기 때문에 투자처 등 어떤 정보도 알 수 없었다고 강조했다. 당초 투자처를 알려주지 않는 펀드로 설계돼 있어 이를 투자자에게 알리면 ‘불법’이라고 했다. 하지만 블라인드 펀드는 투자 내역을 알려주지 않는 펀드가 아니라 투자처를 미리 정해놓지 않고 투자금을 먼저 모집하는 펀드를 말한다. 투자내역 등에 대한 보고도 법률이 아닌 해당 펀드의 정관에 따르는데 이 펀드는 정관에 매 분기·반기별로 운용현황 등을 투자자에게 보고해야 한다는 점을 구체적으로 규정하고 있다. 업계에선 조 후보자가 전체 재산의 5분의 1에 해당하는 거액을 신생 업체에 ‘깜깜이 투자’한 것은 펀드운용사와 신뢰관계가 있어야 한다고 본다. 조 후보자 일가가 14억원을 납입한 뒤 이 펀드는 가로등 점멸기 생산업체인 ‘웰스씨앤티’에 13억8000만원을 투자해 최대 주주(지분 38%)가 됐다. 이 업체는 각종 관급공사를 수주해 조 후보자 가족이 미공개 정보를 활용한 ‘직접 투자’를 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도 나왔다. 형식적으로는 사모펀드라는 간접 투자 형식이지만 펀드 운용에 조 후보자 가족이 관여했다면 직접 투자로 볼 수 있어 공직자윤리법 위반 소지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