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09.02 20:42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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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2일 기자간담회를 자청해 자신에게 제기된 각종 의혹에 대해 해명했다. 당초 2~3일 예정됐던 국회 인사청문회는 무산됐다. 2000년 인사청문제도가 도입된 이후 장관 후보자가 청문회 대신 언론을 통한 ‘셀프 청문회’를 열기는 처음 있는 일이다. 여야의 정치력 부재가 빚어낸 부끄러운 모습이다. 여야는 시민에게 약속한 청문회 일정을 지키지 못한 책임을 통감해야 한다.
조 후보자는 기자간담회에서 “주변에 엄격하지 못했던 것에 깊이 반성하고 사과드린다”고 했다. 그러면서 사모펀드 투자, 딸의 논문과 대학·의학전문대학원 입학, 장학금 수령 등 모든 의혹에 대해 관여한 바가 없다고 부인했다. 그의 해명은 즉시 확인할 길이 없고, 거짓말을 했다 한들 처벌할 수도 없다. 그래서 법적 구속력이 있고, 증인들을 상대로 교차 질문할 수 있는 인사청문회가 더욱 필요했던 것이다.
사태가 여기까지 온 데는 자유한국당의 책임이 크다. 지난 20일 동안 조 후보자 관련 기사는 62만여건이 쏟아졌다고 한다. 하루 3만건꼴이다. 그러나 조 후보자에 대한 숱한 의혹은 일방적 폭로와 주장만 있었지, 무엇 하나 속 시원하게 실체 규명이 된 건 없다. 시민은 조 후보자의 해명을 직접 듣고 판단하기를 원했고, 당사자도 반론할 권리가 있다. 법에 정해진 절차를 무시하면서까지 이런 기회를 없앤 건 어떤 논리로도 정당성을 얻을 수 없다. 하지만 한국당은 이런저런 이유를 들어 청문회를 계속 지연시켜왔다. 이날도 가족 증인 채택을 양보하는 대신 청문회 일정 연기 카드를 내놓았지만, 역시 청문회 무산 책임을 피하고 추석 때까지 ‘조국 이슈’를 끌고 가겠다는 정략으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그러니 기자간담회가 불가피한 선택이었다는 청와대와 여당의 주장을 탓할 수만 없는 것이다.
‘조국 이슈’는 이제 조 후보자 개인의 문제를 넘어 진영싸움이 됐다. 인터넷에선 시시각각 여론전이 치열하고, 갈등과 분열은 심각한 상황에 이르렀다. 야당은 “대국민 사기 콘서트”라고 반발했다. 간담회를 지켜본 시민들도 한편에선 해명됐다고 하고, 다른 한쪽에선 의혹이 증폭됐다고 한다. 청와대는 임명을 강행할 태세라는데 이대로 임명 절차로 가서는 국론분열은 더 커질 수밖에 없다. 기자간담회가 법에 규정된 인사청문회를 대신할 수는 없다. 이런 나쁜 선례를 남겨서도 안된다. 지금 여당이 야당 입장이라면 이를 받아들일 수 있겠는가. 향후 검찰개혁을 위해서도 법무부 장관 임명의 절차적 정당성은 필요할 것이다. 청와대와 여당은 대승적 차원에서 인사청문회 일정을 다시 잡는 방안을 검토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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